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진흥원의 '이재명 캠프·인수위 자녀' 채용... 면접관 다수 '이재명과 인연'

2022년 02월 22일 14시 45분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캠프 및 인수위 인사들의 자녀 3명이 성남시 산하 공공기관인 성남산업진흥원에 채용된 사실과 관련해, 당시 면접위원의 과반 이상이 '이재명 관련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성남진흥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면접위원 중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 출신, 이재명 후보가 재직하던 법무법인의 변호사도 있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성남산업진흥원의 채용 관련 내부 자료. (출처 : 이기인 성남시 의원)

합격자 모두 캠프 및 인수위 자녀... 면접관 절반 '이재명 관련'

지난 2011년 성남진흥원은 6급 직원 2명을 공개 채용했다. 채용에는 68명이 지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합격한 2명은 김 모 씨와 최 모 씨. 이 가운데 김 씨의 아버지는 이재명 후보가 낙선했던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다. 두 번째 최종합격자 최 씨의 아버지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던 2010년 선거 이후 꾸려진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뉴스타파가 이기인 성남시 의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종 합격자 김 씨와 최 씨는 서류·필기(인적성·논술 시험) 전형을 모두 통과해 면접대상자 15명에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최종 합격자 2명에 들기 위해선 7.5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합격자를 가르는 기준인 종합점수 평가 비율은 인성 10%, 논술 20%, 면접 70%였다. 면접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면접 점수를 매긴 면접위원들은 누구였을까. 성남진흥원의 2011년 '직원 채용 면접 계획(안)'을 보면, 면접에 참여한 인사위원은 6명이다. 성남진흥원의 사업본부장 김 모 씨와 기획경영본부장 신 모 씨, 최 모 변호사, 을지대학교 김 모 교수, 성남문화원 김 모 이사, 성남시청 윤 모 과장이었다. 성남진흥원 규정에 따르면 우선 진흥원 내부와 외부 인사들을 인사위원으로 위촉해 인사위원회를 꾸린 뒤, 이들 가운데 면접 당일 사정이 되는 사람들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간다. 2011년 면접에는 내부 인사위원 2명과 외부 인사위원 4명이 면접관으로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면접관 6명 중 3명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모종의 관계로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내부 면접위원이었던 사업본부장 김 씨는 이재명 시장 취임 직후인 2010년 7월, 30대 중반 나이에 성남진흥원 본부장이 된 인물이다. 단수 추천 특채를 통해서였다. 단수 추천이란 여러 사람이 채용에 지원해 경쟁을 펼치는 게 아니라, 딱 채용 인원만큼만 추천을 받아 직원을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경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원장 바로 아래인 최고위직인 2명의 본부장 중 하나로 '발탁'된 셈이다. 김 씨는 과거 분당주민연합회장을 지냈고 분당 한솔5단지의 리모델링 조합 홍보이사였다. 김 씨가 리모델링 조합에 있던 시기 조합장은 '대장동 사태'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씨였다. 김 씨는 2010년 선거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도 역임했다. 
2009년 11월, 당시 분당주민연합회장이었던 김 모 성남진흥원 사업본부장은 이재명 후보, 유동규 씨 등과 함께 성남·하남·광주시의 통합을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출처 : 시티뉴스)
또 다른 내부 면접위원, 성남진흥원의 기획경영본부장 신 씨도 이재명 후보의 시장 취임 이후인 2010년 11월, 단수 추천 특채로 본부장이 됐다. 대기업을 다니던 신 씨는 성남시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대안학교 운동 등 여러 지역운동에 참여했다. 성남 지역 변호사로 시민단체인 '성남시민모임'을 이끌던 이재명 후보와는 이런 활동 과정에서 연을 맺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 씨가 주도했던 낙생저수지 보호 운동에는 '성남시민모임'도 관여했다. 성남진흥원 안팎에서는 신 씨의 배우자가 과거 교육 운동을 하며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와 친분을 쌓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부 인사위원으로 또 다른 면접위원이었던 최 모 변호사는 성남시 고문 변호사였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했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 사건 40건을 수임했다. 전체 수임료는 13억 원이 넘었다. 최 변호사는 2013년 9월부터 3년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이사회 비상임이사를 맡기도 했다. 2014년 2월부터 2년 반 동안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성남도개공 이사회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여러 주요 현안을 의결했다. 성남도개공 규정상 비상임이사는 별다른 공모절차 없이 시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최 변호사는 지난 2016년, 이재명 후보 지지단체인 공정사회포럼이 '이재명 성남시장 허위사실·악성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설립하자 법률 지원을 맡기도 했다.
2011년 성남산업진흥원 채용 면접위원 중 이재명 대선 후보와 연관된 인사들.

2013년 채용 때도 면접관 절반 이상 '이재명과 인연'

2013년에도 성남진흥원은 6급 직원 4명을 공개채용했다. 140명이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필기 전형을 거쳐 면접 대상자 20명이 선발됐다.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기준인 종합점수 평가 비중은 2011년 채용 당시와 마찬가지로 인성 10%, 논술 20%, 면접 70%였다. 이번에도 면접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합격한 4명 중 한 명은 백 모 씨. 백 씨의 아버지는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장이었고, 2014년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선 도전 당시엔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성남진흥원이 작성한 '신규직원 면접심사 결과' 자료를 보면, 2013년 면접에 들어간 인사위원은 5명이었다. 2011년 면접위원이었던 기획경영본부장 신 모 씨와 사업본부장 김 모 씨가 이번에도 포함됐다. 외부 인사위원으로는 이 모 변호사와 성남시청 최 모 과장, 성남문화원 김 모 이사가 면접에 들어갔다.
앞서 설명했듯 기획경영본부장 신 씨와 사업본부장 김 씨는 이재명 후보와 연관된 인물들이다. 여기에 더해 외부 인사위원이었던 이 모 변호사는 법무법인 새길 소속으로 확인됐다. 새길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기 전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이다. 면접관 5명 가운데 3명이 이재명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셈이다. 면접 자체와는 무관하지만, 2013년 당시 성남진흥원의 대표이사도 법무법인 새길 출신의 이용철 변호사였다. 이용철 변호사는 이재명 성남시장 인수위원이기도 했다.
2013년 성남산업진흥원 채용 면접위원 중 이재명 대선 후보와 연관된 인사들.
2011·2013년 채용 상황에 대해 잘 아는 성남진흥원 관계자는 "성남진흥원에는 정말 스펙이 좋은 지원자가 많이 지원한다. 최종 합격된 김 씨와 최 씨, 백 씨의 스펙은 상대적으로 상위권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낙 면접의 점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 면접으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 관련 인사 자녀들이 채용된 게 특혜 아니냐'는 여러 언론보도에 대해 성남진흥원은 '공개채용이었으니 문제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절차적 문제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록도 안 남기는 면접장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어떻게 아느냐. 면접위원이 되는 인사위원들도 사실상 위에서 '이 사람으로 위촉하라'며 내려오는 거다. 그리고 예전엔 간부급과 인사팀이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알기도 했다.

성남산업진흥원 관계자
다른 성남진흥원 관계자는 "밖으로야 말을 못하지만 안에서는 '이번에 누가 뒷배로 들어 왔다'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있었다. 솔직히 좀 심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2011년과 2013년 채용 면접 당시 각각의 면접위원들이 채용 지원자들에게 어떤 점수를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 성남진흥원에 면접 점수표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성남진흥원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직원 채용은 규정에 의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이에 뉴스타파는 당시 면접위원들에게 연락해 '인사위원이 된 경위', '면접자 중에 이재명 관련 인사의 자녀들이 있었던 사실을 알았는지', '당시 채용·면접이 공정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다.
내부 인사위원들, 즉 성남진흥원 사업본부장이던 김 씨와 기획경영본부장이었던 신 씨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김 씨는 현재도 성남진흥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 씨는 성남진흥원 퇴직 후 최근까지 경기도 예산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기관장으로 재직했다.
2011년 채용 당시 외부 인사위원으로 면접에 참여했던 최 모 변호사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채용 면접에 참석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입사지원자의 신상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 누구의 자녀라서 잘 봐주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2013년 인사위원이었던 이 모 변호사는 "면접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원자 중에 이재명 시장 선거 캠프·인수위 소속 인사의 자녀가 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외부 인사위원은 면접만 참여할 뿐 누가 합격했는지도 통지받지 않아서 최종합격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문의 내용은 모두 성남진흥원 소관이다. 성남진흥원이 답할 문제다"라고 답했다. 

감사원도 지적한 성남산업진흥원의 '문제적 채용 실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성남진흥원의 이재명 캠프·인수위 인사 자녀' 채용 언론보도에 대해 성남진흥원은 계속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10년대 초 성남진흥원의 전반적인 채용 실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적이 있다. 
성남진흥원은 2010년대 초부터 이어진 특별채용 절차와 관련해 2014년 감사원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 성남시청과 성남진흥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성남진흥원은 공개 채용이 원칙인데도 채용 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선발 형태도 단수 추천 방식이었다. 모두 규정 위반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특별채용을 주도한 건 앞서 등장한 성남진흥원의 기획경영본부장 신 씨와 사업본부장 김 씨였다. 이들이 내·외부 전문가들에게 채용 대상자 추천을 의뢰해 추천이 들어오면, 인사위원회가 심의 절차를 거쳐 특별채용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들은 스스로 채용 대상자를 추천했다. 2011년 4명의 직원을 특별채용할 당시 신 씨는 대안학교 활동 당시 지인, 김 씨는 전 직장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을 추천했다. 다른 2명은 본인들의 봉사활동 지인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이렇게 추천받은 한 명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거 캠프 정책본부장 출신 고 모 씨였다.
이들에 대한 채용 여부는 인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그런데 이미 설명했듯 기획경영본부장 신 씨, 사업본부장 김 씨는 2011년 당시 인사위원이었다. 더욱이 신 씨는 인사위원장이었다. 자신들이 추천을 의뢰하고, 추천까지 한 채용 대상자의 선발 여부를 또 본인들이 직접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신 씨와 김 씨의 지인, 이재명 시장 캠프 정책본부장 고 씨는 모두 성남진흥원에 입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남진흥원은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낸 제출 자료에서 '직원 채용 시 공개경쟁 선발을 이미 의무화하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또 특별채용을 했다. 이번에도 채용공고는 없었다. 이듬해인 2013년에도 추천 특채는 이어졌고, 2014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014년 특채로 뽑힌 직원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수행비서의 매제(여동생의 남편)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산업진흥원 사무실. 
결국 이런 특별 채용의 문제점은 2014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고, 성남진흥원도 문제를 인정했다. 성남진흥원은 감사원에 낸 답변서에서 "공개채용과 관련된 규정을 위배했다", "재단의 의도와 다르게 특정인에게 특혜 부여의 의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사안임을 인지했다"고 썼다. 하지만 특별 채용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성남진흥원은 답변서에서 "관련 규정을 잘못 이행하고 시행한 조치이긴 하지만,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었음 감안해 달라"며 감사원에 선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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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홍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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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