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에 이어 제2의 간첩조작의혹사건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2013년 7월 구속기소된 이른바 ‘보위사 직파 여간첩’ 사건을 심층 취재한 결과 검찰의 기소 내용과 모순되는 많은 증거과 증언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보위사 직파 여간첩 사건이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북한 보위사령부는 이시은(가명, 공작원) 씨에게 한국에 있는 탈북자 출신 반북활동가 최무성(가명) 및 최무성과 연계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캐내라는 지령을 주고 이 씨를 남파했다고 한다.

특히 보위사의 박00 보위부장은 이시은 씨를 남파하면서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할 수 있는 약물을 줬다. 보위부장은 이 약물이 몸에 붙이는 ‘패치’ 형태이며 평양의 ‘닫긴구역’에서 박사 5명이 앉아 만든 약이라고 설명했다. 이 ‘패치’는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가 있는데 검은색은 목 뒤, 흰색은 배꼽에 붙이면 7일 동안 기억이 사라지고, ‘패치’를 떼고 5일이 지나면 기억이 돌아온다고 했다.

이시은 씨는 탈북 후 한국으로 온 뒤 이 ‘패치’를 붙이고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고, 진실반응(간첩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시은 씨는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서에서 이 같은 기소내용이 모두 조작됐거나 허위 자백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래지어에는 ‘패치’를 넣을 곳이 없었다!

국정원은 이시은 씨가 보위부장에게 받은 거짓말탐지기 회피 ‘패치’ 2조를 브래지어에 넣어서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을 넘는 등 위험할 때는 브래지어에 넣고, 안전해지면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왔다고 한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구치소에 영치돼 있던 이시은 씨의 브래지어를 확인한 결과 이 씨가 탈북해 한국에 오기까지 착용한 중국산 브래지어에는 패치를 넣을 만한 아무런 공간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한국 도착 후 수용된 합동신문센터에서 지급한 브래지어들에는 패치를 넣을 만한 공간이 있었다. 이시은 씨는 합신센터에서 받은 브래지어에 이중의 천으로 된 공간이 있는 것을 본 뒤 ‘브래지어에 넣어 왔다’고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후에 진실을 밝힐 수 있을 때를 위해 자신이 착용하고 왔던 브래지어를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시은 씨는 자신을 조사한 여성 조사관이 브래지어를 검사했으며, ‘패치’를 넣을 공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브래지어를 버리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조사관은 이시은 씨가 북한에서 착용하고 왔던 브래지어를 버리지 않자 다른 브래지어들을 여러 개 사주며 계속 버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뉴스타파는 여조사관이 사줬다는 브래지어 4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가 당선되면 탈북자 정착금을 100만원 올려줄 것이다?

국정원은 보위부장이 이시은씨에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탈북자 정착금을 100만원 올려줄 것이다”라고 한 것도 이씨가 공작원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위부장이 지령을 내린 2012년 11월 30일에는 한국 정부가 정착금 인상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이고, 발표는 2013년 1월 9일에 했으므로 정착금 인상 계획은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정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시은 씨는 정착금 인상 소식을 보위부장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2013년 1월 10일 태국에 있는 탈북자 보호소에서 60대 후반의 한 여성 탈북자가 한국으로 전화한 뒤 알려준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뉴스타파는 태국 보호소에서 이시은씨와 함께 있었던 탈북자를 접촉할 수 있었다. 그 탈북자는 자신도 ‘정착금 인상 소식’을 60대 후반의 여성으로부터 듣고 한국의 언니에게 확인전화까지 했었다고 답변했다.

보위부장의 황당한 지령내용

뉴스타파가 검증한 결과 공소장에 있는 보위부장의 지령 내용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국가정보원을 시종 안기부라고 지칭했고, ‘안기부에서는 알몸 수색을 하지 않으니 거짓말탐지기 약물을 몸에 지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지령과는 달리 실제 합동신문센터에서는 마약 등 위험물질을 반입시키지 않기 위해 알몸수색을 한다(물론 국정원, 검찰은 이시은 씨 경우에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채 수색했다고 주장한다. 왜 이시은 씨만 특별 대우했는지 설명은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기부 조사기간이 한 달에서 일주일로 줄어들 것’이라는 말도 한다. 합신센터 조사는 변함없이 최장 6개월이다.

이처럼 보위부장의 지령은 대부분 실제와 부합되지 않는 엉터리로 드러났다. 게다가 보위부는 이시은 씨에게 공작금을 한 푼 안 줬고 교육도 시키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들어와 공작원 활동을 하는 대가는 ‘가족을 돌봐주겠다’는 약속 하나 뿐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복수의 탈북자들로부터 확인한 결과 북한에 있는 이시은(가명) 씨의 동생은 이 씨가 탈북한 뒤 구속됐고, 현재도 수감 중이라고 한다.

이시은 씨, “강압과 회유로 허위자백했다”

이시은 씨는 2013년 2월 초 합신센터에 수용된 뒤 처음 조사를 담당한 여성조사관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합신센터에서 이시은 씨는 5달 가량 1인실에 갇혀 있었다. 달력도 주지 않고 문은 밖에서 잠궈 때로는 며칠 동안 꼼짝도 못하고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씨는 반북활동가 최무성(가명) 씨를 안다고 진술한 뒤부터 조사가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관은 이 씨에게 여러가지 모욕적인 행위를 했으며 반복적으로 임무를 받고 왔음을 자백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또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자백하면 오히려 하나원에 빨리 보내준다”, “탈북자들이 받는 임대주택을 서울에서 받게 해주고, TV, 냉장고 등 살림살이도 준다”며 회유했다고 한다.

이시은 씨가 받은 조사 형태는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가 겪은 것과 유사하다. 유가려 씨도 국정원 조사관들이 자백 강요와 함께 ‘자백하면 추방하지 않고 오빠와 함께 한국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비공개재판으로 일사천리 대법원까지 달려간 사건

자신이 간첩이라고 자백한 이시은 씨는 2013년 10월 10일 수원지법에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를 받았다. 2014년 4월 항소가 기각됐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이 사건은 1심, 2심을 거쳤지만 사실 심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시은 씨가 탈북 직전 보위사 보위부장을 만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뉴스타파에 증언한 핵심 증인 김영하 씨(가명, 이시은 씨와 함께 탈북)조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지 못했다. 사건과 관련해 뉴스타파가 발견한 많은 모순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재판에서 제대로 검토된 것은 없었다. 1, 2심 때 이시은 씨 변론을 담당한 국선변호인은 이 씨가 ‘자백한 것이 아니라 자수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고, 검사는 ‘자수가 아니라 자백한 것’이라며 중벌을 요구했다. 게다가 재판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사건은 2심 선고가 난 뒤에야 한 언론에 의해 기사화됐고, 이를 본 민변 변호인단이 이시은 씨를 만난 뒤 조작과 허위자백 의혹이 있다고 보고 변호를 시작하게 됐다.

2004년 이후 21명의 탈북자가 간첩혐의로 유죄판결

2004년 이후 간첩 혐의로 유죄판결 받은 탈북자는 모두 21명이다.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허위자백 강요 등의 간첩조작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유가려, 이경애(현재 복역 중), 홍 모씨(보위사 직파간첩사건, 현재 1심 재판 중), 그리고 이시은 씨다. 이들 외에도 간첩조작을 당할 뻔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더 있다. 경기여성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43%의 탈북자들이국정원 직원의 언행에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시은 씨 변호인단은 지난 7월 3일 최대 180일간의 합신센터 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에 대해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 최승호 PD 국정원간첩조작사건 1탄 '자백 이야기' 도 보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