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는 “논쟁적 사안”…이진숙의 황당 답변 4가지

2024년 07월 30일 21시 28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사상 초유의 ‘3일’ 청문회였다. 3일은 인사청문회법에서 정한 최장기간이다. 장관급 후보자의 청문회는 통상 하루 이틀 진행돼 왔다.
“논쟁적 사안이어서 답변하지 않겠다, 건건이 답변드리지 않겠다, 자연인 때 썼던 글이다.” 이진숙 후보자는 3일 동안 여야 위원들 질의에 이런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중에도 잊지 말아야 할 발언들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부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그리고 고 이용마 기자 해고와 죽음까지. 이 4가지 사안과 관련한 이 후보자의 말이다.

1. “일본군 ‘위안부’, 논쟁적 사안”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이었던 26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생각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물었다. 이 후보자는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 후보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위안부입니까. 아니면 강제입니까, 아니면 자발적입니까?
□ 이진숙 후보자 : 논쟁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 : 이걸 답변 못 합니까?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3일 차 중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는지 아니면 자발적이었는지를 묻는 말이었다. 이 물음이 “논쟁적인 사안”이라고 한 이 후보자의 답변은 일본군 ‘위안부’ 즉,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이 사안이 누구와 누가 논쟁하고 있냐?”고 최민희 위원장이 재차 묻자 이 후보자는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MBC 재직 시절 워싱턴 특파원을 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취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안부’의 강제 동원 여부에는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2. 5.18 폄훼 글에 ‘좋아요’ 누르고 “손가락 운동 신경 쓰겠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 첫날인 24일,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이 담긴 지난해 6월 페이스북 게시글 하나를 공개했다.
“폭도들의 선동, 선전에 의해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문장. 그리고 전라도 사람을 혐오하는 표현인 ‘홍어족’이라는 단어를 쓴 대목. 심지어 전두환 씨를 “애꿎은 희생양”이라고 말하는 이 페이스북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다.
한민수 위원이 인사청문회 첫날 공개한 화면.
이런 내용의 SNS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이유를 물으니 이진숙 후보자는 “손가락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고 답했다.
■ 황정아 위원(더불어민주당) : 5.18 민주화운동 폄훼 혐오 글에 '좋아요'를 누른 맥락이 무엇입니까.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까? 사태입니까? 
□ 이진숙 후보자 : 제가 아는 분이라든가 저를 이전에 특히 선거 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은 그냥 무심코 ‘좋아요’를 누르기도 합니다. 공직에 임명이 된다면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 표시를 하는 것에 조금 더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일 차 중
“손가락 운동이 뭐냐, 5.18 민주화 운동에 치러진 희생의 무게가 손가락 운동만큼의 무게냐”는 정동영 위원(더불어민주당) 등 질타가 나오자 이 후보자는 말을 주워 담았다. “그 용어에 대해 사과드린다, 취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5.18’에 대한 속마음은 ‘기록, 국법’과 같은 단어들 뒤로 숨겼다.
□ 이진숙 후보자 : 제가 5.18은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룩한 운동으로 기록을 하고 있고 우리 국법이 저는 그 국법을 준수합니다. 
■ 조인철 위원(더불어민주당) :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다라는 얘기가 듣고 싶은 게 아니고 본인의 생각이 뭐냐고요.
□ 이진숙 후보자 : 저는 그 국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5.18은 민주화 운동이라는 국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2일 차 중

3. “최선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게 생각”…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한마디’ 사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2014년 4월 16일, MBC의 보도본부장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시각 ‘전원 구조’ 오보를 내고 바로 그날 저녁, 참사 희생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를 보도한 언론사의 보도 책임자였다.
이 때문에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인사청문회장에 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직접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그리고 이진숙 후보자의 사과는 앉은 자리에서, 참사 유가족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던진 한마디로 끝나버렸다.
■ 이해민 위원(조국혁신당) :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십니까?
□ 이진숙 후보자 : 책임을 통감합니다. 
■ 이해민 위원(조국혁신당) : 지금이라도 유가족 보시는 앞에서 유가족 와 계시니깐, 사과를 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 이진숙 후보자 : 유가족께 말씀드립니다.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1일 차 중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화면에 짧은 사과문을 띄웠다. 이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에게 이 사과문을 읽을 의향이 없냐고 물었다. 이 의원이 챗GPT로 작성해 가져온 이 사과문 전문을 옮기면 이렇다.
“나 이진숙은 MBC 보도본부장 당시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전원 구조’라는 세월호 참사 당시 오보와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그릇된 판단으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큰 상처를 입힌 점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후보자는 이 사과문을 읽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앞서 짧은 사과에 대해 “지금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그런 사과는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치러진 25일에는 이른바 KBS의 ‘세월호 추모 리본 모자이크’ 사건이 있었다.
방송 4법 중 하나인 일명 ‘방통위법’이 이날 국회에 상정돼 무제한 토론이 벌어진 상황. 국회 현장에 있던 한 KBS 기자는 생중계로 이 소식을 전했다. 이 때 기자 노트북에 붙어 있던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도 생방송 화면에 나갔다.
기자 노트북에 붙어 있는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는 KBS 뉴스 영상. (출처 : KBS)
KBS는 이 생방송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는 과정에서 추모 리본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해당 방송 이후 진행된 생중계부터는 아예 노트북에서 추모 리본을 떼어버리게 한 것도 확인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역시 답을 피해갔다.
■ 정동영 위원(더불어민주당) :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에 모자이크 처리한) KBS의 이런 태도는 적절합니까? 
□ 이진숙 후보자 : 제가 특정 방송사의 조치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정동영 위원(더불어민주당) :피해 갈 궁리만 하시지 말고 방송통신위원장이잖아요. KBS 이사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KBS 감독권을 갖고 있잖아요. 어떻게 적절합니까. 본인의 판단을 얘기해 보세요. 판단과 가치관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될 수 있습니까? 어떤 판단입니까? 
□ 이진숙 후보자 : 말씀드리지 않은 것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3일 차  중

4. “이용마 기자에게 사죄할 생각 없나?” “후배 죽음 안타깝게 생각”

“이용마를 기억하라!”
“이진숙은 사퇴하라!”
지난 24일 인사청문회장으로 들어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향해 MBC 전현직 구성원들은 이렇게 외쳤다.
이달 24일 인사청문회 첫날, “언론 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전직 MBC 아나운서로, 당시 노동조합 집행부로 파업에도 참여했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언론 장악 청부업자 이진숙 사퇴하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도 “본인이 방통위원장 자격이 정말 있다고 생각하냐?”고 소리쳤다.
이들이 외친 이름, 고 이용마 MBC 기자는 MBC에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본부장이 재임 중이던 2012년에 노조 홍보국장이었다. 당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MBC 파업을 주도한 뒤 부당 해고를 당했고, 복막암으로 투병하다 2019년 별세했다.
고 이용마 기자의 모습.
청문회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철 전 사장은 이용마 기자에게 “사죄해야죠”라고 말했다. 다만 이진숙 후보자는 “후배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 정동영 위원(더불어민주당) : 본인은 (고 이용마 기자에게) 사죄할 생각이 없어요? 
□ 이진숙 후보자 : 후배의 죽음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2일 차 중
지난 7월 29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발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곧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달 4일 후보 지명 소감에서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 EBS 모두 현 이사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 새 이사 후보자 공모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방문진과 EBS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새 방송통신위원장의 언론 장악 시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작진
언론장악 공동취재단뉴스타파 오마이뉴스
취재박상희 박종화 신상호
영상 취재 신영철 이상찬
편집정애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