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같은 명절 때만 되면 언론사들은 민심을 알아본다며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포장 하에 얼마든지 권력이 듣고 싶은 소리, 또는 언론사가 전달하고 싶은 목소리만 전달하는 '수단'으로 동원될 수 있다.

청와대 등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이 묻고 싶은 것만 묻고, 국민들이 정작 물어보고 싶은 것은 묻지 않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은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실상의 '여론조작'이 될 수 있다. 

MBC 뉴스데스크가 이번 추석 민심을 알아본다며 실시한 여론조사와 결과 보도에도 이 같은 의심을 살만한 구석이 적지 않았다. 묻고 싶은 것만 물었고, 편향적인 단어를 동원해 원하는 답을 유도했고,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MBC는 시청자들이 여론조사가 실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 자료인 여론조사 질문지를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도할 경우 질문지를 함께 공개하는 것은 여론조사보도의 기본 준칙이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심을 전달한다는 여론조사 보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앵커 멘트>

 

추석 같은 명절 때만 되면 언론사들은 추석 민심을 알아본다면서 여론조사를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라는 것이 자신들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전달하고 싶은 목소리만 전달하는 것이라면 그건 사실상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청와대등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국민들이 정말 묻고 싶어하는 것을  아예 묻지 않아버린다면, 그런 여론조사는 권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여론조사이지 국민의 민심을 살피기 위한 여론조사는 아닌 것이죠.  

 

민심을 전달한다는 여론조사 보도,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최경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경영 기자>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 사람들은 얼마나 믿을까요?

 

[이상욱 / 서울시 남가좌동]

"오차율 같은 것 나오잖아요. 저도 해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거짓으로 응답을 한 것이 아니면 과학적으로 분석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뢰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아름 / 부천시 중동]

"아무래도 언론사가 투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도 못했고, 사람들도 잘 안믿는 눈치고..."

 

반신반의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그래도 언론은 여론조사를 자주 활용해 보도합니다. 특히 추석 민심 조사는 언론의 단골 메뉴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여론조사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묻고 싶은 질문만 한 것으로 보이는 언론사도 눈에 띄었습니다. 

 

응답자의 67.6%가 채동욱 검찰총장이 감찰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앵커 멘트에서 강조한 MBC. 채 총장의 도덕성 문제도 부각시켰습니다.  

 

그러나 MBC는 채 총장의 사퇴 배경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보는지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반면 JTBC는 "채 총장의 사퇴 논란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46.3%의 사람들은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대답했고 31.1%는 없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겨레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채 총장 혼외자식 보도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응답자의 50%가 개입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MBC는 왜 정치적 외압설이나 청와대의 개입설에 관해서는 국민들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채동욱 총장 사태와 관련 평검사 회의 개최에 대한 적절성'을 질문하는 대목에서 엠비씨는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이라는 단어를 동원해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비슷한 질문이지만 '집단행동'이란 표현을 쓰지 않은 jtbc 여론조사에선 부적절했다와 적절했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면 엠비씨 조사에선 50.1% 대 37.3%로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습니다. 

 

'집단행동'이라는 단어를 한 포털의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부정적인 예문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부정적인 단어를 통해 부정적인 답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합니다.

 

질문의 단어를 무엇으로 쓰는가에 따라 질문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입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특히 유권자들이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그런 이슈들에 대해서는 그런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도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MBC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도 독특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대통령 지지도의 비교 시점을 취임 6개월때를 기준으로 해 대통령 지지도가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도한 MBC와는 달리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 이후…조선일보는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8%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과  동아일보 등 대다수 언론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석을 지나면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습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질문지 공개가 필수적입니다. 

 

한국 조사학회의 여론조사 보도지침에 따르면 여론조사 관련 보도에서 언론인이 던져야 할 스무가지 질문 가운데에는 "어떤 질문을 사용했는가?”와 “어떤 순서로 질문했는가"가 들어 있습니다. 그만큼 질문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뜻입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리서치 앤 리서치는 자신들은 의뢰기관,즉 엠비씨의 허락 없이 질문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서치앤리서치 관계자]

(설문지 같은 경우에는 공개를 하잖아요.)

"언론사에서는 공개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질문지가 공개가 안되어 있어서...)

"MBC에 공개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십시오. 왜냐하면 저희는 조사의뢰기관이라서...MBC에서 공개를 해야 하는데, 공개를 안한다고 한다면 그쪽(MBC)에서 뭔가 공개를 안하는 이유가 있을테니까..."

 

그러나 엠비씨는 무엇때문인지 질문지 공개를 꺼려했습니다. 뉴스타파의 질문지 공개 요청에 간부진과 상의한 뒤 연락을 주겠다던 엠비씨 보도국 관계자는

 

[MBC 보도국 차장]

"질문지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것은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부장 또는 국장과 상의한 뒤에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지는 비문, 즉 비밀문서로 분류돼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보도해놓고도 그 질문지를 공개할 수 없다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공화당 정권을 노골적으로 옹호해온 미국의 극우방송 폭스 뉴스는 공화당 출신의 부시 대통령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이라크에 민주정부를 세운 이라크 전쟁은 잘한 일인가?'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잘한 일이라는 답이 우세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천명의 미군이 죽고,수백조달러를 전비로 쓴 이라크 전쟁이 잘한 일인가'로 묻는다면 그 결과는 반대로 나올 것입니다.

 

그래도 폭스 뉴스는 최소한 여론조사 질문지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