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최승호가 짤렸다

2012년 06월 23일 06시 38분

<기자>

MBC 김채철 사장이 또 다시 해고 등 대량 징계를 벌였습니다. 지난 18일과 19일. MBC 김재철 사장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두 명을 해고하고 10명에 대해서는 정직 6개월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지난 3년 동안 김재철 사장에 의해 해고된 MBC 조합원은 8명으로 늘었습니다.

[이용마 기자 2012년 해고]
“김재철이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김재철이 MBC에 온 뒤 지금까지 무려 8명이 살인 해고를 당했다. 올 들어서만 6명. 한 달에 한 번 꼴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량 해고 사태는 80년 전두환 군부독재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언론통폐합 사태 이후 단일 언론사로썬 최대입니다.

[이근행 PD 2010년 해고]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제가 그 위원장하고 39일 파업 끝내고 참 많이 못 잤어요. 그러면서 수면제도 좀 먹어봤는데 어젠 정말 잠이 안 와가지고 수면제를 다시 먹어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새롭게 해고 대열에 들어든, 들어서신 분들도 저보다 정신능력이 더 탁월하지 않다면 비슷한 과정을 겪지 않을까. 음. 잠이 안 오실 것 같애요. 안 올 거예요, 아마. 오지 않을 것이고.”

특히 이번에 해고된 이는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 이들 두 사람은 그동안 간판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뉴스 취재를 맡아 왔습니다.

[최승호 PD 전 노조위원장]
"언론인으로서 이제 권력을 견제하고 하는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늘 원하고. 그 정도 역할이 저한테 주어진 소명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이 시대는 도무지 제 그런 바램을 허용해주지를 않네요. 네. 그래서 제가 그‘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할 때는 아예 그냥 불방을 시켜버리더니, 그 다음에는 프로그램에서 쫓아내더니, 이제 파업을 같이 한다고 해서 해고까지 시키니까 제가 이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겠다, 그러한 의미로 포함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성제 기자 전 노조위원장]
“저는 이제 4월 9일 날 팀장으로서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미 정직을 받았거든요. 또 같은 사유로 올라온 거죠. 이거는 어떻게 보면 일사부조리 원칙 같은 거에도 어긋나는 건데. 같은 사유로 두 번 징계를 하는, 다시 말해서 해고를 시키기 위해서 몰아간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2009년 재임 이후 지금까지 7억 원이 넘는 업무 추진비를 사용하고 특정 여성 무용수와의 밀착 관계가 드러나고, 여기에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되고, 이 때문에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김재철 사장이 가장 신망 받는 기자와 피디를 내쫓은 것입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 2012년 해고]
“MBC에서 가장 비난 받는 자가, 손가락질 당하는 자가 우리 선후배 동료들한테 가장 추앙받고 신망 받는 동료들을 향해서 칼을 날린 겁니다.”

당사자들에게 내려진 해고 사유는 뭘까. 해고 결정 통보서에는 직장질서 문란, 이렇게만 적혀있을 뿐입니다.

[최승호 PD 전 노조위원장]
“인사위원회라는 게 사실은 그, 무엇을 잘못했는지 징계 대상자한테 명확하게 근거를 가지고 증거를 보여주면서 당신이 이러이러이러한 걸 잘못했는데 에, 소명을 해봐라. 당신이 이런 일을 저지를 때 뭐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든지. 반박을 해봐라, 든지. 이렇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분들은 제가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아무런 얘기도 안 해요. 그냥 뭐 본인의 입장만 얘기하고 빨리 나가라, 저한테 뭘 잘못했는지를 얘기도 안 해주고. 뭘 이야기를 해줘야지 제가 이야기를 할 거 아니겠습니까?”

[박성제 기자 전 노조위원장]
“토론 하려고 하지 말고 빨리 빨리 소명만 하고 나가라는 둥, 이런 식의 말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당신들이 나를 중징계, 해고까지 포함한 중징계를 때리려고 하는 걸로 나는 지금 이해하고 있고. 이렇게 큰 위협에 빠져있는 직원을 징계하는 인사위원회에서 니 소명만 하고 후딱 나가라, 사람들 많이 기다리니까, 이런 식의 멘트가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느냐. 저는 그 부분을 지적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말을 못하더라고요. 본인들도 말이 안 된다는 거를 알고 있었다.”

이번 중징계를 결정한 당사자인 인사위원들은 모두 7명. PD 출신의 안광한 부사장을 비롯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등입니다.

[최승호 PD 전 노조위원장]
“MBC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는 이 정권의 그 주구인 김재철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보호라기보다는 김재철 사장이 그냥 김재철 사장한테 자기네의 생존이 달려있으니까 그러한 자기네의 알량한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 그렇게 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데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선배들이. 모습이 저건가. 그리고 그 안에는 제 동기들도 두 명이나 있어요. 이진숙 본부장도 제 동기고, 또 경영본부장도 제 동기입니다. 지금 와서 저는 인사위에 회부돼서 이렇게 징계를 받는 입장이고, 그분들은 뭐랄까요. 자기네 정당성을 전혀 주장하지도 못하면서도 저한테 칼날을 내리려고 칼을 들고 있는 그런 그 대면의 장면이 참 슬프다.”

뉴스타파는 이번 해고에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같은 해고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기 위해 인사위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비서]
“할 말 없으시다고...”
(할 말이 없으시다고요?)
“네.”
(아니 이렇게 인사를 하고선 할 말 없으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데요.)

“여기 국가 보호시설이거든요. (카메라) 압수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김재철 사장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이진숙 본부장은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고 등 대량 징계가 정당하다며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MBC 노조 스스로가 슬로건을 그렇게 내걸었어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당당하게, 라는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질기고 독하게. 최장기 파업을 하면서 MBC의 경쟁력을 너무나 무너뜨렸습니다. 그래서 그 징계라는 것은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회사로써는 어절 수 없는 조치라고..”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2000년 이후 MBC 노조위원장 출신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해고시켰다는 점에서 사측이 노조를 무력화 시켜 MBC 공영방송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노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최승호 PD 전 노조위원장]
“MBC 노조를 완벽하게 파괴하겠다. MBC 노조가 그만큼 정권에 위협적이다. 이런 판단에서 아마 나온 것 같고요. 그래서 김재철씨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비리가 많은 분 아닙니까, 지금. 비리가 밝혀진 것만 해도 엄청난데. 공영방송사 사장으로서는 더 이상 놔두기 힘드는 정상적인 정권이고 정상적인 사회라면은 하루도 공영방송사 수장으로 있을 수 없는 분이죠. 그런데 그분이 자기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 말하자면 정권에 일종의 그 사냥물로써 받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MBC를 복원하겠다며 시작한 MBC 노조의 파업.

그동안 불공정 방송과 정권 편향적인 보도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시작으로 때론 시민들과 함께 즐거운 문화공연을 하고. 때로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함께 모여 공영방송의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던 파업. 이제 파업 기간만 5달이 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사상 최장기 파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재철 사장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김사장과 MBC 경영진은 오히려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하는 등 철저하게 공영방송 복원을 외면했습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김재철 사장은 2014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방문진에 의해서 보장된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선임된 사장입니다. 그런 사장이 아무런 법의 판결도 받지도 않고 혐의가 입증도 되지 않은 그런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서 나갈 수가 있습니까. 저 같애도 못 나갈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해고 등 중징계를 받았고 100명은 대기발령을 받으면서도 오직 공영방송 복원을 위해 5달이 넘도록 장기 파업을 하고 있는 2000명의 MBC 조합원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이 같은 정당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며 공영방송을 파탄시키고 있고 그런 김재철 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 보낸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장기 파업사태를 즐기는 듯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박성제 기자 전 노조위원장]
“이럴 때 싸우지 않으면 정말로 아까 제가 말했듯이 훗날 이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시대에 저항했던 언론인과 부역했던 언론인으로 구분하지 않을까. 그때 내가 어느 쪽에 속해 있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인들이. 양심적인 언론인으로서 기억될 수 있는,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그렇다면은 기자 박성제한테는 훈장이다. 전 이렇게 보고요. 정말로 길게 봤을 때 제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에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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