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와  유령근로자... 불법 판치는 평화용사촌

2019년 03월 07일 19시 24분

상이등급 1급 국가유공자들의 생활안정과 자활을 돕기 위해 만든 용사촌이 특정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하면서 각종 불법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평화용사촌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명의대여 사업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 했고, 실제 일하지 않은 사람을 허위로 근로 대장에 등재시켜 연간 수억 원의 인건비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계약서에 따르면 평화용사촌은 김성근 회장 명의로 지난 2017년 8월 침구류 제조 및 판매를 석 모 씨에게 위탁하고, 그 대가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명의대여 계약을 맺었다.  수수료는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2018년에는 1%, 2019년에는 2% 등 매년 1%씩 늘려 2022년에는 5%를 받기로 했다.

이같은 명의대여 계약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용사촌 등 보훈단체 등이 정부와 수의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평화용사촌은 부산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입회 하에 명의대여 계약에 대해 공증까지 받았다. 공증서를 보면 시각장애인으로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김성근 회장을 대신해 평화용사촌 지하철사업소장인 김민정 씨가 날인했다.

그런데 김민정 씨는 이날 또다른 계약서에 공증을 섰다. 침구사업과 관련한 석 씨와 고 모 씨간 리베이트 계약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석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침구사업 매출액의 2%를 고 모 씨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도록 돼 있다.

고 씨의 남편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고 씨는 계약이 맺어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김민정 소장이 서류를 달라고 해서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고 씨의 인감증명서 등을 김민정 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고 씨의 남편은 현재 평화용사촌 지하철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공증서에는 고 씨 본인이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김민정 소장이 고 씨를 대리한 것으로 나와있다. 리베이트 계약의 주체가 고 씨가 아닌 김 소장 본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계약이 체결된 지 한 달 뒤 김성근 회장은 평화용사촌침구사업소라는 주식회사를 따로 설립했다.

뉴스타파가 방위사업청 전자조달시스템과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 수의계약 현황을 확인한 결과 침구사업소의 매출은 지난 2017년 4600만 원, 2018년에는 8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건당 500만 원 이상의 금액으로 체결된 수의계약 내역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침구사업소의  실제 매출은 이보다 많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계약서대로라면 실제 매출이 발생한 만큼 계약서 대로 석씨는 용사촌에 수수료를, 고씨가 지정하는 계좌에는 리베이트를 지급해야 한다.  평화용사촌은 2018년부터 1%의 매출을 수수료로 받게 돼 있어 81만 원을, 고씨가 지정하는 계좌에는 매출의 2%인 254만 원이 입금돼야 한다.

 뉴스타파는 김민정 소장에 리베이트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김 소장은 “법정에서 애기하겠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또 자신의 딸이 명의대여 계약을 하고 리베이트 계약에 공증을 선 사실을 알고 있는지 김성근 회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런 것을 흠으로 잡고 따지고 있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성근 회장과 그의 딸이 저지른 비리 의혹은 또 있다. 평화용사촌은 복지공장을 운영하는 것 외에 부산교통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연간 100억 원 대의 청소용역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김 회장의 딸 민정씨가 책임을 맡고 있다.

그런데 김 씨는 평화용사촌 회원과 배우자 명의를 도용, 통장을 만들고 이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가 지하철사업소장으로 임명된 뒤인 2016년 10월  전 평화용사촌 회원인 임정택 씨 아내 명의의 부산은행 통장이 개설됐다. 임 씨 부부는 이듬해 6월까지 통장이 개설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통장에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9차례 모두 1950만 원이 입금됐다 사라졌다.  임 씨 아내 명의로 발행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에는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평화용사촌에서 모두 13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임 씨는 자신의 아내가 “용사촌에서 전혀 일한 적이 없고, 통장을 만든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 씨 아내 명의 계좌에 입금됐던 돈은 다른 통장에서 인출된 돈과 함께 ‘평화용사촌 김성근’ 명의의 계좌로 입금됐다.  

주용환 회원의 경우 2015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명의의 통장에 1억2천여만 원이 입금됐다 사라졌고, 김수질, 류호열 전 회원의 경우 각각 6800여만 원의 돈이 이들 명의의 계좌에 입금됐다 빠져나갔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들처럼 실제 일하지 않았음에도 평화용사촌의 유령 근로자로 등재된 회원과 배우자는 모두 27명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는 매년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평화용사촌 김성근 회장 일가가 명의대여 계약을 통해 얻은 불법 수익과 유령근로자를 내세워 빼돈린 돈의 행방을 철저히 수사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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