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피의자 검거시 ‘뒷수갑’ 사용하라”

지난 6월 1일 경찰청이 전국의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수갑 등 사용 지침’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청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피의자를 검거할 때 원칙적으로 ‘뒷수갑’을 사용하도록 지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연속 경찰청에 ‘앞수갑’ 사용 원칙 등을 명시한 수갑 사용 규정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피의자를 체포할 때 ‘앞수갑’ 사용을 원칙으로 하도록 한 ‘지역 경찰 수갑 사용 요령에 대한 경찰청 지침’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한 지 1년 여 만에 입장을 바꿔 피의자를 검거할 때부터 경찰서에 인치할 때까지 ‘뒷수갑’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적은 피의자에 대해서는 ‘앞수갑’을 사용하도록 했다.

참고 : 경찰청 ‘수갑 등 사용지침’(PDF) 참고 : 국가인권위 ‘수갑의 재질과 관리·운영에 대한 개선방안 권고’ 결정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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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은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피의자 체포 시 ‘앞수갑’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지침으로 내려보냈으나 1년 여 만에 ‘뒷수갑’ 사용 원칙으로 지침을 바꿨다.

인권위, ‘앞수갑 사용 원칙’ 세 차례 권고

경찰청은 지침을 변경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면 답변을 통해 ‘앞수갑’을 사용했을 경우 도주 우려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수갑 착용 피의자의 도주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46건 중 ‘앞수갑’ 착용 피의자의 도주사례는 22건(47.8%)이었으나 ‘뒷수갑’ 착용 피의자의 도주는 3건(6.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앞수갑’ 사용으로도 체포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앞수갑’ 사용 원칙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경찰의 수갑 사용과 관련된 인권위 진정 사례는 단일 진정 요인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다.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지난해 2월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수갑 관련 진정은 1,312건에 이른다.

참고 : 경찰청 ‘수갑사용지침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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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지난 3월 31일 충남 아산시 모종동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앞에서 열린 폐업 항의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16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일부 노동자들에게 ‘뒷수갑’을 채웠고, 나중에 수갑이 풀리지 않아 119 구조대원이 출동해 수갑을 절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

수갑 착용 피해 사례 잇따라

올해 들어서도 수갑 착용과 관련된 피해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충남 아산경찰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폐업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 16명을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날 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16명을 연행했다. 이 중 일부는 ‘뒷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서로 연행됐다.

‘뒷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된 장호승 씨의 경우 경찰서에 도착해서 수갑에 맞는 키가 없어 결국 119 구조대원이 출동해 수갑을 절단기로 자른 후에야 수갑을 앞으로 찰 수 있었다. 이날 연행된 16명은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부당한 장비 사용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지난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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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서비스 아산센터 폐업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연행된 정호승 씨 등 16명은 경찰의 부당한 장비 사용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뒷수갑 찬 채 12시간 응급실 누워있다 손목 영구 장애

부상을 당한 손에 수갑을 채운 사례도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2월 15일 서울역 인근 고가도로에서 고 이남종 씨의 49제를 기리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창건 씨를 연행했다. 당시 김 씨는 등유를 들고 시위 중이었는데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김 씨의 몸에 불이 붙었고 김 씨는 손과 발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경찰은 화상을 입은 김 씨에게 수갑을 채웠다. 김 씨 손목에는 현재 수갑 흉터가 남아 있다.

수갑 착용으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입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월 15일 모텔에서 소동을 벌이다 대구서부경찰서에 연행된 김 아무개 씨는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 체포됐다.

김 씨는 경찰서 보호유치실에서 양팔을 벌린 채 수갑에 채워졌다. 김 씨는 고통을 호소하다 머리를 바닥에 내리쳤고 경찰은 자해 위험이 있다며 김 씨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이후 김 씨는 12시간 이상 응급실에서 ‘뒷수갑’을 찬 채 누워 있었고 이후 오른손의 근육과 신경이 괴사하는 구획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 김 씨의 오른손은 구부러진 채 굳어 있고,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진통제에 의지하고 있다.

경찰은 당시 김 씨가 약물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뒷수갑’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해당 경찰관들을 독직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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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경찰에 ‘뒷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됐다가 손목에 부상을 입은 김 아무개 씨. 김 씨의 왼손에 수갑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른손은 근육과 신경이 괴사하는 구획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아 회복 불가능한 상태다.

※2014년 6월 뉴스타파는 <수갑피해 속출...경찰은 '뒷수갑' 역주행> 리포트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 체포됐다가 응급실에서 12시간 이상 뒷수갑을 찬 채 누워 있다가 7급 장애의 손목 영구 부상을 입은 김 모 씨의 사연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2015년 7월 23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김 씨의 필로폰 복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칼럼 : 경찰 수갑에 장애...무죄됐지만 보상은 막막
※대구서부경찰서에 긴급체포됐다가 응급실에서 12시간 이상 뒷수갑을 찬 채 누워 있다가 7급 장애의 손목 부상을 입은 김 모 씨는 2015년 5월 아들과 함께 국가와 형사 5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민사 12부)는 2015년 12월 17일 1심 판결에서 김 씨에게 국가가 1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칼럼 : “뒷수갑때문에 손목 장애, 국가가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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