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심사 조작'교수, 대학원생 입단속에 각서까지...비리 은폐 시도

2021년 07월 09일 18시 47분

-경기대 교수, ‘기자 연락 차단’ 지시부터 ‘제보자 색출’까지...대학원생 지속적 괴롭힘
-“보도 내용 들은 적도 제보한 적도 없다” 각서 요구...대학원생 A씨 “위협적으로 느꼈다”
-경기대 교수노조, 학교 측에 뉴스타파 보도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요구
뉴스타파가 최근 보도한 ‘관광경영학회’의 학술지 평가 서류 조작 의혹과 관련해,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경기대 교수가 학회에서 일했던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입단속을 시키고 지속적으로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 이후에는 “학회 교수로부터 기사 내용을 듣거나, 관련 내용을 제보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학회 비리에 연루된 교수가 위계를 이용해 자신의 비리 의혹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심사자 명의 도용’ 의혹 경기대 교수, 두 달여 간 대학원생에 제보 여부 추궁

뉴스타파는 지난 6월 23일과 7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논문공장의 영업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학술단체 ‘관광경영학회’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관광경영학회가 논문 심사위원의 명의를 도용하고, 다른 학회 논문을 무더기로 얻어와 자신들 학회의 ‘탈락용’ 논문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하는 2018년 학술지 평가 서류를 조작, ‘KCI 등재 학술지’ 자격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관광경영학회와 한국관광산업학회 등 경기대 관광문화대학 소속 교수들이 운영하는 두 개 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내용을 검증 보도했다. 이들 학회에 게재된 논문 내용에서 표절, 데이터 조작 등 연구 부정 행위가 의심되는 사례 수십 건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연구재단 평가 서류 조작 의혹의 핵심인물이 두 명이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는 학회에 낸 논문실적으로 지난해 경기대 전임교원으로 임용됐다고도 보도했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 학술지 평가 당시 관광경영학회 전 사무처장(오른쪽), 최 모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심사위원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 심사를 진행하면서 마치 정상적인 심사가 이뤄진 것처럼 평가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학회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관광경영학회 전 사무처장, 최 모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두 달여 간 뉴스타파 취재를 막기 위해 학회에서 일했던 대학원생을 상대로 입단속을 시키고, 지속적으로 제보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는 “기사 내용을 들은 적도 제보한 적도 없음을 증명”하는 각서까지 요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같은 요구를 받은 대학원생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여 동안 최 교수의 지속적인 추궁에 위협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뉴스타파는 A씨의 동의를 얻어 최 교수와 A씨 간 나눈 두 달여 간의 통화내용을 공개한다. 통화내용에는 입단속과 회유, 협박, 각서 작성까지 총 4단계에 걸쳐 최 교수가 A씨를 괴롭혀 온 정황이 담겨있다.
뉴스타파 6월 23일 보도 중 일부. '논문 심사위원 명의 도용'의혹의 당사자인 최 교수는 뉴스타파 보도의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학원생을 압박했다.

1. 입단속 : “기자 연락처 차단해 놔, 이유는 묻지 말고”

기자가 관광경영학회의 비리 의혹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한 건 4월 초. 기자는 비리 의혹의 당사자를 접촉하기에 앞서 제보 내용 확인을 위해 학회에서 일했던 연구원들에게 먼저 연락했다. 연구원들은 대부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대학원생이나 졸업생이었다.
그런데 한 명의 연구원을 제외하고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받더라도 학회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의아했다. 기자가 관광경영학회 학술지에 기재된 연구원의 이름을 직접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해당 연구원이 아예 해당 학회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유를 알았다. ‘심사위원 명의 도용’ 의혹의 당사자인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최 모 교수의 사전 작업이 있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지난 4월 30일, 학회에서 일했던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대학원생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한 기자가 학회에 대해 물어보고 다니더라”며 “다른 건 묻지 말고 번호 하나 보내줄 테니 그냥 차단해 놓으라”고 시켰다. 그 번호는 기자의 연락처였다. 기자가 연구원들을 취재할 수 없도록 사전에 최 교수가 입단속을 시켜 놓은 것이다.
(최00 교수) 혹시 뭐 기자라고 해서 연락 간 거 있어?
(대학원생 A씨) 아니요. 없습니다.
(최00 교수) 아니 자꾸 학회를 이상한 기자가 뭐 이렇게 물어보고 다니더라고.
(대학원생 A씨) 저는 모릅니다.
(최00 교수) 통화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지?
(대학원생 A씨) 네, 없습니다 교수님.
(최00 교수) 그래? 하여튼 혹시 모르니까 전화번호 하나 받은 거 있어?
(대학원생 A씨) 아니요, 없습니다 교수님.
(최00 교수) 내가 그 번호를 하나 보내주라고 할 테니까, 그 번호 좀 차단해놔 그냥.
                   다른 건 묻지 말고. 자꾸 뭘 시끄럽게 나오려고 그러네...아이참, 아휴...
                   그럼 일단 번호 받으면 그냥 차단해 놓으셔.

(4월 30일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이 같은 사실은 보도 이후 기자가 다른 연락처로 A씨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한 결과 알게 됐다. 뒤늦게 기자와 연락이 닿은 A씨는 “교수님이 시켜 어쩔 수 없이 연락처를 차단해 놨었다”며 “우연히 기자 전화를 받게 됐을 때는 당황해서 학회에서 일한 적이 없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열흘 뒤인 5월 10일 최 교수는 A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A씨가 제보자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전화였다. 최 교수는 “이상한 전화 온 게 없었느냐”며 기자의 취재 여부를 재차 확인한 뒤 “나는 A선생을 믿는다. 오해는 하지 마라. 지금 자꾸 학회 관련해서 얘기들이 좀 있는데, 학회 관련한 문서나 회원 정보를 오픈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완전히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최00 교수) 좀 이상한 전화나 그런 건 없으셨어?
(대학원생 A씨) 최근에 교수님께 전화번호 받고 나서 받는 대로 차단하고
 
                       그 이후에는 이상한 전화 없었습니다.
(최00 교수) 그 번호 받기 전에도 이상한 전화 없었어?
(대학원생 A씨) 없었습니다. 모르는 번호 같은 경우에 애초에 안 받아가지고요.
(최00 교수) 그렇게 하고...그 다음에 오해는 하지 마.
                   나는 A선생을 믿고 그렇게 하는데 지금 자꾸 학회 관련해서 얘기들이 좀 있어.
                   혹시 학회 관련한 문서나 이런 걸 오픈한 적이 있는가?
(대학원생 A씨) 그런 거 없습니다 교수님.
(최00 교수) 그렇지. 지금 돌아가는 거랑 별개로 학회 관련 서류를 보자고 한 적이 있었나,
                   서류를 준 적이 있었나 싶어서
(대학원생 A씨) 없습니다 교수님.
(최00 교수) 아휴 그럼 다행이고, 이런 전화가 참 슬프다 그치?
(대학원생 A씨)...네

5월 10일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2. 회유 : “인간적으로 묻는 거야, 학회 비리를 네가 얘기 했니?”

그런데 최 교수의 전화는 이 날로 끝나지 않았다. 두 달 가량 뒤인 6월 3일, 최 교수는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는 뉴스타파가 국회로부터 학회의 논문투고대장을 입수해 어느 정도 사실 확인을 마친 시기였다. 기자는 지난 5월 31일, 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반론을 요구했고, 최 교수는 “할 말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던 최 교수는 사흘 뒤,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학회 비리를 유출한 사람이 A씨가 아닌지 재차 추궁했다. 최 교수는 “주변에 아무도 없느냐”며 A씨가 혼자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진솔하게 이야기 좀 해보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선생이 학교 다닐 때 학회의 부정, 비리 관련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걸 들었다. 다른 선생이나 동기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다닌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A씨가 “진짜 모르는 일”이라고 답하자 최 교수는 “모르는 게 아니라 한 적이 있어, 없어?”라며 A씨를 다그쳤다.
그러다가 최 교수는 다시 목소리 톤을 낮춰 A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설사 학회비리를 이야기했다면 그에 따른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학회 비리를 말한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라”고 요구했다.
(최00 교수) 주변에 아무도 없지? 진솔하게 이야기 좀 해보고 싶어서
(대학원생 A씨) 네
(최00 교수) 내가 얘기를 들었어.
(대학원생 A씨) 어떤 얘기요?
(최00 교수) A선생이 학교 다닐 때, 학회 관련된 얘길 하고 다녔다는 얘길 들었거든.
                 학회 관련해서 뭐 부정이나 비리가 있다...
(대학원생 A씨) 저 모르는데요 교수님.
(최00 교수) 모르는 게 아니라 한 적이 있어, 없어?
(대학원생 A씨) 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최00 교수) 마지막으로 인간적으로 A선생한테 물어보는 거야.
                  설사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하면 그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어떠한 대책이나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는 있을 거 같아.
(대학원생 A씨) 저는 학회에 비리가 있는지도 몰랐는데요 교수님.
(최00 교수) 그럼 이걸 어떻게 확인을 해야 될까?
(최00 교수)우선은 A선생이 한 번 좀 생각을 떠올려봐 봐 알았지?

6월 3일 오전 11시 50분 경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3. 위협 : “제보자가 아님을 입증해, 아니면 다른 교수들에게 알리겠다”

이렇게 전화를 끊은 최 교수는 20분 뒤 다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A씨의 대학원 동기 B씨를 동원했다. 최 교수는 “A선생이 학회 욕을 하고 학회 비리를 캐내겠다고 한 말을 B가 들었대”라고 전하면서 “억울하면 B에게 전화해서 사실을 밝혀, 그리고 그 내용을 통화할 때 녹음하라”고 시켰다. A씨의 결백함을 대학원 동기 B와의 통화를 통해 입증하고 그걸 녹음해서 최 교수에게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A씨가 “누구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으신 거냐”고 묻는 질문에는 “그건 나한테 당신이 물어볼 게 아니지”라며 언성을 높였다.
(최00 교수) A선생이 학회 욕을 B에게 했대.
                그리고 A선생이 학회 비리와 관련된 내용을 밝히겠다고 B에게 말했대.
(대학원생 A씨) 저 B한테 그런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교수님.
(최00 교수) 그러니까 당신이 이야길 안 했잖아. 그러면 억울하지?
(대학원생 A씨) 그렇죠 교수님.
(최00 교수) 그럼 그걸 밝히라고. B랑 통화할 때 녹음해. 응? 억울하잖아.
                  그럼 그걸 해명해야 될 것 아냐?B랑 통화해서 뭐가 억울한 건지, 뭐가 맞는 건지.
                  B가 A를 일부러 엿 먹이려고 이야길 한 건지. 서로 통화하면 답이 나올 거 아냐.
(대학원생 A씨) 교수님은 그걸 누구한테 들으신 거예요?
(최00 교수) 그건 나한테 당신이 물어볼 게 아니지. 내가 그럼 듣지도 않은 이야길 A선생한테 전하겠어?

6월 3일 낮 12시 10분 경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동기 B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하라는 지시에 A씨가 주저하자 최 교수는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 교수는 A씨에게 “B에게 전화를 해서 A선생이 말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아 오지 않으면 A가 학회 비리를 유출했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게 정확히 해명이 안 되면 다른 교수님들한테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최00 교수) 이게 정확하게 해명이 안 되면 나는 다른 교수님들한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어.
                  A선생이 학회를 안 좋게 얘기하고 다녔다더라. 근데 그게 아니라며?
(대학원생 A씨)네.
(최00 교수) 그러면 본인이 더 열정적으로 밝혀야지 아님을.
                 아니면 당신이 지금 그냥 오해를 오해가 아닌 그걸 그냥 안고 가던지 그럼.
                 나는 A선생이 걱정돼서 이걸 얘기하는 거야. 다른 것도 바빠 죽겠는데.

6월 3일 낮 12시 10분 경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최 교수는 A씨가 “걱정돼서 하는 얘기”라며 A씨의 ‘논문’이야기도 꺼냈다. 다른 교수들에게 A씨가 학회 비리 유출자로 알려지면 A씨가 현재 쓰고 있는 논문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다만 자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으면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A씨의 논문 지도교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A씨의 졸업 논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A씨가 학회 비리 유출자가 아님을 입증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최00교수) A선생이 힘들게 지도 교수 바꿔서 논문 쓰려고 하는데 이런 얘기가 들려버리니까, 
                그럼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나는 A선생이 걱정이 되서 전화를 해주는 거야. 
                 
                뭐 좀 두려운 게 있어? 아까 이야기했잖아. 
                 정말 인간적으로 A선생이랑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내가. 
                나는 진짜 A선생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러는 건데 뭐가 안 맞는 걸까? 응?
(대학원생 A씨) ...
(최00 교수) 아니 이 사람아 말 좀 해봐. 아이 참.
(대학원생 A씨) 저 기억을 더듬고 있었습니다.
(최00 교수) 기억을 좀 더듬고 아무튼 B랑 통화할 때 꼭 녹음을 좀 해봐.
                 녹음하고 그 결과만 나한테 알려줘.
                 3시까지 알려줘.

6월 3일 낮 12시 10분 경 경기대 최00 교수와 대학원생 A씨가 나눈 대화
최 교수로부터 이 같은 전화를 지속적으로 받았던 대학원생 A씨는 “지난 두 달간 굉장히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A씨는 “동기 B에게 학회 비리를 말한 적도 없고, 언론에 제보한 적도 없다. 동기 B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런 사실을 말해도 교수는 대학원 동기까지 동원해 나를 떠보며 계속 추궁했다”며 “아직 대학원 졸업도 못한 상태인데, 비리 유출자로 찍혀 영영 졸업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우울증까지 와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4. 각서 : “기사 내용 들은 적도 제보한 적도 없다” 서명 요구

최 교수의 제보자 색출은 전화통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 최 교수 측은 “기사내용을 제보한 적 없다”는 확인서까지 작성하도록 했다. 뉴스타파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6월 24일, 학회에서 일했던 또 다른 대학원생 선배 C 씨는 A씨에게 “내가 최00 교수님에게 너에 대해 잘 말씀을 드렸다”면서 “확인서 하나를 작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최 모 교수 측이 대학원생들에게 받은 확인서. 
해당 확인서에는 “1. ○○○은 관광경영학회에서 근무하는 동안 당시 최** 사무처장으로부터 기사 내용과 같은 업무를 듣거나 진행한 사실이 없음을 증명함”, “2. 상기 기사 내용과 관련된 제보 및 전화 인터뷰를 기자로부터 진행한 사실이 없음을 증명함”이라고 적혀있다. 
1번은 최 모 교수가 학회에서 일하는 동안 대학원생들에게 보도에 나온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으로, 최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넣은 문항으로 보인다. 현재 연구재단이 해당 학회를 조사 중인데 이 각서를 자신의 비리 방어용으로 사용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2번은 대학원생들이 기자에게 제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으로 제보자 색출 목적이 엿보인다.
선배 C씨는 A씨에게 이 확인서를 출력한 뒤 자필 서명해서 사진 찍거나 스캔해 보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이거(확인서)만 작성해주면 (우리에게) 불똥 튈 거 없어. (최 교수님이) 우리 피해 안 주시려고 그러는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확인서는) 우리끼리 서로 의심하지 말고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확인서를 최 모 교수가 직접 작성했는지, C 씨가 자발적으로 만들었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C 씨가 이 확인서에 대해 "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피해를 안 주시려고" 받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최 교수에게 제출되는 용도로 짐작된다. 기자는 C 씨에게 “각서의 양식을 누가 작성했는지”물었다. C씨는 “할 말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최 교수는 취재 과정 내내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각서에 서명을 요구받은 A씨는 “저 각서에 서명하지 않은 사람은 반대로 자신이 제보자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며 “내가 제보자도 아니고 비리를 외부에 말한 적도 없지만, 학회 관련해 제대로 사실 관계도 모르면서 확인서에 자필 서명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학회에 비리가 있다면 교수님들끼리 해결하면 될 일인데 왜 학생들한테 이런 확인서를 받는지, 왜 학생들끼리 제보하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경기대 반응 미온적...서원대, 표절 논문 조사 착수

경기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 중인 한국관광산업학회 학술지(왼쪽)와 관광경영학회 학술지(오른쪽). 두 학회 학술지는 논문게재율 조작 등 부당한 방법으로 'KCI 등재 학술지' 자격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한국연구재단은 경기대 교수들이 연루된 학회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언급된 대학들도 조사에 나섰다. 다만 온도차가 있다. 뉴스타파가 두 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저자가 속해 있는 서원대는 “보도 직후 감사팀과 교수지원팀에서 기사 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반면 뉴스타파 보도에서 수십 건의 연구 윤리 위반 의심 논문이 발견된 경기대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경기대 측은 “대학원생을 상대로 제보자 색출을 했던 최 모 교수의 '제보자 색출' 건 에 대해서는 감사팀에 감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연구 부정 행위 의심 논문에 대한 조사나 해당 논문들이 교수 임용이나 대학원 학위 취득에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대 측은 “연구재단의 실태 점검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 학내 조사 여부를 다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학교 측의 반응에 대해 경기대 교수 노조 박재환 위원장은 “연구재단 실태 점검 결과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학교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뉴스타파 보도 내용과 관련해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라고 학교 측과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영상신동윤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