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KTX 땅' 원 소유주의 차명부동산 변호사 활동

2023년 02월 28일 18시 00분

'울산 KTX역 인근 땅 거래' 논란에 휩싸인 김기현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가 해당 토지 원 소유주인 김 모 씨의 차명부동산 관련 소송에서 담당 변호사 활동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김 후보는 최근 해명에서 김 씨에 대해 ‘사업상 어려움을 겪던 교회 지인’이라며 사적인 친분 관계를 강조했지만, 부동산 사업의 밀접한 이해 당사자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KTX 땅(구수리) 투기 의혹과 김기현의 해명

의혹의 발단이 된 토지는 1998년 2월 김기현 후보가 ‘교회 지인’이라는 김 씨로부터 구매한 울산 언양읍 구수리 일대 약 3만 5,000평이다. 2003년 울산시가 KTX 울산역 연결도로 노선을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김 후보의 땅을 지나도록 수정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으로 재직했던 김 후보가 노선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 의혹은 김 후보가 국민의힘 원내대표시절이던 2021년 10월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전국적 사안으로 확대됐다. 최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자 사퇴까지 요구하면서 김 후보의 구수리 토지 거래 의혹은 현재 여당 내부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부상했다. 
김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의 갈래는 △ 구수리 토지의 구매 경위 및 매도자인 김씨와의 관계, △ 구수리 토지로 얻은 시세 차익의 규모, △ 연결도로 및 송전선로 경로 변경 개입 및 이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여부 등 다양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귀결되는 시세 차익의 경우, 직접적으로 비교할만한 주변 토지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추정 금액의 차이가 큰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 측은 1,800배라고 주장했지만 김 후보자 측은 토지 활용 가치가 거의 없어 시세 차익 또한 공시지가 상승분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가 연결도로 경로 변경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 했는지 또한 명확한 근거 없이 추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토지 구매 경위 및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 씨는) 제가 다니고 있던 같은 교회의 교우였습니다. 그 분은 건설업을 하시는 분이셨고 IMF 사태로 건설업에 투자했던 여러가지 사업들이 아주 곤경에 처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되었을 때 같은 교회의 교우이고, 제가 변호사를 하고 있으면서 어느 정도의 자금 여력이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저에게 그것을 사달라고 자기가 급하니까 좀 사달라고 부탁을 해서 사게 되었던 것이구요.”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IMF로 사업상 어려움을 겪던 교우를 돕기 위해 ‘선의’로 구수리 땅을 구매해 줬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 후보는 김 씨와의 관계와 관련해 밝히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땅 판 김 씨는 김기현 후보의 차명부동산 사건 의뢰인

뉴스타파는 김기현 후보가 1990년대에 울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점에 착안해 그가 당시에 수임했던 사건 내역을 취재했다. 부동산 관련 사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가 과거 김 씨의 변호사로 활동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 씨는 1988년 정모 씨 등으로부터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일대 토지 1,759m²의 토지를 매수했다. 그러나 본인의 이름이 아닌 박 씨의 이름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실제로는 김 씨의 땅이지만 명의는 박 씨의 이름으로 해 둔 차명부동산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1996년 5월 김씨는 박 씨 측에 실제 소유관계에 따라 명의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는 부동산 실명법 제정 및 시행에 따라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던 때였다.  
이때 김 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것이 김기현 후보다. 김 후보는 1991년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를 지낸 후 변호사로 개업한 상태였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판사는 당시 부산지법 울산지원 민사1단독의 류 모  판사였다. 김기현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5기)이다. 김 씨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셈이다.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소송이 접수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제 139조에 따른 ‘의제자백’에 해당한다며 김씨 측 손을 들어 줬다. 의제자백이란 당사자가 직접 자백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다투지 않거나 정해진 재판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김 씨는 김기현 변호사의 도움으로 차명부동산을 되찾았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교회 지인 간에 주고 받았다는 수상한 부동산 거래

현재 논란이 된 KTX 울산역 인근 땅 거래 시점과 김 후보의 해명 또한 역시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등기 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1998년 1월 31일 울산 언양읍 구수리 일대 9개 필지 약 3만5,000여평을 매수한다. 김 씨가 등기를 접수한 날은 열흘 후인 2월 10일이다. 그리고 이 땅은 하루 뒤인 2월 11일 다시 김기현 후보에게로 넘어간다. 3만 평이 넘는 땅의 주인이 열흘 남짓한 시간에 두 번이나 바뀐 것이다. 
김 씨가 IMF 사태로 곤경을 겪었다는 김 후보의 해명대로면, 김 씨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던 시기에 굳이 쓸모도 없던 땅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취등록세 등을 납부하고 김 후보에게 다시 판매한 셈이다. 
김 후보와 김 씨가 얽힌 부동산은 소송을 통해 되찾아준 울산 상북면 토지 및 KTX 역 인근 구수리 토지 뿐만이 아니다. 김 후보는 1994년 울산 삼산동 일대 대지를  매입했는데 당시 이 땅을 판 인물 역시 김 씨이다. 이후 김 후보가 건물을 지었고,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 가액은 2004년 15억 원에서 2022년 35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 후보와 김 씨는 교회 지인 관계를 넘어 부동산 사업과 관련해 밀접한 이해관계자였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씨 사건 수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 "그동안 시세차익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을 뿐 김 씨와의 관계나 매수 경위를 숨긴 적은 없다"라며 "변호사로서 할 일을 한 것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제작진
영상취재신영철 정형민
편집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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