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근로장학생 불공정 선발 실태

2019년 07월 23일 10시 42분

※ 위 영상은 뉴스타파 제작진이 참여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탐사보도수업을 들은 서울대 학생들이 제작한 과제물입니다.

한 학기에 900명 가까운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서울대 근로장학금 제도가 명확한 선발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년 평균 예산이 4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 장학제도인데도 불공정한 선발과 특혜 시비 등이 일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근로장학금 제도란 학생을 학교 내 여러 업무와 실습 등에 종사하게 하고 보상으로 장학금을 주는 제도다. 서울대학교의 근로장학생 규모는 2019년 1학기 기준 총 889명이며 장학금 예산은 19억 원에 이른다. 근로장학금 제도는 교내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근무가 가능하여 학업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2015년 2학기 당시 약 1.5대1에 불과했던 서울대 근로장학생의 경쟁률은 2019년 1학기 기준 약 3대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근로장학생 제도는 명확한 선발 기준이 없다. 전임자나 지인의 추천 등으로 이뤄지는 불공정한 선발 관행은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취재진이 서울대학교 학생 11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53명의 학생들이 “전임자나 지인의 추천으로 선발된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교내 근로장학생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학생 23명 중 8명이 “전임자나 지인의 추천으로 선발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공정 선발은 과 사무실에서부터 단과대학과 본부의 직할 기구까지 곳곳에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교내 근로장학생 제도는 학생처 장학복지과에서 총괄한다. 장학복지과에서 마련한 근로장학금 관리 지침엔 ‘가계가 빈곤한 자 등으로 근로를 원하는 학생이나 교수가 추천하는 자’라는 모호한 선발 기준만 제시돼 있다. 이에 대해 장학복지과는 “학기마다 예산과 선발 인원만 각 기관별로 분배할 뿐, 구체적인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각 하부 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15개의 단과대학 중 구체적인 선발 기준을 명문화해 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 중 선발 기준을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른바 ‘근로장학생 꽂아주기’는 교내 근로장학금 제도의 오래되고도 잘못된 관행이다. 불공정 선발 사례를 접한 장학복지과에선 제도 개선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 대안이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이며, 누군가에겐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가 되는 근로장학금제도가 당초 취지에 맞게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수많은 서울대생들이 바라고 있다.

실습과제 수행: 박재웅, 윤창현, 이종택, 조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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