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오보와 망언 논란으로 촉발된 KBS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길환영 사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사사건건 보도에 간섭을 했다’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탄 발언이 도화선이 된 가운데, 청와대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신임 보도국장으로 선임되면서 KBS기자들이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KBS 기자총회, 사장 퇴진 등 요구 제작거부 결의

KBS 기자협회는 12일 긴급총회를 열고 198명 가운데 94% 찬성으로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 프로그램의 제작 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는 제작 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신임 보도국장에 청와대 수석과 동창 임명...불난 집에 기름

길환영 사장은 버티기에 나섰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는 보도국장의 폭로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없이 청와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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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은 MB특보 출신 김인규 전 사장 첫 출근 당시 낙하산 인사 저지 투쟁을 벌인 동료직원들에 맞서는 호위대 역할을 한 바 있다. ⓒ 미디어오늘 이치열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은 MB 특보 출신인 김인규 전 KBS 사장이 노조원들의 저지를 뚫고 첫 출근을 시도할 때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 동료들에 맞서 낙하산 사장 호위대 역할을 한 바 있다. 또 시사제작국장 시절에는 국정원 간첩조작 의혹 사건을 다룬 추적60분 방송을 보류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백 신임국장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고등학교 동창 사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권오훈 위원장은 “백 신임국장은 전임 보도국장에 비해 훨씬 더 권력 가까운 사람”이라며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KBS사태를 더 악화시킨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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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은 이정현 홍보수석의 고교 동창으로 청와대와 가깝게 지내는 인사로 꼽힌다.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은 사실상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라는 주장도 나왔다. 13일 KBS의 또 다른 노조인 KBS 노동조합은 백운기 보도국장이 임명 하루 전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KBS 내부 배차기록표를 공개했다. 이는 백 국장이 청와대와 접촉한 직후 보도국장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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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노조가 배포한 배차기록표에는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이 임명 하루 전 회사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에 다녀온 것으로 나와 있다.

뉴스타파는 KBS 길환영 사장을 직접 찾아가 실제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나 길 사장은 취재진을 거세게 밀어내며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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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취재진은 길환영 사장에게 정권 눈치 보기, 편집권 개입 등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지난 12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길 사장에 대한 2차 폭로를 이어갔다. 길 사장이 그동안 보도의 공정성, 균형성 등을 저해하는 간섭은 물론 방송의 공익성 실현과는 반대되는 지시와 명령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전 국장은 이 글에서 지난 9일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사장으로부터 회유와 유혹을 받았다’고 주장해 KBS를 둘러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