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해 청와대와 KBS 길환영 사장이 KBS 뉴스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또다시 폭로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16일 밤 열린 KBS 기자 총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해경의 늑장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니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어 지난 5일에는 길환영 사장이 직접 보도본부를 찾아와 보도본부장실에서 해경을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재차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엔 임창건 보도본부장과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 이준안 취재주간. 이현주 편집주간 등 모두 4명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자신이 보직 사퇴를 하게 됐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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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길환영 KBS 사장 보도 압력 설명하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김 전 국장은 지난 9일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불과 35분 남기고 길환영 사장이 자신을 불러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으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으며 석달쯤 기다리면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등 회유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자리에서 길환영 사장이 사표를 거역하면 사장 자신도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말하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눈물까지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국장은 이런 사장의 태도에 분노해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장 퇴진을 촉구하게 된 것이라고 총회에 참석한 KBS 기자들에게 해명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또 이어지는 후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길환영 사장이 KBS 뉴스에 사사건건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자신의 폭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국장은 길환영 사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뉴스도 후반부에 배치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는 9시 뉴스에서 앞쪽 20분 내에 넣으라는 원칙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에는 뉴스 아이템 숫자를 일부러 늘려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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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김시곤 국장은 이같은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압력이 보도본부의 자기 검열로 이어졌으며 취재부서 간부들도 대통령 비판과 관련한 아이템은 올리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실토했다. 실제로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비판 아이템은 한 건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KBS 평기자들은 KBS 보도본부의 부끄러운 치부가 의혹이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며 참담함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김시곤 국장이 청와대와 사장의 부당한 개입 사례를 정리한 문건을 기자협회에 전달했다며 앞으로 열릴 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를 낱낱이 분석하고 보도본부의 취재와 제작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KBS에 대한 청와대의 부당한 개입이 드러난 만큼 길환영 사장의 퇴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사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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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환영 KBS 사장 퇴진 촉구 KBS 긴급 기자총회 2014년 5월 16일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가 실시한 길환영 사장 신임투표 결과 총투표 대상자 1,224명 중 1,104명(90.2%)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불신임률이 97.9% (신임:23명, 불신임:1,081명)로 나왔다. 이는 노조 신임투표 사상 최고로 높은 수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