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등 민주당측 방심위원만 해촉...형평성 논란

2023년 08월 18일 18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17일(어제)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을 해촉한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회계검사에서 경고 처분을 받은 사람 3명 가운데 민주당 추천을 받은 상임위원 2명만 해촉되고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상임위원은 해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촉을 면한 국민의힘 추천 상임위원은 정연주 위원장을 대신해 위원장 직무대행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를 두고 애시당초 방통위의 회계 검사가 정연주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표적 검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해촉된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3명 모두 엄중 경고 조치 해놓고 민주당 추천 방심위원 2명만 해촉

지난 10일 방심위는 회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연주 위원장 등 상임위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근태가 불량했고 1인당 3만 원의 방심위 식사비 내부 규정을 어기는 등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은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상임위원이고 황성욱 상임위원은 국민의힘 추천 위원이다.
그런데 황 상임위원의 근태 불량과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건수를 보면 해촉된 2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방심위 발표 자료를 보면, 황 위원의 18시 이전 퇴근 비율은 73%로 위원장(65%), 부위원장(65%)보다 높았고, 1인당 집행기준을 초과한 업무추진비 사용도 24회에 287만 2천 원으로 위원장의 13회 166만 원, 부위원장의 9회 173만9천 원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황 상임위원은 해촉을 면한 것이다.
방심위 기본규칙 제2장 제4조에는 방심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부위원장, 상임위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게 돼 있다. 그 다음 순서는 비상임위원 중 연장자로 넘어가게 된다. 방심위는 상임위원 3명(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정연주 해촉 당시 방심위의 직무대행 순위는 다음과 같다.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의 동시 해촉으로 직무대행 자리는 황성욱 상임위원에게 돌아갔다. 만약 황 위원까지 해촉됐다면 직무대행은 비상임위원 6명 가운데 연장자인 민주당 몫의 옥시찬 위원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방심위 규칙상 국민의힘 추천 인사가 직무대행을 맡기 위해서는 단 한가지 방법, 즉 정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을 해촉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 방법이 현실화된 것이다.

대대적인 회계검사는 위원장 자리 빼앗기 위한 표적검사였나?

익명을 요구한 방심위 직원은 “이번 회계검사는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탈탈 털은 것에 비해서는 별로 나온게 없다는 평이 많다”면서 “회계검사 결과만 보면 3명을 다 해촉하든가 다 해촉하지 말든가 하는게 맞는데 2명만 해촉한 것을 보면 최소한의 공정성도 결여된 내로남불식 해촉”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비상임위원도 “방통위 회계검사 결과 3명의 상임위원 모두 비슷한 문제를 지적받았는데 야당쪽 추천위원 두 사람만 해촉한 것은 당초 회계검사가 표적검사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연주 위원장의 해촉 사례는 과거 KBS 강규형 이사 해임 사례와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2015년 9월 당시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던 강규형 이사는 업무추진비 320여만 원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17년 12월 임기를 불과 9개월 앞두고 해임됐다. 당시 강 이사의 해임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근거였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해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업무추진비가 일부 부당집행되긴 했지만 해임 사유로 보기엔 부적절하고 KBS 이사 11명이 모두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는데 강 이사만 해임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게 해임 취소 판결의 근거였다.
해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은 가처분소송과 본안소송 등 해촉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해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 대신 대통령 몫인 보궐 방심위원 자리에 류희림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위촉했다. 이로써 방심위 위원의 여야 구도는 4대 4가 됐다.
제작진
그래픽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