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⑫ 돈: 전관 변호사와 금융재벌의 ‘위험한 거래’

2019년 12월 20일 13시 53분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11편에서,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가 상상인 유준원 대표의 소개로 코스닥 상장사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상장폐지가 되도록 방치해 천억 원이 넘는 알짜 자회사를 헐값에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그런데 추가 취재 결과, 박수종 변호사가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경영권을 장악한 직후,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유준원 대표가 지배하는 ‘상상인’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수종 변호사는 자신의 차명법인을 통해서도 ‘상상인’ 주식을 대량 매입했고, 또 다른 상장사인 ‘행남사’의 회사 자금으로도 상상인 주식 관련 파생 상품에 투자했다 거액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소지가 있는 행위다.

박수종 변호사가 이렇게 ‘상상인’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시기는 유준원 대표가 ‘골든브릿지 증권’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시기, 즉 주가 방어가 필요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실제 유준원 대표는 이 시기 여러 차례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상상인’의 주가를 방어하기도 했다. ‘친구’ 박수종 변호사가 차명법인을 통해 ‘상상인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과 함께 묶어서 보면 시세 조종, 즉 주가 조작 혐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상상인 유준원 대표 아내 명의의 법인이 ‘상상인’의 전환 사채를 인수함으로써 천문학적 이득을 얻은 사실도 발견했다.

 
▲ 전관 변호사 박수종(왼쪽)과 금융그룹 상상인의 회장 유준원. 둘은 1년에 9백 통이 넘는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밀접한 사이다.

상장폐지 위기 회사 자금으로 ‘친구 회사’ 주식 매수

<죄수와 검사> 11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박수종 변호사는 2018년 4월 12일, ‘모다’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박수종 변호사 측은 경영권 인수 계약을 하자마자 일사 천리로 경영진에 자기 사람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파티게임즈’의 경우 4월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바꿨고 ‘모다’는 5월 30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그런데 박수종 측이 선임한 ‘파티게임즈’의 경영진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벌인다. ‘파티게임즈’와 그 자회사인 ‘파티스튜디오’의 자금으로 ‘상상인’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파티게임즈’의 주식 거래 내역에 의하면, ‘파티게임즈’는 2018년 5월 8일부터, 그러니까 박수종 측이 선임한 새 경영진이 들어온지 불과 12일 만에 ‘상상인’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5월 8일 하루 동안 사들인 ‘상상인’ 주식이 16억 원 어치(9만 3,930주)였다. 7월 5일부터 8월 20일 사이에는 ‘상상인’ 주식을 무려 190억 원 어치(86만 7,365주) 순매수했다.


  미래에셋대우 계좌KB증권 계좌대신증권 계좌합계
2018.5.8

93,930주
(16억 946만 원)
961,295주
(206억 8,398만원)
2018.7.5
- 8월 20일
823,134주
(180억 7,947만 원)
44,231주
(9억 9,504만 원)

▲ 박수종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파티게임즈’와 그 자회사가 사들인 ‘상상인’ 주식 (순매수 기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고 거래정지 상태가 되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는 회사의 경영진이, 회사의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회계감사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고, 주식을 매입한 행위 자체가 재감사에서 감점 사유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파티게임즈’가 ‘상상인’ 주식을 매입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아 결과적으로 손실을 입었다면 경영진의 배임 행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모다’의 경영권을 박수종 변호사가 인수하도록 주선한 게 ‘상상인’ 유준원 대표였다는 ‘모다’ 전 경영진의 주장을 감안하면 이는 너무나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다’ 경영권을 박수종에게 넘김으로써 유준원 대표가 경제적 이득을 보았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뉴스타파는 주식 매입 당시 ‘파티게임즈’의 대표였던 권 모 회계사에게 “주식을 매입한 것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이냐”라고 물었지만 권 회계사는 “저는 아무 것도 할 말이 없다”라고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문자 메시지로 추가 질의를 했으나 역시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수종, 차명법인 통해서도 ‘상상인’ 주식 매수

2019년 3월, ‘벨베데레’라는 회사가 ‘상상인’의 주식을 5% 넘게 보유함으로써 새롭게 주요 주주가 되었다고 공시를 했다. 지분율 5%가 넘는 주주는 주식 보유 사실을 따로 보고해야 한다는 대량보유 보고의무에 따른 것이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6편7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박수종 변호사는 이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바 있다.) ‘벨베데레’라는 회사는 2018년 11월 23일 기준으로 모두 239만 4,562주, 지분율로는 5.01%의 ‘상상인’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보고했다. 당일 종가(14,087원) 기준으로 413억 원 어치다.

2018년 11월 23일 시점 이전에는 ‘벨베데레’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적이 없으므로, ‘벨베데레’는 이 시점을 앞두고 상당한 규모로 ‘상상인’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벨베데레’의 상상인 주식 매수 기간을 대략 6개월 정도로 잡으면, 2018년 5월부터 11월 사이다. 이 시기는 박수종 측이 경영권을 장악한 ‘파티게임즈’가 회사 자금으로 ‘상상인’ 주식을 사들인 시기와 일치한다.

그런데 이 ‘벨베데레’는 놀랍게도 ‘모다’의 경영권을 인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차명법인 ‘디에네케스 파트너스’가 이름을 바꾼 페이퍼 컴퍼니였다. 이 회사의 법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디에네케스 파트너스’는 2019년 2월 28일 ‘벨베데레’로 이름을 바꿨다. ‘디에네케스 파트너스’는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11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박수종의 아내 정 모 씨가 35%, 박수종의 집사인 이 모 씨가 2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 씨와 이 씨가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기 때문에 박수종의 차명법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디에네케스 파트너스’의 전신이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7편에서 보도한 ‘스튜어트마어앤컴퍼니’라는 사실이다. 독자들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박수종 변호사 차명법인의 변천사를 정리하면 이렇다.

▲ 박수종 변호사는, 의미도 불명확하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영어 단어의 조합으로 차명법인의 이름을 계속 바꾸어가며 주식시장에서 여러가지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전문가인 ‘제보자X’에 따르면, 주식 시장의 ‘선수’들이 차명법인의 이름을 지을 때는 “기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정리하면, 박수종 변호사는 2018년 5월에서 8월 사이 자신이 경영권을 장악한 ‘파티게임즈’의 자금으로 ‘상상인’ 주식 206억 원 어치를 집중 매입했으며, 2018년 5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자신의 차명법인을 통해서도 ‘상상인’ 주식을 400억 원 어치 이상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종, ‘행남자기’ 회사 자금으로도 상상인 주식 매수?

박수종 변호사가 장악했던 코스닥 상장사는 또 있다. 과거 행남자기로 유명했던 ‘행남사’다.

2017년 9월 4일, ‘행남사’의 최대주주가 ‘마크원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로 변경됐다. ‘마크원 인베스트먼트’는 100억 원으로 ‘행남사’의 지분 13.5%를 취득해 최대주주의 지위에 올랐다. ‘행남사’ 인수 직후인 2017년 9월 26일 박수종 변호사의 아내 정 모 씨와 집사 이 모 씨가 나란히 ‘마크원 인베스트먼트’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박수종의 차명법인으로 보인다.

2018년 9월 4일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크투 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가 된다. ‘마크투 인베스트먼트’는 155억 원으로 지분 37.12%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유상증자에는 박수종의 집사인 이 모 씨도 참여해 30억 원으로 0.72%(18만 2천 주)의 주식을 배정받았다. ‘마크투 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다운앤아웃컴퍼니’인데 이 회사는 앞에서 소개한 대로, 박수종의 차명법인 ‘벨베데레’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즉, 박수종의 차명법인인 ‘다운앤아웃컴퍼니’가 ‘마크투 인베스트먼트’를 지배하고, 이 ‘마크투 인베스트먼트’가 ‘행남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박수종 변호사가 ‘행남사’를 인수한 이후 ‘행남사’는 영화제작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2019년 초 사명을 ‘스튜디오 썸머’로 바꾼 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월광’과 영화 <검사외전>, <공작>을 제작한 영화사 ‘사나이픽쳐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영화제작사로의 변신 시도는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처음으로 투자한 영화 <돈>이 33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돈>은 주가조작을 소재로 다뤘다.)

▲ 박수종이 ‘행남사’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투자한 영화 <돈>

그러나 영화사로의 변신 시도는 더 진행되지 못했다. 경영진이 회사 자금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다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6일, ‘행남사’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로 356억 6,7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자기 자본의 54.74%에 해당하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손실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행남사’는 이렇게 공시했다.

당사는...국내 상장주식 거래와 관련한 파생상품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2019년 8월 6일 주가하락에 의한 파생상품 거래 손실 등이 발생하였습니다.

‘행남사’ 2019년 8월 6일 공시 중

‘행남사’의 파생상품 손실이 확정된 2019년 8월 6일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연의 일치인지, 바로 이날 ‘상상인’의 주가가 폭락했다. 2019년 8월 5일 16,500원으로 마감했던 ‘상상인’의 주가는 다음날인 8월 6일 무려 24%가 떨어져 12,5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행남사’의 파생상품손실이 확정된 날짜와 상상인의 주가가 폭락한 시기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행남사’가 ‘상상인’의 주식과 관련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뉴스타파가 수소문한 결과, 박수종 변호사의 측근과 ‘상상인’의 내부 직원도 이같은 추측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박수종 변호사는 ‘행남사’의 회사 자금으로도 ‘상상인’ 주식 관련 파생상품을 매입한 것이다.

파생상품 손실 이후 ‘행남사’는 영화 사업에서 철수했을 뿐 아니라 경영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박수종 변호사는 지난 10월 말 ‘행남사’의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자신의 처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외식업체 ‘이연에프엔씨’에 넘겼지만 ‘행남사’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다. (단, ‘행남사’의 상장폐지 사유는 파생상품손실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다른 이유 때문이다.)

만약 박수종 변호사가 ‘행남사’의 자금을 동원해 자신과 특수 관계인 ‘상상인’ 주식 관련 파생 상품에 투자하고 그 결과 회사가 손실을 입었다면 역시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행남사’가 투자한 파생상품이 어떤 구조인지, 이 파생 상품은 ‘상상인’ 주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조사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서 제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세 갈래로 ‘상상인’ 주식 매입한 박수종… 대체 왜?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면, 박수종 변호사는 세 갈래로 상상인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1) 유준원 대표의 소개로 경영권을 장악한 ‘파티게임즈’의 회사 자금으로 ‘상상인’ 주식을 206억 원 어치 매입 2) 자신의 차명법인을 통해서도 ‘상상인’ 주식을 410억 원 어치 매입 3) ‘행남사’의 자금으로 ‘상상인’ 주식 관련 파생상품에 거액 투자.

말하자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쏟아부어 ‘상상인’의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2018년 말 시점으로 박수종 변호사가 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상상인’ 주식의 규모는 335만 주 + @ (벨베데레 239만 주 + 파티게임즈 96만주 + @(행남사 보유분))이며, 액수로는 600억 원이 넘는다. 이는 행남사 보유분을 빼더라도 ‘상상인’의 전체 유통주식의 7.2% 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수종 변호사와 유준원 대표의 가까운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주식 시장에서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등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를 일군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박수종이 자신의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상상인’에 올인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상상인’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시기 ‘상상인’에는 커다란 이슈가 있었다. 2018년 2월 20일, ‘상상인’이 ‘골든브릿지 증권’을 인수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인수가 완료된 현재, ‘상상인’은 ‘상상인 증권’으로 이름이 바뀐 구 ‘골든브릿지 증권’의 지분을 48.37%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유준원 대표 본인도 자신이 설립한 법인 ‘제이원와이드’를 통해 ‘상상인 증권’의 지분을 24.81%나 갖고 있다.


그런데 유준원 대표는 ‘제이원와이드’를 통해 보유한 ‘상상인 증권’의 지분을 어떤 돈으로 샀을까? ‘상상인’의 공시 내용에 단서가 있다.

유준원 대표는 2018년 초부터,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24일 자신의 보유 주식 94만 5천 주를 담보로 KB증권에서 돈을 빌렸고, 3월에는 285만 5천 주를 담보로 대신증권에서 돈을 빌렸다. 2018년 말 대출금 일부를 갚아 대신증권에 담보로 잡힌 주식 189만 주가 질권 해지됐지만, 2019년 2월에는 다시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잡힌 주식이 475만 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보면, 유준원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이 돈을 자신의 개인 법인 ‘제이원와이드’에 집어 넣고, ‘제이원와이드’의 명의로 ‘골든브릿지 증권’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상상인’ 주식을 담보로 잡혀 빌린 돈으로 ‘골든브릿지 증권’의 지분을 산 것이다. 이후 대출금 상환과 추가 대출 등을 반복하며 숫자가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유준원 대표가 대출금에 대한 담보로 잡힌 ‘상상인’ 주식은 약 563만 주,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 주식 전체의 43%에 해당한다.

반대매매의 위험.. “주가를 방어하라”

그런데 주식담보 대출에는 ‘반대매매’라는 위험이 따른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면 주가 폭락이라는 위험이 생기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그 안전장치의 가장 마지막 순서가 바로 반대매매다.

조금 더 풀어서 얘기해보자. 금융회사가 10,000원짜리 주식을 담보로 잡고 5천 원을 빌려줬다고 가정하자. 문제는 담보(주식)의 가치(주가)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담보로 잡은 시점에는 10,000원짜리 주식이라고 해도 주가가 하락해서 5,000원 이하로 내려가면 대출금보다 담보의 가치가 낮아지고, 이 경우 대출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금융회사는 ‘담보유지비율’ 이라는 것을 설정한다. 위의 사례에서 금융회사가 정한 담보유지비율이 200%라면, 대출금 5,000원에 대한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항상 5,000원의 200%, 즉 10,000원 이상의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

주가가 7,000원으로 내려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담보유지비율은 140% (7,000원÷5,000원)로 낮아진다. 담보유지비율을 다시 200%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1,500원을 갚는 것. 1,500원을 갚으면 대출금이 3,500원으로 줄어들고, 주가는 7,000원이기 때문에 담보유지비율이 200%로 유지된다. 둘째, 주식 한 주를 추가로 담보 제공하는 것. 이 경우 담보의 가치는 14,000원이 되고, 대출금이 5,000원이기 때문에 담보유지비율은 280%(14,000원÷5,000원)가 된다.

그런데 돈을 빌린 차주가 이 두 가지 조치를 둘 다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통상 금융회사는 이틀의 시간을 준다.) 금융회사는 담보로 잡은 주식을 ‘반대매매’ 한다. 7,000원이 된 주식을 곧바로 시장에서 팔아 대출금 5,000원을 회수하는 것이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수량이 많은 경우 이 같은 반대매매는 해당 주식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시 유준원 대표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자신이 보유한 ‘상상인’ 주식 가운데 무려 43%를 담보로 대출금을 받은 유준원 대표 입장에서 만약 ‘반대매매’가 실행된다면 악몽 같은 상황이 된다. 담보로 잡힌 주식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상상인’의 주가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금융기관마다 빌린 돈의 담보유지비율이 서로 다를 경우, 일단 한 번의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그 자체가 주가를 떨어뜨리면서 추가적인 반대매매를 일으키고, 이 경우 연쇄적인 주가 하락이 발생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주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유준원 대표는 ‘상상인’ 보유주식을 상실하면서 경영권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주식 담보 대출을 많이 받은 유준원 대표의 입장에서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할 강력한 동기가 생기게 된다.

주가 관리의 기본 : 수요와 공급

다시 박수종 변호사의 얘기로 돌아가보자. 유준원 대표는 2018년 1월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박수종 변호사는 대략 2018년 5월 경부터 ‘상상인’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상인의 주가 차트를 보자.

▲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 사이 ‘상상인’의 주가 차트. 주가가 횡보 내지는 하락하던 2018년 5월부터 11월 사이 박수종 변호사는 ‘상상인’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했다.

2017년 12월 21일 8,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두 달 동안 크게 상승해 2018년 2월 22일에는 고점인 25,723 원을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해 5월에는 17,000원대에서 횡보했다. 6월에 15,00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7월에 다시 17,000원대를, 8월에는 20,000원대를 회복했다. 그러다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해 11월에는 14,000원대까지 내려왔다.

이 기간 동안 유준원 대표는 주식담보 대출을 계속 늘렸고 박수종 변호사는 주식을 계속 사들였다. 만약 박수종 변호사가 주식을 계속 사주지 않았다면 주가는 이보다 훨씬 낮았을 가능성이 높다. 유준원 대표는 박수종 변호사 덕분에 ‘반대매매’의 위험을 피하면서 ‘골든브릿지’의 인수 자금을 조달했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요인은 ‘수급’이다. 시장에 얼마의 물량이 나오는지, 그 물량을 받아줄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가격 상승과 하락이 결정된다. 그래서 주가 조작을 할 때는 돈도 필요하지만 주식도 필요하다. 돈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통제하지 못하면 원하는 만큼 주가를 올리거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박수종 변호사가 사들인 ‘상상인’ 주식은 적게 잡아도 상상인 전체 유통 주식의 7.2%에 해당한다. 여기에 유준원 대표와 그 특수 관계인이 장악하고 있던 30.66%를 합치면 두 ‘친구’가 통제하던 38% 이상의 주식이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잠겨’있던 셈이다.이는 분명히 주가 관리에 유리한 요인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박수종 변호사가 자신의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털어, 배임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상상인’의 주식을 사들인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위에서 제시한 내용은 당사자나 내부자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세운 추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준원 대표는 박수종 변호사가 ‘상상인’의 주식을 그렇게 많이 사들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박수종 변호사가 상상인 주식을 보유한 이유를 알지 못하며 당연히 저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박수종 변호사가 무리를 해가면서 ‘상상인’의 주식을 사들인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유준원 대표의 ‘골든브릿지 증권’ 인수를 돕기 위해서였다면 그 반대 급부는 무엇이었는지, 혹시 유준원 대표가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경영권을 박수종 변호사에게 넘길 때부터 두 사람이 모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조사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야할 것이다.

에필로그

2019년 8월 1일 18,400원이었던 ‘상상인’의 주가는 다음 날부터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해 8월 6일에는 12,500원이 됐다. 5일 동안 무려 32%가 하락한 것이다.

‘상상인’의 주가 하락은 박수종 변호사에게 치명적이었다. 8월 6일 ‘행남사’는 파생상품투자로 35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이틀 뒤인 8월 8일에는 박수종 변호사의 차명법인 ‘벨베데레’가 보유하고 있던 ‘상상인’ 주식 302만 주 가운데 136만 7천 주를 반대매매 당했다.

▲ 2019년 7월에서 8월 사이 ‘상상인’의 주가 차트. 8월 1일부터 시작된 ‘상상인’ 주식의 주가 하락으로 박수종 변호사는 큰 손해를 봤다.

‘상상인’ 주식 매매와 관련해 입은 손실 때문인지 8월 16일 박수종 변호사와 아내 정 모 씨가 공동 소유한 반포동 자택에는 미래에셋대우 증권이 청구한 31억 원 상당의 가압류가 걸렸고, 9월 10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청구한 6억 7천만 원 상당의 가압류가 걸렸다. 10월 1일에는 반포세무서장이 자택에 압류를 걸었다. 박수종 변호사로서는 ‘상상인’ 주식을 무리하게 매입한 결과 엄청난 손해를 입은 셈이다. 박수종 변호사가 그토록 무리를 하면서 ‘상상인’ 주식을 매입한 이유가 진짜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8월 1일부터 시작된 ‘상상인’의 주가 하락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식 시장에서는 외국계 증권사 계좌로부터 비롯된 대규모 공매도가 ‘상상인’ 주가 하락의 발단이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록 : 유준원 대표 아내의 특별한 ‘재테크’

지난 2013년 11월 29일, ‘상상인’은 전환사채를 15억 원 어치 발행해 ‘제이에스앤에스’라는 법인에 배정했다. 표면 이자율 3%, 만기 이자율 5%에 전환가액은 575원이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제이에스앤에스’라는 법인이 ‘상상인’에 15억 원을 빌려주고 채권을 받았는데, 이 채권에는 매년 3%의 이자를 받다가 중간에 주당 575원에 상상인 주식을 살 것인지, 아니면 만기(2018년 11월 29일)까지 기다렸다가 연 5%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받을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정확히 3년 뒤인 2017년 11월 29일, ‘제이에스앤에스’는 이 전환 사채 가운데 11억 원 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2월 15일에 주식을 배정받았다. 전환가액은 주당 1,150원이었다. ( ‘상상인’이 2016년에 액면가 오백 원 짜리 주식을 천 원으로 병합했기 때문에 전환가액도 주당 575원의 두 배인 주당 1,150원이 됐다.) 주식 수로는 95만 6,521주에 달한다. 그날 ‘상상인’ 주식의 종가는 9,599원, ‘제이에스엔에스’가 3년 전 투자한 11억 원이 91억 8천만 원어치의 주식으로 변한 순간이다. 무려 700%가 넘는 수익률이다. (‘제이에스엔에스’는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준원이 투자할 때 경유했던 법인이다. 이 내용은 <죄수와 검사> 9편 ‘주가조작:검찰은 ‘큰손’을 덮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제이에스엔에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직후 ‘상상인’의 주가는 폭등을 거듭했다. 불과 두 달여 뒤인 2018년 2월 20일, ‘상상인’의 주가는 2만 6,845원까지 올라갔다. ‘제이에스앤에스’가 11억 원으로 사들인 95만 6,521주의 가치는 256억 7천만 원이 됐다. 평가 차익은 245억 원, 무려 2,200%의 수익률이다. (물론 ‘제이에스앤에스’가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는 ‘미실현이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가조작과 같은 금융범죄에서는 ‘미실현이익’도 처벌 대상이 된다.)

공교롭게도 ‘상상인’은 ‘제이에스앤에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맞춰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2017년 11월 15일부터 2018년 2월 14일까지, 48억 4천만 원을 들여 자사주 27만 8천 주를 사들인 것이다. ‘상상인’이 공시한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였다. 자사주 매입이 일반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호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시점에 ‘상상인’ 주식을 보유하게 된 ‘제이에스앤에스’는 자사주 매입의 가장 큰 수혜자 중의 하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2017년 4월부터 2019년 4월 ‘상상인’의 주가 차트. 유준원 대표 아내 김 모 씨가 소유한 법인 ‘제이에스앤에스’가 전환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상상인’의 주식은 폭등했다.

그런데, 이 ‘제이에스앤에스’라는 회사는 바로 상상인 금융그룹 유준원 대표의 아내인 김 모 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였다. 즉, ‘상상인’은 유준원 대표의 아내에게 돈을 빌리고 그 대가로 전환 사채를 배정한 뒤 주가 상승기에 이를 주식으로 바꿔줬고, 이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를만한 호재까지 제공한 셈이다.  

상상인이 공시한 자사주 매입의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였다. 그러나 만약 ‘제이에스앤에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돈으로 받아갔더라면 전체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 다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치는 더 올랐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상상인’이 내세웠던 “주주가치 제고”라는 자사주 매입의 명분은 사실상 유준원 부부를 위한 “대주주 가치 제고”였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취재 : 심인보
CG : 정동우, 이도현
웹편집 :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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