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40년 삼성맨의 분노 "삼성, 베트남 공장 유해물질 방출 은폐"

2023년 03월 16일 20시 00분

삼성전자가 베트남 박닌 공장에서 휴대전화 제조공정에 사용된 각종 유해물질을 대기로 무단 방출하고 공장에서 사용된 폐수를 적절한 처리를 거치지 않은 채 무단 방류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유해물질 무단 방출은 최소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폐수 무단 방출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여 동안 계속됐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이를 은폐해왔습니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에서 40년 동안 환경안전관리 전문가로 일한 제보자의 증언과 삼성전자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이를 확인했습니다.   

오래된 성역, 삼성 전자 공장 

삼성전자의 공장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성역입니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고 황유미 씨가 사망한 이후, 전자산업 공장의 작업 환경과 노동자들의 직업병 사이의 인과를 밝히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계속되어 왔죠. 
하지만 삼성 공장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고,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까지 무려 1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보인 모습은 스스로 표방해 온 ESG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은폐와 책임 회피, 그리고 시민의 알 권리보다 영업 비밀을 우선시 하는 비밀주의 행태로 일관했습니다.  

'40년 삼성맨'의 제보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삼성이 이런 악습을 해외의 공장에서 되풀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40년 넘게 삼성에서 환경안전업무를 담당해 온 한 제보자의 증언에서부터 시작된 취재입니다. 그는 삼성전자 베트남 박닌 공장의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유해물질 무단 배출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영진은 그의 문제제기를 묵살했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삼성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했다는 제보자가 뉴스타파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유입니다. 
뉴스타파는 제보자가 보관했던 자료를 분석하고, 베트남 현지를 찾아가 취재 내용을 검증했습니다. 비밀주의 뒤에 가려져 있던 삼성 해외공장의 문제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삼성이 베트남에서 무단 방출한 오염물질의 실체

뉴스타파는 삼성전자 내부 보고서를 토대로, 삼성이 2016년 당시 베트남 박닌 공장의 휴대전화 공정에서 사용한 화학 물질의 종류를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숱한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도 삼성이 '영업상의 비밀'이라며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자료입니다.
박닌공장에서 사용된 27종의 화학제품 가운데 48%는 사람 또는 동물에게 암과 돌연변이, 생식능력 이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CMR (발암성, 변이원성, 생식독성)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7종의 화학제품에서 49개 성분 물질을 추릴 수 있었는데, 이 가운데 45%는 눈 피부 독성물질, 33%는 특성표적장기 독성 물질, 31%는 급성중독-흡인유해성 물질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삼성전자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고 홍보한 '톨루엔'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박닌 공장에서는 적어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학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적절한 처리도 하지 않은 채 무단 방류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삼성 베트남 공장 문제를 보도하는 이유

누군가는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해외에서 저지른 잘못을 폭로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보도인가"
그러나 저희 뉴스타파는 고 리영희 선생의 말씀처럼 저널리즘의 본질이 국익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위나 은폐에 의해 지켜져야 하는 국익이라면, 그건 진짜 국익이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의 이익일 가능성이 높고 종국에는 국민 모두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보도를 결정한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 언론 최대의 광고주인 삼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것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 뿐이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는 광고와 협찬을 받지 않는 독립언론으로서 삼성 뿐 아니라 다른 재벌 대기업들의 전횡을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뉴스타파는 삼성 베트남 공장에 관한 보도를 이어갑니다.
● 관련보도 보기
- 글로벌 삼성의 위험한 공장 ① 안전 관리자의 고백 (https://newstapa.org/article/E-rbn)
- 글로벌 삼성의 위험한 공장 ② 7년 악취의 비밀 (https://newstapa.org/article/S3jfg)
- 글로벌 삼성의 위험한 공장 ③ 위험은 진화한다 (https://newstapa.org/article/HkjS0)
제작진
취재김새봄, 오대양, 이명주
영상취재이상찬
편집윤석민, 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