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은 지금 ‘18.2%’짜리

2019년 04월 04일 16시 41분

광고처럼 빠른 망 다 갖추지 못해
자율주행자동차도 아득히 먼 얘기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정부 제시 ‘망 기준 구축 수’의 18.2%만 갖춘 채 내일(4월 5일)부터 5세대(G) 이동통신 상품을 판다. 앞서 4월 3일 밤 11시엔 3사가 저마다 ‘세계 첫 가입자’를 냈다고 주장하며 소비자 꾀기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전국을 품는, 망 100%짜리 5G 이동통신까지는 갈 길이 멀어 2023년에도 이루기 어려운 실정이다.

적게는 5만5000원, 많게는 13만 원에 이르는 월 이용요금을 내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5G 상품을 쓸 수 없어 논란거리다. 지금 수도권과 85개 도시 일부 지역에서 5G를 쓸 수 있다지만 서울에 무선국이 몰린 나머지 전국 소비자 누구나에게 고루 적정한 값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6월 이동통신 3사에게 5G 주파수를 내주며 3.5기가헤르츠(GHz)대역 ‘망 기준 구축 수’를 15만 국으로 제시했다. 광중계기지국·무선주파수(RF)중계기·스몰셀(small-cell)기지국처럼 개설 신고가 필요한 무선국 15만 곳이 전국에 깔리는 게 ‘5G 이동통신 기준’이라는 뜻. 당장 15만 국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2023년까지 4만5000국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4월 5일 기준으로 SK텔레콤 3.5GHz 5G 무선국은 3만4000곳. 15만 국의 22.6%에 지나지 않았다. KT 무선국은 3만 곳으로 20%였다. LG유플러스는 더욱 적어 1만8000곳으로 12%만 갖췄다. 3사 평균 18.2%다. 20%를 밑도는 망 구축 비율을 들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시작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 3사에 제시한 5G 이동통신 망 구축 의무

복수 방송통신 정책·시장 전문가가 이 같은 지적에 공감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도 이런 상황을 인정했다. 소비자가 사업자 광고에 따라 5G 이동통신 준비가 다 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구축된 망과는 “격차가 분명히 있다”는 것. 박 국장은 다만 “15만 국은 (4G) 엘티이 기준으로 전국망을 깔았을 때 그 정도 된다. 전국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지국”인데 새 상품 “도입 초기에는 망 구축을 하면서 (동시에) 서비스를 한다. 15만 국을 다 깔고 (난 뒤) 서비스하라고 한 적은 이때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 망 18.2%짜리 5G 상품을 팔기 시작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인데 이런 상황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진 건 아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5GHz와 함께 5G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내준 28GHz대역에서 쓰일 장비 10만 대는 아예 구축될 낌새조차 없다.

▲KT 5G 상품 특성 안내. 안내된 건 이론상 빠르기이고 상용망은 다를 수 있다고 알리기(화살표)는 했다. (사진= KT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비싼 요금도 문제

조금 비싸다는 의견이 있는 건 저희도 알고 있어요. 삼사 만 원대 요금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들 하십니다.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말. 5G 요금이 5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는 얘기였다. SK텔레콤의 상품 가격을 미리 인가해 시장에 주춧돌을 놓는 정책 당국자에게 “비싸다”는 의견이 몰릴 만큼 가장 싼 5G 요금이 월 5만5000원에 이르렀다.

이동통신 3사 5G 요금이 모두 월 5만5000원부터 시작하는 것. 4G 엘티이(LTE) 바탕 요금이 월 3만2890원이었으니 소비자는 다달이 2만2110원을 더 내야 5G 이동통신을 누릴 수 있다.  

이태희 국장은 “(SK텔레콤의 높은 요금 인가 신청을) 나름 반려하면서 5만 원대로 만드는 노력을 했다”며 “단말기(휴대폰) 하나에 요금을 맞추려다 보니 (사업자가) 값을 낮추는 것에 어려워들 했다. 앞으로 단말기가 더 나오면 요금에도 자율적으로 경쟁이 일어나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사업자들이 올 하반기나 내년쯤 새로운 요금제들을 출시할 것이고 5만5000원 아래로도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켜볼 일이다.

언제 이뤄질 지 모를 자동차 자율 주행

(자율 주행) 차량과 플랫폼 간 통신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아 지금 (구현) 일정을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아직 불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해성 LG유플러스 미래기술개발그룹장의 말. 지난 4월 3일 서울 마곡동에 마련한 ‘U+ 5G 이노베이션 랩’에서 자동차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할 이 그룹장은 “(5G 무선국 15만 곳이 다 갖춰진다면) 네트워크로선 가능할 텐데 다른 제반 조건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정책이 빨리 정해져야 기술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이동통신사업자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짚기도 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FC(Future and Converged) 전략담당도 “사실 차만 굴러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자동차 자율 주행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거라 통신사업자만의 이슈는 아니고 자동차, 법규, 운전자를 모두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방송통신 정책과 시장에 밝은 한 전문가는 “자동차 자율 주행은 아직까지 물음표”라며 “그걸 하려면 무선 트래픽(통신량)이 기존 이동통신보다 60배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주파수) 광대역이 필요한데 2021년에 재할당할 3G 주파수를 (3.5GHz와 28GHz 대역에) 묶어 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6월 정부가 이동통신 3사에게 내준 3.5GHz와 28GHz 대역만으로는 자동차 자율 주행 체계를 이루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월 4일 “5G는 자율 주행, 무인 로봇, 홀로그램 등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머물던 서비스를 현실에서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가 5G를 판촉할 때 가장 앞자리에 내밀고는 했던 자동차 자율 주행을 향한 기대를 아직 놓지 않은 것. 자동차 자율 주행은 그러나 언제 얼마나 이뤄질 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오는 4월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열 ‘5G+(플러스) 전략’ 발표 행사에 등장할 자율 주행 자동차도 한 차례 시연하는 것일 뿐 늘 도로로 나설 수는 없는 상태다.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일정으로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서울 모터쇼’에 마련된 SK텔레콤 5G 자율 주행 전시관. 홍보 모델이 300미터 앞 사물을 더듬어 알아낸다는 ‘라이다(LiDAR)’ 기술을 내보였다. (사진= SK텔레콤)

취재 : 이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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