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으로 둔갑한 특활비… 사적 유용 의혹에도 검찰은 ‘묵묵부답’

2024년 01월 18일 20시 00분

대전지검 서산지청이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 수행에 필요하다’며 특수활동비로 패밀리 레스토랑과 대형마트, 주유소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활동을 구실로 환금성이 높은 상품권을 구매하고도 이를 최종적으로 어디에 썼는지 증빙하는 자료는 남기지 않아 사적 유용 등의 의혹까지 사고 있지만, 검찰은 상품권의 최종 사용처를 묻는 뉴스타파의 취재에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 특수활동비로 ‘농산물 상품권’ 구매… 왜?

2017년 12월 26일, 서산지청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범죄 정보 수집 등 특수활동을 했다며 특수활동비 20만 원을 집행했다.
지출증빙자료로 첨부돼 있는 ‘영수증’을 보면, ‘위 농산물상품권을 판매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특수활동을 한다며 농산물 상품권을 구매한 것이다.
▲ 대전지검 서산지청의 특수활동비 ‘영수증’. ‘위 농산물상품권을 판매하였음을 확인합니다’라고 나와 있다.
서산지청은 특수활동비로 농산물 상품권을 구매한 사유는 물론, 어떤 종류의 상품권을 산 건지도 파악할 수 없게 지출증빙자료에서 모든 정보를 삭제했다.
▲ 서산지청은 특수활동비로 농산물 상품권을 구매한 사유는 물론, 어떤 종류의 상품권을 산 건지도 파악할 수 없게 지출증빙자료에서 모든 정보를 삭제했다.
농산물 상품권으로 대체 어떤 특수활동을 수행했다는 걸까. 뉴스타파는 추적을 시작했다. ‘농산물 상품권’ 하면, ‘전통시장 상품권’이 떠오르기에, 먼저 충청남도 서산시의 전통시장을 찾았다.
취재진은 전통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상품권을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는지 물었다. 상인들은 ‘농협’과 ‘새마을금고’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주변에 새마을금고가 있었다. 취재진은 새마을금고 직원에게 서산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에 첨부돼 있는 ‘상품권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며, ‘새마을금고 상품권’을 사면 이와 동일한 영수증을 발행해주는지 물었다. 직원은 “우리 상품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협으로 갔다. 서산지청 바로 옆에 농협이 있다. 농협에서도 검찰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인 ‘상품권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며 같은 질문을 던졌다.
○ 기자: 이런 영수증을 끊어주는 상품권을 사려고 하는데… 
● 직원: 이런 영수증은 농촌사랑상품권, 우리 상품권 같은데. 

농협
취재진은 농협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영수증을 발급받았다. 서산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에 첨부된 상품권 구매 영수증과 정확히 일치했다. 
▲ 취재진은 농협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영수증(왼쪽)을 발급받았다. 서산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에 첨부된 상품권 구매 영수증(오른쪽)과 정확히 일치했다.
2017년 12월, 서산지청의 검사 또는 수사관은 특수활동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20만 원어치의 ‘농협 상품권’을 특수활동비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농산물 상품권… 전통시장 상품권 아닌, 대형마트·백화점·주유소 등에서도 사용 가능한 ‘현금성 상품권’

이 ‘농협 상품권’. 애초에 예상한 것처럼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평범한 전통시장 상품권’이 아니었다. ‘아웃백’과 ‘빕스’ 등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 백화점, 농협 인터넷쇼핑몰은 물론,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 마트’와 ‘농협 주유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었다. 
▲ 서산지청이 특수활동비로 구매한 농산물 상품권. 취재 결과, 현금과 다를 바 없는 상품권으로 확인됐다.
서산지청이 특수활동비로 현금과 다를 바 없는, 환금성이 높은 상품권을 구매한 것이다.

검찰, 현금성 상품권의 ‘최종 사용처’ 증빙자료 안 남겨… 

그런데 서산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 그 어디에도, 이 농협 상품권을 최종적으로 어디에 썼는지 증빙하는 자료는 없다. 예를 들어 특수활동 수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주유소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상품권을 사용했다면, 주유 영수증을 발급받아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로 첨부했어야 한다.
하지만 서산지청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는 농협 상품권을 사고 발급받은 상품권 구매 영수증이 끝이다. 이 영수증만으로는 서산지청의 검사 또는 수사관이 특수활동을 수행하는 데 상품권을 쓴 것이 맞는지 알 방법이 없다. 
상품권을 구매한 2017년 당시 서산지청에서 농협 상품권과 관련된 기획 수사라도 했을까. 지역 언론의 기사 등을 확인했지만, 서산지청이 관련 수사를 진행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현금성 상품권 ‘사적 유용’도 가능… 검찰, 취재 거부·회피 끝에 ‘묵묵부답’

지금까지의 취재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서산지청은 특수활동비로 2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샀다. ② 구매한 상품권은 현금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③ 그런데 상품권을 최종적으로 어디에 썼는지 증빙하는 자료는 없다. 
이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구조에서는 농협 상품권 같은 환금성 높은 상품권을 정말 ‘특수활동’에 썼는지 검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적으로 유용하는 예산 비위도 얼마든 가능하다.
그렇다면 서산지청은 특수활동비로 구매한 현금성 상품권을 정말로 특수활동 수행에 쓴 게 맞는지 확인하고 세금을 낸 주권자에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뉴스타파는 먼저, 특수활동비 집행의 결제권자인 당시 서산지청장에게 연락했다. 안범진 전 서산지청장은 “법무부에 물어보라”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 당시 지청장: 그 내용에 대해서는 벌써 이게 오래전 거라서요. 제가 기억을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그거는 저한테 물으실 게 아니고 법무부나 이런 데 물어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기자: 2017년 12월에 특수활동비 20만 원으로 농산물 상품권을 구매하신 것으로 돼 있던데요?
● 당시 지청장: 법무부나 이런 데 정식적으로 해서 한번 요청을 해보시죠. 네, 감사합니다. 
○ 기자: 변호사님이 직접… (전화 끊김)

안범진 당시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다음으로 서산지청에 연락했다. 서산지청 관계자는 뉴스타파의 취재 자체를 거부했다.
○ 기자: 서산지청에 공식적으로 좀 여쭤볼 것들이 있는데 언론 담당하시는 인권보호관이나 이런 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 검찰 관계자: 아니요. 그런 거 없어요. 
○ 기자: 자리 번호요, 자리 번호. 언론 담당하시는. 지청별로 인권보호관이나 담당자들이 있잖아요.
● 검찰 관계자: 아니요. 저희 청은 특별히 언론 담당 그런 담당자는 없어요. 

대전지검 서산지청
언론의 기본적인 질의조차 받지 않겠다는 무성의한 태도가 이어졌다.
○ 기자: 언론이 취재를 할 때 질의나 이런 거를 하려면 공식적으로 응대하는 창구는 있을 거잖아요. 그냥 없다고 말씀하실 게 아니라.
● 서산지청 관계자: 아니요. 저 잘 모르겠습니다. 
○ 기자: 선생님.
● 서산지청 관계자: 네. 저는 뭐 잘 아는 게 없습니다. 
○ 기자: 선생님.그럼 아는 분을 바꿔주세요. 
● 서산지청 관계자: 누가 아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 기자: 선생님. 이러시면 안 돼요. 저희가 질의서를 보내려고 하는데 ‘질의서도 받을 곳이 없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세금 받고 일하시는 분들이. 언론을 응대하는 창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공공기관에서. 제가 무슨 뭐 무리한 요구를 드리는 게 아니잖아요.
● 서산지청 관계자: (질의서를) 보내셔도 저희가 답변드리기 어려워요. 제가 받을 수가 없습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
어쩔 수 없이 서산지청을 관할하는 상급 검찰청인 대전지검에 연락했다.
○ 기자: 저희가 질의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방법이 지금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대전지검 측에 일단 문의를 드려보고자 전화를 드렸거든요.
● 대전지검 관계자: 제가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할게요.

대전지검 인권보호관실
잠시 후, 서산지청의 부장검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장검사는 답변 대신 대검찰청에 물어보라며 또다시 떠넘겼다.
질의서를 (대검찰청) 대변인 측 이메일을 통해 받아서 저희가 배당받고 있거든요. 기자님.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산지청 부장검사
돌고 돌아 뉴스타파는 대검찰청에 질의서를 보냈다. 국민 세금으로 특수활동을 수행한다며 현금성 상품권을 구매했고, 이를 사적으로 유용한 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해달라고 거듭 물었다. 그러나 대검찰청을 비롯해 서산지청, 대전지검 그 어디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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