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4대강을 가다 3] 내성천을 잃다

2015년 07월 22일 22시 46분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자 작은 초소와 둥근 조형물이 보였다. 차량이 진입하자 초소에서 황급히 경비가 뛰어나와 막았다. 영주댐을 취재하러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자 경비는 급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5분도 되지 않아 다른 관계자가 나왔다. 그는 안전 문제 때문에 취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영주댐이 올해 초 나급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5072201_01

관계자는 그렇게 취재진을 돌려보냈지만, 나급 국가보안시설은 의외로 손쉽게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500미터 가량 올라가자 뻥 뚫린 채 공개된 영주댐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리하지 못한 자재도 쌓여 있었다.

영주댐 건설 현장은 4대강 사업 마지막 공사 현장이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4대강 사업도 사실상 종료된다. 정부가 밝힌 영주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영주댐 때문에 오히려 낙동강이 더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댐을 만들어서 하류 지역에 물을 공급해서 하천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은 댐을 만듦으로 인해서 하천생태계가 더 황폐화되는 것과 비교한다면은 오히려 하천에 댐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하천생태계, 수질 보존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창근 교수

2015072201_02

2015072201_03

영주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그 증거는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영주댐 아래로 흐르는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작가 박용훈 씨가 4대강 사업 전에 찍어놓은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간 내성천은 고운 모래톱 대신 무성하게 자란 풀과 자갈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운 모래 유입이 줄고 기존 모래는 쓸려나가면서 곳곳에 모래섬도 만들어졌다. 영주댐 건설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결국, 낙동강은 이렇게 죽어버리고 마는 것일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과 감천이 만나는 감천 합수부에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발견했다. 합수부는 4대강 사업 당시 6m 수심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준설 공사를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충분히 걸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모래가 쌓여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쓸려 내려온 모래들이 이곳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역행침식이란 게 어쨌든 지천에는 막대한 피해를 안기지마는 그 원인은 4대강 사업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요. 그렇지만 어쨌든 역행침식으로 인해서 하천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15072201_09

4대강 사업으로 상처가 더 깊어진 낙동강. 하지만 강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