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한미FTA와 개성공단

2012년 02월 10일 07시 53분

<기자>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 본부장은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뉴스특보 한미FTA 타경

“..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미측이 원칙적으로 수용을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지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서 역외 가공 지정을 지정하면 한국산과 동일하게 FTA 특혜 관세를 적용받게 됩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한미FTA의 대표적인 성과로 뽑았습니다.

@ 2007년 4월 한미FTA 협상 타결 대국민담화

“개성공단 제품도 한반도 역외 가공 지역위원회 설립에 합의하여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에 이 근거에 혜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측의 입장은 이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 당시 뉴스 영상

“하지만 파티안이 무역대표국 부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은 현재 한미FTA에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있다면서 개성공단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재차 확인했습니다.”

실제 한미FTA 협정문엔 개성공단이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협정 발효 1년 후 한미공동으로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립해 역외가공지역 제품의 한미FTA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결정 기준도 북한 비핵화와 역외가공지역의 노동 임금 조건 등입니다. 결국 개성공단 제품에 한미FTA의 포함은 미국 손에 달린 것입니다.

개성공단 제품도 한미FTA에 포함시키려고 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지만 이처럼 협상 결과는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협상 책임자들은 개성공단 이슈 관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난 2007년 3월 당시 핸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방한 내용을 기록한 주한미 대사관의 상급 비밀 전문은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전문은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 본부장이 폴슨 장관에서 개성공단 이슈는 노무현 정부의 좌익 지지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전문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당시 북미 관계 개선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의 자기 직무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가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하라고 자신을 더 세게 압박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은 한미FTA의 마지막 협상을 앞둔 시점. 개성공단 문제가 좌익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등의 언급이 미국측에 어떤 신호를 줬을까, 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2006년 6월 14일자 주한미 대사관 전문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1차 협상 때 우리측 대표단이 개성공단 문제를 최초 요구사항이 포함시키라는 정부의 확고한 훈령을 어겼다는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의 발언도 담고 있습니다.

한미FTA 협상 초기부터 우리 협상단이 청와대의 입장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한편 또 다른 미국 외교 전문에 의하면 한미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는 2007년 3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회장이 미국 대사와 만나 한미FTA는 더 면밀하게 검토해 다음 정권에서 결론을 내야 하며, 개성공단 제품을 FTA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들어났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미국 대사 버시바우는 한미FTA는 지금 아니면 안 되고 개성공단 관련 여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한미FTA는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되었습니다.

퇴임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FTA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

지난 2008년 9월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이*행사차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방문해 나눈 대화를 기록한 미국 전문입니다. 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먼저 노 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한미FTA 타결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하고 미국에 돌아가 FTA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덕담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시바우는 전문에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선 별로 자긍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라고 당시 분위기를 기록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시작한 한미FTA 결과에 대해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고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 개혁(?)된 채 날치기 통과됐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협상 책임자는 삼성그룹 사장으로 같고 협상과 재협상의 주역은 여전히 한국의 통상교섭 업무를 총괄지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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