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줄고 있다...정말?

2015년 03월 23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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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시 주택과 주무관 : 제가 좀 확인을 보니까 예전부터 이걸 분양으로 파악을 하고 보고를 했더라고요. 건수가 보니까. <正말?> 취재진 : 그러니까 전세 계약도 다 분양으로 파악하고 보고를 했다고요?00시 주택과 주무관 : 분양팀이, 그쪽에서 보고를 할 때 그렇게…한 1200개 정도가 (전세로)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正말?> 취재진 : 그럼 미분양은 27개밖에 안남았네요?00시 주택과 주무관 : 지금 전화해보니까 27개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고요. 27개. <正말?> 취재진 : 그럼 나중에 (국토부에) 보고를 할 때도 3월 말 기준 미분양은 27개 밖에 안 남은거다. 이제까지 패턴으로 보면. 이렇게 보고를 하는 건가요?00시 주택과 주무관 : 예. 준공되고 입주할때부터 이거를 분양이 된 걸로 보고를 했기 때문에 그걸 미분양으로 돌리게 되면 분양률이 갑자기 푹 떨어지거든요. 일단 사람은 거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대한주택보증이 보증을 해 가지고 (전세로라도) 살고 있는 거니까. 일단은 그걸 가지고 분양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고….

위 대화는 뉴스타파 <正말?> 취재진이 00시 주택과 주무관과 통화한 내용입니다. 언뜻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으니 지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진이 전화한 곳은 미분양 아파트가 많이 쌓여 있었던,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정부 발표로만 놓고 보면 꾸준히 미분양 물량이 줄고 있다는 수도권의 한 시청 주택과입니다. 주택과 공무원과 이야기한 아파트는 총 분양 물량이 2700가구나 되는 대단지입니다. 고급 아파트로 지어 놓았지만 분양가가 높아 잘 팔리지 않았지요. 그래서 이 아파트 건설회사는 2013년 여름부터 ‘000 전세’ 마케팅을 실시했습니다.

세입자가 건설회사와 직접 전세계약을 하고 일정 기간 살아본 뒤 나중에 전세 기간이 끝나면 분양을 받든지, 아니면 전세로 더 살든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경우 전세 계약이기 때문에 아파트의 소유권 등기는 여전히 건설사 앞으로 돼 있고, 그래서 당연히 ‘미분양’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해당 건설사는 이렇게 미분양 물량 가운데 세입자와 직접 전세 계약을 한 1200가구를 모두 분양된 것으로 관할 시청에 보고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공식적으로는 이 2700가구 아파트 단지의 미분양분은 27가구 뿐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3가지입니다.

1.국토교통부가 매달 하순 발표하는 전국의 미분양 통계는 “건설사 →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 → 국토교통부로 보고가 되어서 최종적으로 정부의 공식 통계로 발표된다.
2.건설사가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 숫자를 제멋대로 불러도 담당 공무원들은 대체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3.이렇게 만들어진 통계가 정부의 보도자료로 쓰이고,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2014년, 그리고 올 들어서도 국토교통부의 미분양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아파트의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 시장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뚜렷이 줄어들었습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현황(국토교통부)

그러나 ‘미분양 아파트 감소분’으로 정부 통계에 잡힌 00시의 대단지 아파트 1200가구는 취재진에 의해 사실은 전세 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이상, 정부의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통계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게 됐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감소된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과연 얼마 만큼이 허수일까요? 그 숫자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과 추정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추정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가을부터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활용하면 대출 보증지원을 강화해주기로 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대한주택보증을 동원해,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사와 세입자가 전세계약을 맺을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죠. 건설사가 망하더라도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고, 건설사도 전세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건설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 제도의 선순환은 가능합니다. 만약 건설사가 망한다면 특정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대한주택보증이 대신 물어주게 되니까 전체 국민에게 위험 부담을 떠넘기는 제도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취재진이 알아보니 이 제도가 시행된 뒤 대한주택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실적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월 28일 기준 ‘개인승인세대’(개인과 개인간 전세계약)는 불과 1597가구 2776억 원인 반면, ‘사업자승인세대’(건설사와 개인간 전세 계약)는 6281가구에 총 1조842억 원이었습니다. 이 ‘사업자승인세대’의 대부분이 바로 미분양 아파트의 전세계약 전환분, 즉 건설사와 세입자의 직접 전세계약 물량이라고 보면 큰 오차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한주택보증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감소분 가운데 최소한 6천가구 가량은 허수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나 추정이 불가능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과연 건설사가 불러주는 미분양 아파트의 숫자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늘 아파트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사업자 입장에서 미분양 아파트의 숫자를 곧이곧대로 지자체에 보고할 지 자체가 의문입니다. 미분양 아파트 숫자가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면 전체 주택 시장이 냉각될 수 있으니 가능한 줄여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가 이런 아파트 사업자들의 보고를 사실상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 상황이라 미분양 통계가 그동안 철저하게 검증됐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결국 건설사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런 통계 조사 방식으로는 아파트 분양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이미 미분양 아파트 숫자를 줄여서 보고한 경우, 사업자가 이전의 숫자를 다시 고쳐서 사실대로 말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거짓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실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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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우니 어떻게든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려는 정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는 정확해야 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는 우리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고 강조했지만 정부가 그렇게 말할 때 외환보유고는 이미 바닥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사실을 외국의 투기 자본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모르고 있었지요. 정부에 부탁합니다. 통계는 기본입니다. 기본부터 챙기고,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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