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국장들이 재현한 '오병이어'의 기적?

2021년 03월 24일 13시 20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법안 심사가 본격 진행됐던 지난해 12월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위 공무원들이 각 의원실을 찾아다니며 법안 통과를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이 시기 공정위 최무진 경쟁정책국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우전문점에서 9명의 밥값으로 업무추진비 25만여 원을 결제했다. 수고한 부하 직원들에게 저녁을 샀다고 주장했다. 
 국회 설명 끝나고 직원들하고 헤어지기 전에 같이 가서 저녁에 식사메뉴로 갈비탕과 불고기 이런 것을 먹었을 겁니다.

최무진 공정위 경쟁정책국장
하지만 최무진 국장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식당 영수증에는 최 국장 일행이 1인분에 5만 3천 원짜리 특등심 4인분과 된장찌개 3인분, 술 5병을 주문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특등심 1인분은 150그램. 4인분을 합쳐도 600그램에 불과하다. 9명이 나눠 먹기에 턱없이 모자란 양이다.
최무진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이 실제 주문한 메뉴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적힌 참석인원 9명으로 나눴더니 1인당 66그램으로 식사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공기밥을 별도로 주문하지 않고 된장찌개 3인분을 9명이 나눠 먹었다는 주장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 국장 일행이 앉은 20번 테이블은 4인용 좌석이었다.  
뉴스타파는 최 국장에게 왜 거짓 해명을 했는지 물었다. 그는 "국회의원실 관계자들과 밥을 먹은 것은 절대 아니다"며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하다"고 답했다.
송상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민물장어 요리집에서 업무추진비 25만 3천 원을 사용했다.
지출내역에는 이날 '소비자의 날' 행사 추진 관련 업무 협의를 하면서 11명이 식사를 한 것으로 나와있다. 1인당 식대는 2만 3천 원꼴.
그런데 이 식당 메뉴는 주류와 공기밥을 제외하면 단 한가지. 200그램 1인분에 3만 6천 원짜리 장어구이다.
송 국장이 결제한 밥값을 이 메뉴 가격으로 나눠보면 장어구이 7인분에 공기밥 1그릇을 주문한 정도의 금액이다. 
송상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이 결제한 업무추진비 25만3,000원은 이날 식사모임에 참석한 11명에게 1인당 1개의 음식도 시킬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이 식당은 인원수보다 적게 음식을 시켜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1명이 와서 6인분만 시켜도 되나요? 안 돼요. 한 사람당 한 마리(1인분)씩은 드셔야 돼요. 11명이 와서 25만 3천 원만 계산한 게 있는데요? 우리가 그렇게 팔지를 않아요. 1인당 한마리씩 잡수셔야지, 한 마리가 3만 6천 원이에요. 11마리면 40만 원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25만 원만 받았을까? 우리는 그렇게 장사를 안 하는데..

장어식당 관계자
공정위 출입기자들은 대부분 세종시에 상주한다. 공정위에서 수시로 보도자료가 나오고 브리핑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동일 공정위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서울 무교동에서 기자들에게 업무추진비로 밥을 샀다. 
남동일 대변인이 업무추진비 카드를 결제한 시각은 밤 8시 46분. 남 대변인을 포함해 모두 12명이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돼 있다.
남동일 공정위 대변인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하지만 남 대변인 일행이 식사한 곳은 최고급 한우전문점으로 150그램 1인분에 최소 4만 3천 원에서 5만 9천 원이다. 이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를 선택해 1인분씩만 시켜도 고깃값만 50만 원 이상이다. 주류와 공기밥을 제외한 금액이 이정도다.
그러나 남 대변인이 결제한 총 식대는 33만 7천 원. 남 대변인은 우연한 기회에 여러 기자들을 만나게 됐다고 해명했다. 대신 기자 몇 명과 밥을 먹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은 기자와 공직자 등에게 1인당 3만 원이 넘는 음식물 접대를 금하고 있다. 
음식을 조금 시키고 여러명이 나눠 먹었다고 공정위 국장들의 주장. 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일까 아니면 김영란법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까? 
제작진
촬영김기철, 오준식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