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판결문 분석 : 유죄 인정된 '통정 · 가장 매매' 중 김건희 비중 47%

2023년 02월 14일 17시 55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1심 법원 판결문이 공개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여러 개가 주가 조작에 사용됐다고 판시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부터 김건희 여사와 2차 작전 세력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입증하는 여러 정황들을 보도해왔는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를 대부분 인정했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무고함을 주장하기 위해 사례로 든 전주 손 모 씨의 경우 김건희 여사와는 주가조작 가담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도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 계좌를 통한 거래 가운데 재판부가 유죄로 본 거래가 48건이나 된 반면 손 씨의 경우 한 건도 없었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통정 매매와 가장 매매’ 가운데 47%가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통한 것이었다. 
‘김건희 여사와  2차 작전 세력이 전혀 관계가 없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이제 법원 판단에 의해서도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판결문 본문에 김건희 이름 37회 등장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부장판사 조병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하는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9명에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어제 (2월 13일)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 공개 직후 어제 (2월 13일) 여러 언론들이 보도한 것처럼, 판결문 본문에만 김건희 여사의 이름이 37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뉴스타파가 지난 3년에 걸쳐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대표적인 부분을 확인해보자. 우선 1차 작전에 대한 김건희 여사의 연루 내용이다. 재판부는 1차 작전이 2009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진행됐다고 봤다.
피고인 이00의 진술, 김건희와 계좌 관리인 사이의 통화 녹취, 신한투자 증권 계좌 관리인 A의 수사기관 진술 기재 등을 종합하면, 김건희는 피고인 이00에게 위 계좌에 관하여 신한투자증권에 매매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위탁했고, 피고인 이00로부터 주문을 받은 A가 김건희에게 별도로 전화 확인을 취하여 매매 의사를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하였다. 1.12부터 1.29 기간 동안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가 행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54쪽 각주 28
이 같은 판시 내용은 뉴스타파가 지난해 9월 2일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다만 판결문에는 2010년 1월 12일의 거래를 김건희 여사가 직접 주문한 녹취록과 “1월 12일 거래는 내가 주문하지 않았다”는 이 모 씨의 법정 진술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6일  2차 작전 세력 사이의 문자 메시지가 오간 뒤 김건희 여사가 이를 충실히 이행한 듯한 정황을 보도했는데, 법원도 판결문에서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계좌주인 김건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  (중략) 민00이 2010년 10월 28일 13시 2분 7초 경에 피고인 김00에게 “잠만 계세요.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주실 듯”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약 3분 뒤인 13시 5분 40초부터 해당 계좌에서 주당 3,100에 100,000주 매도 주문이 제출되어 매매가 체결된다. 

(중략) 한편 2010년 11월 1일 11시 22분 경 피고인 김00이 민00에게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민00은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하고, 피고인 김00이 11시 44분 32초 경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하자 11시 44분 39초 경 해당 계좌에서 주당 3,300원에 8만 주의 매도주문이 제출된다. (중략) 거래 일수나 횟수가 많지 않으나 당해 거래들에서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 의사에 따라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63-66쪽 중 발췌
김건희 명의 대우증권 계좌에서 같은 가격에 매수하는 주문이 제출되어 매매가 체결되고 민00이 피고 김00이게 “십만 주 받았음. 두 사람한테 오만주 씩 뺏었음”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점에 비추어볼 때, 해당 계좌는 피고인들 의사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중략) 피고인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되고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보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64쪽
지난해 9월 15일 뉴스타파가 처음으로 보도한 ‘김건희.xls’ 파일의 존재와 그 의미 역시 그대로 인정했다. 
B인베스트 직원인 이0이 사용하던 PC에 저장되어 있던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해당 계좌 (당시 증권사명인 토러스 증권으로 기재)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앞서 본 정황 등을 종합하면 해당 계좌는 B인베스트 측에서 관리하며 민00 또는 피고인 이00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 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66-67쪽

유죄 인정된  '통정 · 가장 매매' 중 김건희 비중 47%

주지하다시피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의 경우 ‘포괄일죄’로 묶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시기 이뤄진 주가조작 행위는 공소 시효가 지난 것으로 보고 유무죄를 따지지 않는 ‘면소’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으로 남은 것은 2차 작전 이후의 주가조작 행위들이다. 주가조작의 구체적 행위는 크게 1) 통정 가장 매매 2) 현실 거래로 나뉜다. 
이 가운데 1) 통정 가장 매매는, 주가조작 세력끼리 서로 짜고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를 올리거나 세력들 사이의 물량을 배분하거나 일반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행해진다. 2) 현실 거래는 주가조작 세력이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거래를 하는 것인데, 그 의도가 주가를 조종하는 데 있는 경우 불법이 된다. 고가매수, 물량소진주문, 허수주문, 시종가 관여 주문 등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1) 통정 가장 매매는 "주가조작 세력끼리 사고 판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2) 현실 거래보다는 적발 건수가 적고 혐의가 더 중하다고 본다. 실제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를 보면 통정 가장 매매는 522건에 불과한 반면 '현실 거래'는 7,282건에 이른다. 
검찰이 기소한 통정 가장 매매 522건 중 1차 작전 시기에 해당하는 게 392건이다. 이 392건은 유무죄를 따지지 않는 '면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남는 것은 모두 130건이다. 이 130건 중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것은 모두 102건이다. 그런데 이 102건 가운데 무려 48건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이용한 거래다. 비중으로 따지면 47%에 달한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 가장 매매’ 가운데 김건희 여사 계좌로 이루어진 거래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는 것은 매우 엄중한 의미를 가지는 사실이다. 재판부가 2차 작전의 시세 조종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는 데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의 비중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주’ 손 모 씨 0건 vs 김건희 48건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무고함’을 주장하기 위해 사례로 든 전주 손 모 씨와 김건희 여사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손 씨의 경우 자신의 계좌와 아내 명의 계좌,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계좌 3개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 총 매수액수는 75억 원 가량으로 여러 전주들 가운데 가장 많다. 그런데 이 3개의 계좌는 모두 작전세력이 아닌, 손 씨 본인이 운용한 것이다. 손 씨는 1차 작전 시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1차 작전 시기가 끝나고 2차 작전이 시작되기 전, 즉 2010년 9월 20일과 10월 20일 사이에 매매를 시작해 2차 작전 시기 내내 거래를 계속했다. 
재판부는 손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해 이렇게 봤다. 
손00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하여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에 편승하여 주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짐작되고, 다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 중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 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하여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 74쪽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찰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나온 손 씨 및 관련자들의 계좌 이용 거래를 모두 무죄로 봤다. 법원 판결에서 ‘유죄’로 살아남은 손 씨 및 관련자들의 ‘통정 및 가장 매매’는 0건이다. 손 씨의 경우 같은 기간 중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통정 및 가장거래는 9건 이었고 고가주문 등 이상거래도 426건이나 됐지만, 그중에 재판부가 유죄로 본 거래는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모두 5개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 순매수 액수는 40억 원 가량이다. 이 가운데 1개는 1차 작전 시기에 이용했던 계좌다. 나머지 4개의 계좌 가운데 재판부는 3개의 계좌가 2차 작전 기간 중 실제 시세조종에 이용됐다고 봤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김건희 여사 계좌로 이루어진 ‘통정 가장매매’ 가운데 재판부가 유죄로 판결한 것은 48건이다. 
“다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진 손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할 당시 다른 우량주 종목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이와 달리 김건희 여사는 당시 대부분의 투자가 도이치모터스에 쏠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확신’을 가지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투자 양상이다. 
손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투자한 결과 1억 9백만 원의 손실을 봤다. 75억 원 어치나 매수했으나 이익을 보는데 실패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투자 결과 2011년 1월까지만 계산해도 10억 5천만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다만 김건희 여사 역시 손 씨와 마찬가지로 주가조작세력과의 공모를 입증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전주’ 이 모 씨 2.9억 원 vs 김건희 40억 원 

이번에는 유죄 판결을 받은 또 다른 전주 이 모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씨는 ‘우리기술’이라는 회사의 투자 및 자금 유치 담당 부사장이었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 씨를 ‘전주’ 겸 ‘선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선수’로서의 역할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전주’로 역할한 부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씨는 자신의 가족 계좌 4개와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던 ‘우리기술’ 직원 계좌 1개 등 모두 5개의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했다. ‘유죄’로 인정받은 이 씨의 거래는 모두 57건이다. 김건희 여사의 48건보다 다소 많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와 달리 이 씨의 경우 ‘통정 가장 거래’로 적발된 것은 한 건도 없다. 즉 57건 모두가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현실 거래’ 즉, 고가 매수나 허위 주문 등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이 씨가 매수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액수도 모두 합해 2억 9천만 원 가량에 그친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5천 2백만 원의 손해를 봤다. 김건희 여사가 40억 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해 10억 5천만 원의 시세 차익을 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 씨는 과거에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둘째 이 씨가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과 긴밀히 연락을 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시세 조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고, 피고인 김00에게 거래량을 좀 늘려달라고 하는 등 공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시세 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 여부가 핵심

무죄 판결을 받은 손 모 씨와 이 모 씨, 김건희 여사의 경우를 표로 정리해보자. 
전주 손 씨의 경우 김건희 여사보다 많은 75억 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평소 손 씨의 주식투자 성향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 작전 세력과 연락도 했지만 구체적인 작전의 공모는 없었다고 봤다. 그래서 손 씨가 거래한 시세조종성 행위를 모두 무죄라고 판결했다. 손 씨는 검찰 추산 1억 9백만 원의 손실을 봤다. 
전주 이 씨의 경우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적은 2억 9천만 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 씨 계좌를 이용한 시세 조종성 거래 중 57건이 유죄로 판단됐지만, 이는 ‘통정 가장매매’보다는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현실 거래’로 분류되는 종류였다. 이 씨는 검찰 추산 5천 2백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씨와 주가조작 세력과의 공모가 확인됐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김건희 여사는 5개의 계좌로 40억 원 어치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고, 뉴스타파 계산에 따르면 10억 5천만 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 공소 시효가 살아있는 2차 시기에 국한 하더라도 차익은 6억 8천만 원 가량이다. 김건희 여사 계좌를 이용한 거래 가운데 48건이 ‘통정 가장 매매’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작전 세력의 공모를 의심케 하는 많은 정황과 증거들이 공개됐지만 공모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또 ‘눈가리고 아웅’ 해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이 공개되고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대통령실은 새로운 해명을 내놨다. “2차 주가 조작 기간에 48회나 거래했다고 부풀리고 있으나 매매 내역을 보면 2010년 10월 28일부터 12월 13일까지 기간에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라며 “아무리 부풀려도 ‘3일 매수’를 주가조작 관여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과거보다 진전되었다. 2차 주가 조작 기간 중 김건희 여사의 ‘매수’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작전 세력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이용한 사실도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판결문에 나온 사실이니 더 이상 부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인정하면서 "3거래일 정도의 매수 거래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내놓은 해명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숫자는 해당 기간의 매매 내역 가운데 판결문 범죄 일람표에 나온 부분, 즉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만을 센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말한 한 달 반의 해당 기간 동안 김건희 여사가 거래를 한 것은 8거래일이 아니라 19거래일이다. 
대통령실이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사실은, 김건희 여사의 거래 액수다. 2차 작전 시작 시점부터 김건희 여사의 '엑시트' 시점, 즉 2010년 10월 21일부터 2011년 1월 13일까지 김건희 여사가 매수한 주식은 49만 주, 18억 4천 6백만 원 어치에 이르고, 매도한 주식은 67만 주, 30억 9천 8백만 원 어치다. 도이치모터스 같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규모다. 
대통령실의 개선된 해명을 기대한다. 
제작진
데이터 시각화김지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