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희대의 '청부 민원' 의혹, '3각 공모' 재구성

2024년 01월 04일 20시 00분

국민의힘-방통위-방심위 ‘3각 공모’ 의혹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처벌하는데 방심위를 동원하겠다는 발상은 지난해 9월 4일 국회 과방위 회의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김만배 녹취록을 보도한 지 무려 1년 6개월이나 지나서다.
먼저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MBC, KBS 등이 인용 보도한 것을 두고 “경마식 보도, 지능범죄”라고 말하자,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방심위가 엄중조치 예정”이라고 맞장구를 친다.
그 직후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지인과 가족 등이 방심위에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방심위 온라인 민원 창구에 잇달아넣었고, 바로 다음날(9월 5일) 방심위가 MBC, KBS 등 방송사들에 대해 이들 민원을 근거로 긴급 심의를 결정했다. ‘엄중 조치 발언’부터 ‘긴급 심의 결정’까지 계획한 듯 하루만에 진행됐다.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4개 방송사에 억대 과징금을 결정했다.

엉터리 JTBC민원, 오탈자까지 똑같은 ‘청부’ 의심 민원들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낸 민원의 상당수가 시점도 엉터리였다. 지난해 9월 4일만 해도 뉴스타파와 관련된 논란은 2022년 3월 대선 당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이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뉴스타파 보도 이전에 나온 다른 매체들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보도들은 관심밖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뉴스파타보다 먼저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JTBC 보도를 상대로도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심의와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글이 9월 4일 오후부터 방심위에 쇄도했다. 이런 이상한 민원 글들은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류희림 위원장 주변 그룹에서 나온 민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일가족 6명이 4일 동안 총 21건...'이해충돌' 근거

뉴스타파는 류희림 위원장 가족과 친인척이 집단적으로 민원을 신청한 시점과 제출된 민원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류 위원장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정황이 또렷해졌다. 류 위원장의 동생은 취재진에게 "형과 함께 일하는 후배가 민원을 내라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가족들 각자가 스스로 판단해 민원을 낸 것이 아니란 얘기다.
가족 민원의 내용을 보면, 류 위원장이 직간접으로 개입한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된다. 류희림이 공동대표를 지낸 미디어연대 대표 박모 씨가 낸 한 줄 짜리 민원 내용과 류희림 가족들이 낸 민원 내용이 거의 동일했다.

류희림, ‘청부 민원’ 질문에 “자신이 원치 않는 취재”

뉴스타파는 여러 날에 걸친 추적 끝에 결국 류희림 위원장을 만났고,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자신이 원치 않는 취재”라며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한상진 봉지욱 송원근
영상취재오준식 정형민 김기철 이상찬
편집박서영 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