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내부 증언… 역대 장관의 특활비를 감추는 '진짜 이유'

2024년 03월 06일 10시 00분

법무부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역대 법무부 장관이 집행한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가 법무부에 공개를 요청한 정보는 조국, 추미애, 박범계, 한동훈 등 4명의 법무부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에 집행한 특수활동비 지출증빙 자료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애초 법무부는 대법원 판례에 준하는 수준으로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장관의 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될 경우, 이후 고위 검사들이 포진해 있는 법무부 주요 부서의 특수활동비 자료까지 연쇄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을 우려해 전면 비공개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고위 검사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스타파, 법무부에 ‘역대 장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 정보공개청구

뉴스타파는 검찰을 상대로 3년 5개월간의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집행한 특수활동비 자료를 받아냈고, 이후 검찰총장을 포함한 전국 검찰청 소속 검사들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검증해 폭로하고 있다. (권력 감시 프로젝트: 검찰의 금고를 열다)
▲ 올해 1월 3일,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국, 추미애, 박범계, 한동훈, 이렇게 4명의 법무부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에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 달라며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서를 냈다.
올해 초, 뉴스타파는 역대 법무부 장관이 집행한 특수활동비 자료도 확보해 검증하기로 했다. 지난 1월 3일,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국, 추미애, 박범계, 한동훈, 이렇게 4명의 법무부 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에 집행한 특수활동비의 지출증빙 자료를 공개해 달라며 법무부에 정보공개 청구서를 냈다.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의 공개와 관련해 2023년 4월 13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1, 2, 3심 판결문을 파일로 첨부하오니, 귀 기관(법무부)에서도 이를 참고하시어 사법부의 판단에 준하는 정보를 공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가 법무부에 낸 정보공개청구서 (2024.1.3.)
검찰 특수활동비의 공개를 확정한 대법원 판례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자료도 공개를 요구해 보라’는 취지의 한동훈 장관 발언까지 있던 상황이어서, 법무부가 역대 장관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거부할 사유와 명분은 없어 보였다.
정확하게 윤석열 총장 당시를 타기팅 해서(표적 삼아) 가거든요. 그 이후의 박상기 장관이라든가 이런 분을 타깃해서 요구한 자료는 없어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2023.07.26.)

“장관 특활비 공개 준비 끝” → “전면 비공개”로 180도 뒤집어… 왜?

법무부가 장관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 뉴스타파에 통지해야 하는 기한은 애초 올해 1월 16일이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1월 30일로 통지 기한을 미뤘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통지 기한은 한 차례 연기가 가능하다. 따라서 법무부는 1월 30일까지는 뉴스타파에 통지서를 보냈어야만 하는데, 이날 오후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오후 6시 3분. 법무부에서 전화가 왔다. ‘준비가 다 끝났다’, ‘공개할 자료의 분량은 200장 정도다’, ‘그런데 차관의 결재가 아직 안 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로부터 엿새 뒤인 2월 5일. 법무부에서 공식 통지서가 왔다. ‘비공개’ 결정이었다. 불과 엿새 전, 200장 분량의 자료를 공개할 준비를 마쳤다고 알려왔던 법무부가 돌연 비공개로 입장을 바꾼 것. 대체 법무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 지난 1월 30일, 200장 분량의 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할 준비를 마쳤다고 알려왔던 법무부는 엿새 만에 돌연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법무부 내부 증언 ① 사유·명분도 없이 무조건 비공개… ‘시간끌기’ 목적

뉴스타파는 관련 취재를 하던 중 법무부 관계자의 내부 증언을 확보했다. 내부 증언자는 법무부가 애초에는 역대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려던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조가 섰었어요. 공개 쪽으로 가자고. ‘큰 틀에서 이거는 공개가 맞지 않겠냐’라는 의견이셨고. 전체적으로 수뇌부 분들이 다 그런(공개) 의견이셨어요. 

법무부 내부 관계자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도, 검찰 특수활동비처럼 비공개 결정을 통보한 뒤 행정소송까지 가기로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결정한 대법원의 확정 판례가 이미 존재하기에 행정소송으로 가더라도 법무부가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 사실을 법무부가 모를리 없었다. 
법무부 내부 관계자는 오로지 시간을 끌려는 목적으로 장관의 특수활동비 정보를 비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행정소송) 결과는 뻔할 거지만, 대검이 (특수활동비 자료를) 줬기 때문에… 그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시간을 좀 더 확보하자’라는 취지인 것 같은데… 시간을 좀 더 끌려는 좀 계획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 저희는 잘 모르겠습니다.

법무부 내부 관계자  
대법원의 공개 판례에 따라 마땅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는, 이 같은 의사 결정의 중심에는 누가 있고, 또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법무부 내부 증언 ② 정보공개 여부 결정 과정에 ‘검사 집단 이해관계’ 작용

올해 1월 법무부가 장관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거부할 당시,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장관 직무를 대행하던 심우정 차관에게 있었다. 한동훈 장관이 갑자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장관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한 심우정 차관은 직전까지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직했다.
▲ 심우정 법무부 차관
내부 증언자는 법무부에 대한 뉴스타파의 또 다른 정보공개청구가 검사 출신인 심 차관의 자료 비공개 방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의 공개 여부 통지 기한을 일주일 앞두던 지난 1월 24일, 뉴스타파는 법무부 검찰국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에 대해서도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번에 검찰국에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는 바람에 이제 모든 게 좀 달라지지 않았나, 상황이. 검찰국이 들어왔으니까 그거를 같이 보고서 판단해야 되겠다는 의중이 나오신 거고요, 의견이. 

법무부 내부 관계자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부서다. 검찰국장은 검찰 내 요직 중에서도 요직이다. 대검찰청 대변인과 법무부 기조실장을 지낸 권순정 검사장이 현재 검찰국장으로 있다. 
장관실로 장관이 쓴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서를) 내셨잖아요.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검찰국장, 검찰국을 이제 또 상대로 하셨고. 이렇게 따지면 법무부 산하에 있는 모든 실국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청구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니까... 이렇게 건건이 들어오게 되면 이거는 협조하기 좀 힘들지 않겠냐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무부 내부 관계자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공개될 경우 이를 물꼬로, 검찰국을 포함해 엘리트 검사들이 포진해 있는 법무부 주요 부서의 특수활동비 자료까지 연쇄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을 심우정 차관 등 법무부 지휘부가 우려했다는 의미다.

뉴스타파 “소송 내고 또 3년 기다리라는 건가”... 법무부 “알아서 판단해라”

뉴스타파 취재진이 이런 내부 증언을 들은 시점은 법무부가 검찰국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기 전이었다. 실제로 법무부는 2월 20일, ‘검찰국 특수활동비 자료의 공개를 거부한다’고 통지했다.
뉴스타파는 법무부 검찰국에 연락해 검찰국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를 비공개한 사유를 물었다. 검찰국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기자: 검찰국 직원이면 검찰 직원이니까 검찰에서 이미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한 사실도 아시잖아요. 왜 공개했는지도 아시잖아요. 근데 왜 검찰국만은 다른 판단을 내린 건지를 여쭙는 거잖아요.
●검찰국: 합리적으로 판단한 거라니까요. 계속 이렇게 말꼬리 잡지 마시고요. 하실 말씀하시고 그 절차대로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선생님.
○기자: 또 행정소송해서 또 1,243일, 또 기다리라고 그러는 거예요?
●검찰국: 그것까지는 제가 어떻게 선생님의 판단이니까요. 그거는 선생님께서 판단하시면 될 것 같아요.

뉴스타파-법무부 검찰국 통화 내용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면서 주권자의 알권리보다 고위 검사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한 게 아닌지, 반론과 해명 등을 듣기 위해 심우정 차관에게 연락했다. 심 차관은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심 차관에게 같은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영상취재신영철, 김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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