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댓글 69만 건이 악플과 혐오... 삭제, 차단은 584건 뿐

2023년 10월 26일 20시 00분

뉴스타파가 지난 1년간 이태원 참사를 언급한 기사 5만 3천여 건과 그에 딸린 댓글 230여만 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약 30%가 악의적 평가나 혐오성 댓글로 나타났다. 이태원 참사 언급 기사 가운데 41%는 정부와 국회를 취재원으로 하는 ‘정치’ 분야 기사였다.
정부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일부 악의적 게시글에 대한 경찰 수사와 삭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경찰 수사는 43건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 17건에 불과했다.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차단을 요청한 게시글은 584건 뿐이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 언급 기사 목록 

참사 직후 쏟아진 기사 빠르게 줄어들며 정치 분야 기사 비중 늘어나

뉴스타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이태원 참사를 언급한 기사 53,131건(기간: 2022년 10월 29일 ~ 2023년 9월 30일)을 수집해 분석했다.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부터 3일 동안 7,169건, 11월 한 달 동안에는 25,225건이었다. 12월에는 7,683건으로 줄었고, 2023년 3월부터는 1천 건 대였다.
▲월별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건수
참사 직후 3일간은 참사 원인, 피해 및 대응 상황, 참사 경위 등을 다룬 ‘사회’ 분야 기사가 주를 이뤘던 반면 기사 본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정당명과 소속 정치인들의 발언이 언급된 '정치' 분야 기사는 14.4%에 그쳤다. 
그러나 11월 이후로는 ‘정치’분야 기사 비중이 크게 늘었다. 11월에는 39.4%, 12월에는 55.2%로 늘었고, 전 기간에 걸쳐서 40% 이상의 비율을 나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으로 소비되었던 경향을 시사한다. 
▲전체 기사 중 정치권 기사 비율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 논쟁으로 보도되는 기사가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을 언급하는 기사는 정치 분야 기사의 수보다 적어졌다.
‘유족', ‘유가족', ‘유가족협의회' 등 유족 관련 키워드가 등장한 기사를 따로 뽑아 집계한 결과, 유족 언급 기사가 정치 분야 기사보다 많았던 달은 2022년 10월(유족 언급 기사 2,595건,  정치 분야 기사 1,035건)과 2023년 3월(유족 언급 기사 382건, 정치 분야 기사 308건) 두 달뿐이었다.
▲월별로 정치권 기사의 수를 유가족 기사 수로 나눈 수치. 숫자가 1보다 크면 정치권 기사 수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요약하면, 언론 보도는 참사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는 참사와 관련된 정치권의 동향과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도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고 이를 집중해 보도했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취재하기 보단 이 사건을 두고 말이 많은 곳이 어딘지 찾아 보도했다. 이는 이태원 참사가 정치적 문제로 둔갑하는데 중요한 원인이 됐다.

댓글 창으로 옮겨간 정치 갈등… 전체 댓글 30%는 악플, 혐오 표현

정치 분야 기사가 증가한 것은 국정조사 등 참사 후속 조치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이런 경향을 따라갔다. 
참사 초기에는 사고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또는 비하 댓글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차 여야 지지층의 대립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여기에 특정 지역 비하 발언도 더해졌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이태원 참사’ 언급 기사에 달린 댓글 목록
한 측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 간부 등을 언급하며 비판 댓글을 달았으며 다른 측에서는 민주당, 북한, 민노총, 전라도,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비판 댓글을 달았다.
혐오 표현을 ‘특정 사회적 (소수자) 집단에 대한 적대적 발언, 조롱, 희화화, 편견을 재생산하는 표현’으로 정의한 한국어 혐오표현 "UnSmile" 데이터셋을 활용해 댓글을 분석했다. 혐오의 대상이 속한 집단을 명확히 지칭하는 비하·차별 발언이 혐오 표현에 해당하며, 댓글 작성자가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혐오 발언에서 제외된다.
뉴스타파가 수집한 230만 건의 댓글 중 악의적 평가나 혐오성 표현의 비율이 70%가 넘는 댓글은 69만 건으로 전체의 30%였다. 이 같은 양상은 조사대상 전 기간에 걸쳐 나타났다.
▲전체 댓글 중 악의적 평가, 혐오성 표현을 드러낸 댓글의 비율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분석 방법
-데이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서비스
-기간: 2022년 10월 29일 ~ 2023년 9월 30일
-검색어: 이태원 참사, 이태원 사고, 핼러윈 참사 등
-비고: 연예, 스포츠 기사 제외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 댓글 분석 방법
-데이터 출처: 네이버 뉴스 댓글
-기간: 2022년 10월 29일 ~ 2023년 9월 30일 출판된 기사의 댓글
-언론사: KBS, MBC, SBS, YTN 등 주요방송사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
-분석방법: Smilegate AI와 언더스코어가 제작한 한국어 혐오표현 "UnSmile" 데이터셋을 활용해 혐오표현 검출
제작진
데이터김강민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