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민원 해결 창구'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슬기로운 의정 생활

2023년 03월 03일 17시 00분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청년, 노동자, 성소수자 등 취약 계층은 물론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사실도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공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행태였다. 그럼 의정활동은 제대로 했을까.
뉴스타파는 창원시의원이 된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김미나 의원이 창원시의회에서 내놓은 공개 발언을 전부 조사했다. 본회의와 김 의원이 소속된 기획행정위원회 회의록, 영상 회의록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결과는 가관이었다. 일단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주유소)와 관련된, 이해충돌성 질의와 발언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개인 민원 해결이 목적인 발언도 있었다. ‘성교육 책 때문에 도서관이 좌경화됐다’ 같은 사리에 맞지 않고 맥락도 알 수 없는 주장으로 행정력을 낭비케 한 사례도 발견됐다.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김미나 의원 (2022.9.20)

"제가 주유소를 두 개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20일 창원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미나 의원은 "제가 주유소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질문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해관계가 얽힌, 자신이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불편함을 따져 묻는 내용이었다. 질문은 두서없이 반복됐는데, 정리하면 “주유소 운영업자인 내가 왜 소방 안전점검표를 작성한 뒤 소방서에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느냐. 작성해 놓을테니 소방서에서 와서 점검하면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업자가 소방서에 직접 신고하도록 하는 법이 언제 왜 생긴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창원소방본부장이었다. 아래는 김 의원의 질문 내용 중 일부.
소방서에서 점검을 나오면 우리가 점검을 받지요. 점검을 받고 그리고 지적사항 있으면 또 개선을 하고 이렇게 하는데, 이것을 이제는 소방서로 직접 와서 제출하라고 이렇게 하대요. 바뀐 것입니까?...제도가 바뀐 것이에요? 그렇게? 원래는 그렇게 안 했잖아요?...’소방서에 직접 와서 하세요’는 이번에 바뀌었거든, 작년부터. 그래서 제가 마산소방서를 두 번 갔거든요.

김미나 발언 /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 (2022.9.20)
주유소 운영업자가 안전점검표를 작성해 소방서에 직접 제출토록 하는 제도는 2021년 만들어졌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그렇게 변경됐다. 그런데 주유소를 두 개나 운영하는 김미나 의원은 법이 개정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 사진은 김미나 의원이 직접 작성한 ‘안전관리자 선임 신고서’. 이 신고서에 따라 김 의원은 ‘안전점검표’를 작성해 소방서에 제출해야 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이 직접 작성한 ‘주유소 안전관리자 선임 신고서’. 김 의원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의 안전점검표 작성해 소방서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김미나 의원의 질의를 받은 김용진 창원소방본부장은 “제도가 바뀌어서 주유소 운영업자가 직접 소방서에 안전점검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의원 소유 주유소를 관할하고 있는 마산소방서 안전예방과 관계자의 설명도 같았다.

“그것(소화기) 이제 우리 보고 돈 주고 버리라고 그러대요?”

김 의원의 자기 사업 관련 질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주유소에 반드시 비치해야 하는 소화기를 두고 “사용 연한이 지난 소화기를 왜 내가 돈을 내고 버려야 하냐”는 개인 민원이나 다름없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소화기 점검을 다 합니다. 소화기 점검을 하고 폐기해야 되거나 기한이 다 됐거나 상태가 좀 안 좋거나 이런 것은 다 교체를 하지요. 살 때도 돈인데 폐기할 때도 (돈이 든다.)... 그것 이제 우리보고 돈 주고 버리라고 그러대요. 그것은 원래 우리가 그렇게 해야 되는데 편의를 봐주신 것입니까?

김미나 발언 /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 (2022.9.20)
2017년 소방시설법이 개정되면서 10년이 지난 노후 소화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창원소방은 법이 개정된 이후 법령 홍보 차원에서 일정기간 동안 국가 예산으로 개인 사업자의 소화기 폐기 비용을 대신 부담해왔다. 김 의원은 “앞으로는 사업자가 돈을 들여 노후 소화기를 직접 폐기해야 한다”는 김용진 창원소방본부장의 설명에 “궁금해서 물어봤다”며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다.
김미나 의원이 소유, 운영하고 있는 창원시 소재 주유소

소방본부 감독 받는 ‘주유소 업자’ 김미나, 소방본부 감사 맡아

시의원이 시의회 공식 회의에서 개인 민원성 질문을 마구 던지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이해충돌 문제다.
김 의원이 소속된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창원소방본부를 소관부서로 두고 있다. 소방 관련 조례를 만들고 소방 예산·결산을 심사한다. 문제는 그렇게 소방을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김 의원이 역으로 소방본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주유소 운영업자라는 데 있다. 심지어 창원소방은 관할지역 주유소에 대한 인허가권까지 쥐고 있다. 이해충돌 문제는 물론 “지방의회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44조(의원의 의무) 5항에도 저촉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창원시의회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해충돌 여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의원이 의정활동 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소방 안전만이 아니라 주유소에 대한 소방 업무를 특정해 어떤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이해충돌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 부서를 관장하지 않는 또 다른 상임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상임위원회로 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싶다.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
주유소 인허가 뭐 단속 많을 거 아니에요. 주유소와 관련된. 이 분이 관할할 수 있다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게 충돌이 아니냐 물어볼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

대놓고 “개인적인 질문입니다”...근거 없는 좌경화 주장도

아무 거리낌없이 시의회를 개인의 민원 해결 창구로 활용한 사례도 발견됐다. 지난 2022년 7월 22일 창원시 기획행정위원회에서 김미나 의원은 대놓고 개인적인 질문이라며 공식 질의를 시작했다. 질문을 받은 마산합포구 민원지적과장은 당황한 듯 웃었다. 아래는 질의 응답 내용.
김미나 위원: 여기에 보니까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법 특별조치법, 이것은 언제마다 오는 것입니까, 어떤 언제마다 오는 것입니까? 이것은. 제가 지금 놓친 것 같아서 물어봅니다.
마산합포구 민원지적과장: 10년 주기로 하고 있습니다.
김미나 위원: 10년이요? 제가 놓쳤으면 10년 기다리면 됩니까? 알겠습니다.
마산합포구 민원지적과장: 아직 8월 4일까지 접수가 가능합니다.
김미나 위원: 아 접수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마산합포구 민원지적과장: 예예.
김미나 위원: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 (2022.7.22)
지난 2022년 9월 20일에는 느닷없이 창원시 공립도서관의 좌경화를 문제삼았다. “김일성, 김정은이 언급된 공산당 책은 넘쳐나는데,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며칠도 안 돼 거짓말로 확인됐다. 9월 28일 KBS 경남 보도를 통해서다. KBS경남은 창원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해 김 의원 주장이 타당한지 확인해 보도했다. 그 결과, 책 제목에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가 들어간 도서는 각각 158권, 422권, 51권인 반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들어간 제목은 각 79권, 134권, 58권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창원시 공공도서관에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책은 검색하니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출처: KBS경남 보도 내용 캡처 / 2022.9.28)
같은 날 김 의원은 도서관에 비치된 성교육 관련 책도 문제 삼았는데, “아이들이 읽지 않아도 되는 성교육 책까지 배치돼 있어 문제다”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공립도서관 관계자가 조목조목 반박하자, 김 의원은 아무 맥락없이 “도서관이 좌경화됐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의원과 공립도서관 관계자의 질의 응답 중 일부.
김미나 위원: 그리고 성교육 관련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교육 관련 책도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아이들이 좀 불필요하게 읽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도 어린이도서에 다 그쪽에 배치가 되어 있고요. 그런 것은 도서 구입할 때 조금 염두에 둬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산도서관과장: 성교육 관련 같은 경우는 그 연령대에 맞는 책들이 있습니다. 권장하는 책도 있고 추천하는 책도 있습니다.
김미나 위원: 그러니까 그 책들이...
성산도서관과장: 그럴 경우에는 학교에서 또 이렇게 성교육 같은 것 합니다. 그러니까 그 기준에 맞춰서 우리가 도서관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김미나 위원: 기준에 맞춰 있었으면 제가 지적을 안 하지요. 기준에 맞지 않는 그림이나 그런 책들이 많이 있으니까 제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저는 이런 말씀드리면 좀 그렇다만 약간 좌경화되어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 (2022.9.20)
김 의원의 이 날 ‘도서관 좌경화’ 발언은 곧바로 창원시 공립도서관의 행정력 낭비로 이어졌다. 공립도서관 관계자들은 김 의원 발언이 나온 뒤 아무 이유없이 도서관이 보유한 책을 인물별로 일일이 목록화하는 작업을 해 시의회에 제출해야 했다. 한 공립도서관 관계자는 “필요없는 일이지만 시의원이 요구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립도서관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자료 요구”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태원 막말’에 대한 책임으로 김미나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처분은 시의원 신분이나 의정활동에는 제약을 주지 않는다. 지난 1월 18일 국민의힘 소속 창원시의원들이 주도해 의결한 '의회 30일 출석정지' 역시 아무 의미없는 결정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김미나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의회에도 같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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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박채린
영상정형민 신영철
편집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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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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