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윤석열 정부 100일과 여사님의 '비밀 일정'

2022년 08월 18일 20시 00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내로남불 측근 인사와 노골적인 검찰 공화국 만들기 시도,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과 부자 감세 계획, 엄중한 경제난과 국제정세에 대처하기에는 너무 안일해 보이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 이런 일들은 차치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의 중심, 대통령실이 과연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 100일 동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침과 저녁에 말이 달라지는 말바꾸기 해명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고, 주 52시간제와 취학연령 하향 등 매우 중대한 정책적 사안을 두고 장관들과 대통령의 말이 엇갈린 일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지난 100일동안의 '좌충우돌'은 대통령 스스로가 했던 한 마디의 말로 집약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사실은 국정 운영을 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지독한 아마추어리즘을 대통령 스스로가 고백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말이죠. 
여러 현안 중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안은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에 대한 관리 실패일 겁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주가조작, 학력 위조 등 논란이 잇따르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로서의 역할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는 남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 100일 동안 수차례에 걸쳐 비선과 권력 사유화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문제는 이 정부의 누구도 김 여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제2부속실을 해체하겠다"는 공약은 선거 당시에는 영부인이 국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해석됐지만, 실제로 당선이 되고 나서는 영부인의 활동을 공적인 통제 밖으로 풀어주는 나쁜 결과로 귀결됐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여전히 영부인의 활동을 공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입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자기 집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과연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하던 시절부터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를 지적해왔고 이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저희는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단독 일정, 즉 '비밀 일정'이 최소 20차례 더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공공기록물, 즉 서울경찰청의 정보공개 문서 목록에서 발견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5월 10일부터의 서울경찰청 정보공개 문서 목록을 확인해보니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이 25건 있었습니다.경찰은 여기에 나온 '여사님'이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했지만 뉴스타파가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한 결과 김건희 여사의 일정에 관한 문건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문건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문건을 생산한 주체는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 그 중에서도 교통순찰대였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과는 별도의 단독 일정을 수행하면서 경찰에 교통 통제나 기동 경호 등을 요구한 게 25번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문건들이 작성된 날짜를 하나씩 확인해보니 이 가운데 언론에 공개된 일정은 5번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 가운데 20번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단독 일정이라는 것이죠. 
과거의 영부인들은 어땠을까요? 박근혜 정부 때는 영부인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같은 문서가 없었고요, 문재인 정부 취임 100일 동안 생산된 문서를 살펴보니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라는 문서가 2건 있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일정에 경찰력이 동원된 게 12배나 더 많은 것이죠. 물론 청와대에 거주했던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밖에 살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경우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김건희 여사가 대선 기간 약속했던 '조용한 내조'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더군다나 김건희 여사는 청와대 보안 규정 위반 논란과 NATO 정상회의 민간인 수행 논란 등 자신이 물의를 일으켜 자숙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기에도 물밑에서는 활발한 비공개 일정을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영부인이 공적인 활동을 하면서 경찰력을 동원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의 경우 지금까지의 영부인들과는 매우 다릅니다. 주가조작에 참여한 의혹이 있을 정도로 재산축적 과정이 불투명하고 이권에 개입할 위험이 있는 측근들을 많이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건진법사라는 김건희 여사의 지인이 대기업들과 접촉해 이권 개입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조사를 벌인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죠.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는 곰팡이나 이끼가 자라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그곳이 원래부터 습기가 많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미안한 얘기지만 김건희 여사의 주변은 '습기가 많은 곳'으로 보입니다. 습기가 많은 곳일수록 더 많은 볕이 필요하듯 더욱 철저한 공적 감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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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연출송원근 박종화
진행심인보
촬영정형민 김기철
편집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