죄수와 검사III ③ 죄수들, 중앙지검 검사실에서 범죄를 기획하다

2020년 10월 20일 20시 23분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1편과 2편에서, 서울 중앙지검 검사실을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 거래와 형집행정지 로비 의혹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죄수와 특수부 검사의 '삼각'사건 거래특수부 검사와 1조 사기범, 그리고 3억 수표) 이번 편에서는 죄수들이 중앙지검 검사실에서 기획해 실행까지 옮긴 사기와 범죄수익은닉 범죄 혐의를 보도한다

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 드나든 '잡범'

▲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중앙지검 별관에 있다. 지난 2016년 이 건물 408호 김영일 검사실에, 방위사업수사와는 전혀 무관한 죄수들이 드나들었다.
서울 중앙지검 별관에 있는 방위사업수사부는 굵직한 방위산업 비리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지난 2016년, 방위산업 비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죄수들이 중앙지검 별관 408호 김영일 검사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지난 1,2편에서 보도한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과 브로커 죄수 이 모 씨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당시 김영일 검사실에 자주 드나들었던 죄수가 한 명 더 있었다. 또 다른 브로커 죄수 한 모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 씨는 지인에게 돈 2억 원을 빌린 뒤 그 가운데 1억 원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사기 전과가 많은 탓인지 실형을 받아 2016년 10월 구속됐다. 그야말로 이른바 ‘잡범’이다. 그리고 2017년 3월 초, 고소인에게 1억 원을 갚고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런데 그는 2016년 구속된 뒤 바로 다음 달인 11월부터 방위사업수사부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다니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초 출소할 때까지 넉달 반 동안 그의 출정 회수는 무려 50회에 달했다. 일주일에 2-3번 꼴이다. 단순 사기범이었던 한 씨가 방위사업 수사부에 출정을 다닌 이유는 뭘까? 그리고 불과 다섯달 전 1억 원을 갚지 못해 구속까지 됐던 그가 감옥 안에서 어떻게 돈을 마련해 빚을 갚고 보석으로 풀려났을까? 의문은 잠시 뒤로 하고, 출소 뒤 한 씨의 행적을 따라가 보자.

출소 뒤 8천 억 자산가 자처하며 돈을 물 쓰듯

2017년 3월 초 출소한 한 씨는 서울 청담동에 사무실을 차렸다. 대로변 건물 12층 한 층 전체를 임대해 쓰며 직원들을 고용하고 스스로를 ‘한 회장’이라고 불렀다.
▲출소 뒤 한 씨는 서울 청담동 이 건물 12층 전층을 임대해 사무실을 차렸다.
당시 한 씨는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썼다고 한다. 당시 한 씨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고 한 달 반 가량 같은 사무실을 썼던 사업가 김 모 씨의 증언이다. 
조폭 영화처럼 수십 명이 차로 룸살롱으로 이동해서 노래 대회를 했는데 (테이블에) 현금을 깔아두고 1등 500만 원, 2등 300만 원 상금으로 나눠주고... 돈을 물 쓰듯이 쓰고 다녔어요. 술값만 한 달에 몇 억씩 결제 됐으니까. 하루 저녁에 보통 1, 2천만 원씩..

한 씨와 함께 일한 사업가 김 모씨 인터뷰 중

IDS 피해자들에게 “돈 갚아주겠다”며 합의서 받아내

이렇게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을 펑펑 써대던 한 씨는 곧이어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IDS 홀딩스 사건은 만 2천 명의 피해자들이 무려 1조 8백억 원의 피해를 입은 다단계 사기 사건이다. 그는 스스로를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인 김성훈의 친구이며, 8천 억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성훈에게 신세진 것이 많아 김성훈을 대신해 피해자들이 투자한 돈을 갚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대위변제’를 해주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캐퍼시터’라는 배터리 관련 독점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특수목적법인, SPC를 통해 인수한 뒤 그 SPC의 주식을 돈 대신 피해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했다. 인수 대상 회사의 가치가 무려 5,400억 원에 이르는데다 앞으로 사업이 잘 되면 1조 원 이상이 될 수도 있어 피해금액을 모두 회복하고도 남을 거라고도 했다. 그 대신 김성훈에 대한 합의서와 처벌 불원서를 써달라는 것이 한 씨의 요구였다.  
▲ 출소 뒤 한 씨가 IDS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제안한 이른바 ‘대위변제안’
한 씨는 김성훈의 측근과 미리 이같은 ‘대위변제안’을 상의한 뒤 피해자 수백 명을 모아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 한 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그의 측근들이 대신 나와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돈을 얼마나 잘 버냐면, 우주선 뜨고 인공위성 뜨고 그리고 어떤 극한 환경에서 하는 탱크라든지 무기들, 시추기들처럼 땅끝 깊은 곳에서도 전력을 발생시켜야 하는 그런 곳에서도, 극한 상황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캐퍼시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돈을 얼마나 잘 벌겠어요. 부르는 게 값인데.

2017년 8월 IDS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한 씨 측근의 설명 내용
김성훈의 측근들도 “일단 김성훈을 석방시키고 난 뒤에 욕을 하든지,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자”면서 바람을 잡았다. 감옥에 갇혀 있던 김성훈 자신도 편지를 보내 대독시키면서까지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실망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갚아야 할 투자금의 담보라고 생각해주십시오...(중략)... 여러분 제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될 때까지 거의 10여년을 사업해오면서 여러분과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얼마가 걸리든 변제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저를 믿고, 힘들더라도 따라주십시오.

'대위변제안' 설명회에서 대독된 김성훈의 편지 중
결국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 ‘대위변제안’에 설득됐다. 만 2천명 가운데 만여 명, 86%의 피해자가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써준 것이다. 김성훈의 2심 판결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가 재판부에 제출됐다. 
김성훈의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였다”면서 피해자들의 처벌불원서를 양형 사유 중의 하나로 적시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데도 피고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1심에서 내린 징역 12년형보다 높은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만약 피해자들의 처벌불원서가 없었더라면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됐을지도 모른다. 

새빨간 거짓말..IDS 피해자들이 당한 ’2차 사기’

한 씨가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가 5,4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던 회사의 가치는 불과 35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완전히 인수하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액면가 100원에 불과한 SPC 주식을 18만 원 짜리로 계산해 합의서를 써준 꼴이 됐다. 
이뿐이 아니었다. 한 씨는 일부 피해자들에게 이른바 ‘지급보증 수수료’ 명목으로 14억 원을 받아 챙겼다. 만에 하나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거나 중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아주려면 지급보증 상품에 가입을 해야하는데, 거기에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것이다. 대위변제 사기 뿐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IDS 사건 피해자들은 한 씨를 고소했다. 한 씨는 경찰의 수사를 피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IDS 사건 피해자들에 의해 붙잡혔다. 피해자들이 밤을 새며 미행을 하는 등 집요한 추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 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한 씨는 결국 다시 구속됐고 사기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 수사를 피해 입원한 한 씨가 2018년 4월 IDS 사건 피해자들에 의해 붙잡힌 직후의 모습
불과 1억 원을 갚지 못해 구속된 한 씨는 어떻게 출소를 하자마자 돈을 펑펑 쓰고 다니며 대단한 사업가 행세를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IDS 홀딩스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사기까지 쳐가면서 김성훈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작업’을 했을까. 이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는 2017년 한 씨의 출소 전, 즉 한 씨가 죄수였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브로커 죄수 한 씨와 김성훈, 김영일 검사실에 23회 함께 출정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은 2016년 9월 구속됐다. 그리고 한달 뒤 브로커 죄수 한 씨가 구속됐다. 그런데 우연히도 두 사람은 서울 구치소에서 같은 방에 수감됐다고 한다. 한 씨의 출소 뒤 동업 제안을 받고 한 달 반 가량 같은 사무실을 썼던 사업가 김 모씨가 한 씨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 브로커 죄수 한 씨의 출소 직후, 한 씨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고 한 달 반 가량 사무실을 함께 썼던 사업가 김 모 씨
한 씨는 이미 여러 차례 감방을 드나들면서 브로커 죄수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감방 안에 있을 때나 밖에 나와있을 때나, 몇몇 검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준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자신은 징역을 가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얘(한 씨)가 주로 구치소를 들어가면 뭐 사건을 청탁받는다든지, 자기 자신도 범죄자로 구치소 간 놈이 “해결해줄게, 얼마만 주면” 이런 식의 애예요. 그러니까 안에 가서 돈을 벌어온다는 놈이에요. 자기는 사회에서도 돈을 벌지만 징역을 가면 돈을 더 많이 번다, 이거야

한 씨와 함께 일한 사업가 김 모씨 인터뷰 중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과 한 방을 쓰게 된 한 씨는 과거 그랬던 것처럼 김영일 검사실에 뻔질나게 출정을 다니기 시작한다. 같은 죄수이면서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검사실에 나가 전화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외부 음식도 먹는 한 씨를 보면서 김성훈이 한 씨에게 접근했다. 
김성훈이가 딱 보니까 ‘이것 봐라 희한한 놈이 하나 들어왔네.’ 그래서 접근을 하게 되는 거예요. “왜 출정을 나가냐” 그러니까 “뭐 안에 있으면 뭐하냐. 나가서 전화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그럼 김성훈이 귀가 이제 솔깃할 거 아니예요. “나도 좀 그렇게 해줘”

한 씨와 함께 일한 사업가 김 모씨 인터뷰 중
사업가 김 씨가 한 씨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들은 사실일까. 뉴스타파가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김영일 검사실 출정 기록을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씨는 구속 한달 뒤인 2016년 11월 20일부터 2017년 1월 11일까지 두 달 동안 16번, 일주일에 두 번꼴로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나갔다. 아마 이 시기가 김성훈이 “희한한 놈이 들어왔네”라며 한 씨를 관찰하다 접근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1월 12일부터 한 씨와 김성훈은 함께 출정을 나가기 시작했다. 한 씨가 돈 1억 원을 갚고 출소한 2017년 3월 초까지, 두 사람은 40여일 동안 무려 23일을 함께 출정을 나갔다. 
▲ 브로커 죄수 한 씨와 김성훈의 김영일 검사실 2017년 출정 기록. 처음에는 한 씨 혼자 출정을 다니다 1월 12일 이후 김성훈과 동반 출정을 23회 나갔다.

김성훈의 범죄 수익으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다

이제 앞서 던졌던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 1억 원이 없어서 구속까지 됐던 한 씨가 불과 몇 달사이에 돈을 모두 갚고 출소한 뒤 8천억 자산가로 행세할 수 있었던 배경, 그리고 IDS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2차 사기까지 친 이유 말이다. 
한 씨와 동업을 하려했던 사업가 김 씨가 한 씨로부터 들은 말에 따르면 한 씨의 합의금 1억 원을 준 것은 김성훈이었다. 
술자리에서 어떻게 나왔냐, 물어보니까 "그분이 도와줘서"라고 해요. 그분이 누구겠어요. 지가 돈 1억 때문에 구속된 놈인데(김성훈이라는 이름을 직접 언급했습니까?)그럼요, 했죠

한 씨와 함께 일한 사업가 김 모 씨 인터뷰 중
김성훈이 한 씨에게 돈을 줘서 출소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가 김 씨에 따르면 김성훈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IDS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아내야 하는데 바로 이 일의 적임자가 한 씨라고 보고 일을 맡기기 위해 한 씨를 먼저 출소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한 씨가 나가서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김성훈은 자신이 어딘가에 숨겨놓았던 범죄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한 씨한테 줬다고 한다. 
사업가 김 씨의 말은 사실일까. 한 씨의 구속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성훈이 실제로 자신의 자금 담당 측근을 홍콩에 숨겨두었던 27억 원을 한 씨에게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돈으로 한 씨는 거물 사업가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고 다시 한 번 사기를 친 것이다. 한 씨의 혐의에 사기 뿐 아니라 범죄수익은닉 혐의까지 포함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김성훈이 피해자들에게 사기를 쳐서 챙긴 범죄수익금인 것을 알면서도 돈을 받아 썼다는 것이다.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면, 애초에 자신의 돈이었던 범죄수익이 다시 자신에게 사기를 치는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죄수들, 검사실에서 범죄를 기획하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배경은 김영일 검사실이었다.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검 별관 방위사업수사부 408호였고, 김영일 검사가 특수 1부로 옮긴 뒤에는 본관 1003호였다. 김성훈과 한 씨 두 사람이 구치소에서 같은 방을 썼다고 해도, 이들이 함께 검사실에 출정을 나가지 않았다면 대위변제사기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범죄를 모의하려면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을 해야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숨겨놓은 돈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일 검사는 뉴스타파 질의에 “김성훈과 한 씨는 각자의 사건이 있어서 부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 때문인지를 묻는 추가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 김영일 검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브로커 죄수 한 씨와 김성훈은 각자의 사건이 있어 불러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김영일 검사가 이같은 범죄 행각에 상당한 협조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발견했다. 
첫째는 김영일 검사실에서 김성훈과 김성훈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예 모 씨가 만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다. 목격자 역시 김영일 검사실에 조사를 받으러 나갔다가 두 사람이 만나 따로 얘기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예00은 수시로 출입을 했다고 보면 됩니다. (김영일 검사가) 방위사업수사부 있을 때도 뭐 수시로 들어갔고, 또 특수1부 김영일 부부장이 왔을 때도 예00이가 왔으니까. 특수부에서도 한 번 봤죠. 예00를.

목격자 이주선(가명) 씨 진술
예 씨는 김성훈의 자금 운영을 담당했던 인물로, 홍콩에 있던 김성훈의 범죄수익 은닉자금 27억 원을 한 씨에게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따라서 범죄 수익을 옮기고 빼돌리라는 이런 지시를 김성훈이 검사실에서 직접 예 씨에게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는 브로커 죄수 한 씨가 출소한 뒤 고용한 접견 변호사 최 모 씨의 증언이다. 최 씨는 IDS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주요 업무가 김성훈에게 변호사 접견을 가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00 씨가 김영일 검사한테 김성훈 씨 출정을 부탁하면 제가 접견에 들어가서 이 날은 (출정) 나간다. 이 날은 못 나간다. 그거 전해주는 일이 주요 업무였어요. 예를 들어 어떤 날 출정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안된다고 하면 저를 통해서 그 날은 안된다는 걸 제가 전달을 했던 거예요. 이런 것도 처음에는 신기했죠. 그래서 한00 씨가 이런 사람인지를 모르고, 아 되게 재력도 그렇고 힘이 센 사람인가보다..

한 씨가 고용했던 접견 변호사 최 모씨 진술 중
최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성훈이 출정을 갈 때마다 김영일 검사와 한 씨가 사전협의를 통해 날짜를 조율했다는 얘기가 된다. 김영일 검사의 협조 아래 김성훈과 한 씨는 확실한 소통 채널을 가지고 범죄를 모의했다는 뜻이다. 
▲ 변호사 최 모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영일 검사는 브로커 죄수 한 씨의 부탁을 받고 김성훈의 출정 날짜를 조율해주었다. 
뉴스타파는 새롭게 취재한 이 두 가지 사실을 김영일 검사에게 전달하고 다시 입장을 물었으나 김영일 검사는 “허위 사실이 보도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답변만을 전해왔다. 

IDS 사건 피해자들의 감찰 요구… 응답하지 않는 검찰

IDS 사건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지난 2018년 브로커 죄수 한 씨의 범죄 행각이 드러나자 검찰에 김영일 검사를 감찰해 달라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2년이 넘은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일 검사는 이후 서울 남부지검 부장 검사를 거쳐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으로 영전했다가, 지난 8월 제주지검 형사 1부장으로 좌천됐다.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 2편이 보도된 이후 IDS 사건 피해자들은 보도 내용을 근거로 김영일 검사를 고발했다. 지난 19일 서울 중앙지검에 접수된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다.  
▲지난 10월 19일, IDS 홀딩스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와 피해자연합, 금융피해자연대 등이 김영일 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죄수와 검사> 4편에서는 1조 사기범 김성훈의 은닉 자금에 대한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김경래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삽화최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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