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근절, 입법화가 관건

지난 5월 뉴스타파와 ICIJ, 즉 국제 탐사보도 언론인협회의 조세피난처 공동프로젝트를 계기로 역외탈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에 대한 해외 비밀계좌 조사가 본격 시작되는 등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등 조세당국의 조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고 최근에는 1조 원이 넘는 국부유출 금액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전재국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선용 씨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제 관건은 역외탈세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다. 지금까지 국회에 발의된 역외탈세 방지관련 법안은 20건이 넘는다. 여야 의원은 물론 정부까지 세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이재오 의원, 송광호 의원, 안철수 의원, 홍종학 의원, 윤호중 의원, 이인영 의원,  김재연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차명주주를 통한 차명거래 행위 근절에 주목한 법안도 있고, 지능적으로 세금회피를 돕고 있는 PB, 즉 프라이빗 뱅킹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국세청의 전속 고발권을 없애 역외탈세 조사 주체를 넓히자는 법안도 제기됐다. 해외자산 신고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역외탈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세청 등 조세당국의 역할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신고 대상자의 소명 의무를 강화한 발의안도 있다.

  이들 법안들이 역외탈세를 방지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면밀히 따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관건은 실제 법령으로 입법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의지의 문제인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발의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외 탈세 문제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는 단기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역외탈세를 감시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외탈세를 근절하고 조세정의를 세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고하게 만드는 것, 바로 이번 정기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앵커 멘트>

지난 5월 뉴스타파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조세피난처 공동프로젝트를 계기로 조세피난처 혹은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등 전 정부차원에서 광범위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고, 1조 원이 넘는 국부 유출 금액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씨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역외탈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관건은 역외탈세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법적 장치의 마련입니다. 

과연 역외탈세를 근절하고 조세정의를 세울 수 있는 장치를 이번 국회 내에 입법화할 수 있을까요?  

박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중석 기자>

지난 9일, 국회 앞 한 회의실.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립니다. 최근 이런 주제의 토론이 부쩍 늘었습니다.

[조수진 변호사 /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뉴스타파에서 5월에 처음으로 이 문제를 굉장히 크게 제기를 한 이후로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에서 지금 역외탈세 문제와 금융투명성 확보라는 게 최근 몇 년간 이런 일이 없을 정도로 이슈화가 됐습니다.”

한 전문가는 뉴스타파 보도의 여파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담당]

“공개 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이게 글로벌 교역과 자본 이동상의 성격상 규제가 낮은 그런 체제로 활용하는 이게 필요악이다. 이런 측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경상거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애써 눈을 감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그렇지 않죠. 어두운 쪽에 더 시선을 많이 두게 되고 아 이게 눈을 감아서는 안 되는 거구나.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되는 거구나. 그런 합의는 이뤄지는 거 같아요.”

  

역외 자금 세탁과 탈세의 주범인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이용자들, 한 영국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이들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제시 그리프스 / 영국 전문가]

“매우 부유한 개인들. 팻 캣(살찐 고양이). 거의 모두가 팻캣이죠.”

권력에 줄 댄 자본가 또는 타락한 졸부를 뜻하는 팻 캣. 역외 탈세 등을 통해 배를 불리는 부자들이야말로 21세기 ‘팻 캣’이라는 것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한국의 자산누적 금액이 약 7790억 달러(880조)로 세계 3위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 880조를 빼돌린 ‘팻 캣’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조세도피처를 근거로 해서 이뤄지는 역외탈세는 특히 금융비밀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가 간의 공조체제를 통해서 금융비밀주의를 뚫어 나가지 못하면 상당히 국세청도 역외탈세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는 역외탈세 방지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습니다.

차명이사와 차명주주를 내세워 유령회사를 만든 실소유주의 존재를 꼼꼼 숨기는 것. 안철수 의원은 역외 탈세의 주범이랄 수 있는 이 같은 차명주주를 통한 차명거래 행위 근절에 주목했습니다.

  

[안철수 의원]

“주로 조세포탈과 관련되서 자금세탁에 많이 쓰이는 쪽이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라고 해야 할까요.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그냥 제출을 하게 되면 그 회사의 돈으로만 돼 있지, 이것을 실제로 누가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다보면 거기가 악용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사례들이 있었던 거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자금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그 회사에 소유주가 누군지를 금융기관에서 알아내야만 되는 그래서 금융기관에게 그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들이 필요하다 그렇게 판단했던 겁니다.”

지능적으로 세금회피를 돕고 있는 PB 즉 프라이빗 뱅킹. 역외 탈세 근절을 위해서는 이들 금융기관을 포함한 컨설팅 업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인영 의원 민주당]

“이제 명백한 불법적인 루트를 조언하거나 그와 관련한 도움을 주거나 이럴 경우에는 처벌을 할 수 있는 이런 상태를 만들어야 그게 결국 절세를 컨설팅한다는 미명 하에서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이런 행위를 자행하는 이런 행위를 근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문제의식입니다.”

  

국세청에 대한 불신과 무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세청의 전속 고발권을 없애고, 역외탈세의 조사 주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습니다.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어디든 국세청에 고발을 하면 국세청에서는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또 국세청이나 관세청에서 지금까지 해외에 피난시켜 놓은 돈을 알고도 묵인했던가 고발을 안 한 사항이 있거든요. 그것도 의무적으로 고발을 한다던가 알면서 고발을 안 했을 경우 그것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법 발의를 하게 됐습니다.”

해외자산 신고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국세청 등 조세당국의 역할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조세행정당국의 의무를 강화하는 겁니다. 매 5년 단위로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매 1년 단위로 집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구요. 그리고 국제조세정부분석원을 국세청 산하 기구로 설립을 해서 전반적인 역외탈세 현황 이런 것들을 분석할 수 있는 기구를 두도록...”

 여기에 정부도 세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정병식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장]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정부가 어떻게 하면 포착을 강화할 수 있을까. 그것에 중점을 둬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어요. 그 대표적인게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는 소명의무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그 자금이 대체 어디서 오는거냐.  이 소명의무를 이행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합니다.”

이밖에 윤호중 의원, 홍종학 의원, 김재연 의원 등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지금까지 발의된 역외탈세 방지 관련 법안은 20건이 넘습니다. 이들 법안들이 역외탈세를 방지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면밀히 따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관건은 실제 법령으로 입법화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의지의 문제인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수진 변호사]

“입법을 위해서 당장 해야 할 행동이 많이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보이지 않아서 이번 정기국회때 상임위에서 안건으로 법안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굉장히 우려스럽고 그 점에 대해서 우리 유권자가 시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좀 더 강하게 요구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외탈세를 근절하고 조세정의를 세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과연 국회에서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정기 국회의 주요한 관전포인트입니다. 

뉴스타파 박중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