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변상욱칼럼_MB가 '종북'으로 간 까닭은?

2012년 06월 02일 06시 05분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다, 라고 힘주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의 지시를 따르거나 북한을 맹몽적으로 추종해서 우리 사회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면 당연히 사법당국이 수사를 하고 법의 판단을 해서 처벌을 해야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대통령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떤 근거에 의해서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명확하게 규명도 없이 위험하다, 위험하다, 대국민 연설에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 정치적인 책략이 숨어있을 겁니다.

어떤 정치적인 꼼수가 숨어있을까. 첫째는 소위 말하는 대선정국의 프레임 전환입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여권은 경제 살리기를 들고 나와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번에도 경제 살리기를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왜냐면 그동안 경제 살리기에서 제대로 해 놓은 게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양자 대결 국면에서 이렇게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쉬운 예로 토끼와 거북이가 죽을 힘을 다해서 경주를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요? 토끼? 아닙니다. 땅에서 달리면 그렇지만 바다로 옮겨서 하면 거북이가 아마 미친 존재감을 뽐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의 전환이라고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분할 공략이라고 하는 겁니다. 분할 공략. 양떼가 뭉쳐 있으면 늑대라도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양떼가 흩어지면 늑대는 손쉽게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만약에 유권자를 민생경제, 경제 살리기, 요것만 가지고 편 가르기를 한다면 아마 여유가 있는 기득권층, 힘겨운 민중, 이렇게 둘로 갈라지는데 20대 80, 30대 70, 이렇게 될 겁니다. 30대 70만 된다 하더라도 보수 집권 세력으로써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색깔론, 종북 세력, 국가안보 문제, 이런 거를 들고 나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경제 살리기 실패에 실망했던 사람들, 반값 등록금의 허구성 때문에 실망했던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한편이었던 사람들이 아 그래도 종북 세력은 안 되지, 국가안보는 튼튼해야지, 이러면서 조각조각 나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분할 공략 전략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는 흔히 쓰이던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서 흑인들과 히스패닉 때문에 마약이 번지고 범죄율이 높아진다,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돌려놓으면 못 사는 백인들은 잘 사는 백인들을 부러워하면서 정부를 원망하다가도 아 흑인과 히스패닉을 자신들의 가상의 적으로 여기면서 잘 사는 백인들과 합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프래임 전환과 분할 공략의 효과입니다.
아마 우리는 야권조차도 통합진보당은 종북 세력 때문에 둘로 나뉠 것이고.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 하고 거리를 떼서 멀어지려고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은 수구 세력들은 공안정국의 명분을 마련하게 되고 여권은 야권 연대를 막을 수 있게 되고 대통령은 임기 말에 터져나오는 권력 비리의 추궁으로부터 슬그머니 빠져나갈 수 있게 됩니다.

국민들은 무엇을 해야 될까. 국민들은 바로 보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걸 함께 나누고 전파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무엇을 모르면 그것이 우리를 마음대로 휘두르지만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알면 우리가 그것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