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세금정책

정부가 지난 8월 마련한 세법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재활용 폐자원에 대한 세액 공제가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공제율이 축소되면 고물상 마다 평균 220만원 씩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돼 내년에만 8백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고물상의 경우 가처분 소득이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밖에 되지 않는 영세한 곳이 많다. 이들에 대한 세부담이 가중될 경우 폐지를 수집해 연명하는 빈곤 노년층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소지도 크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증여재산 공제액을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범위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세수는 내년에만 810억 원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빈익빈 부익부식의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상계동의 한 고물상입니다. 자칫 쓰레기로 처리될 뻔 했던 각종 고물들이 종류별로 분류돼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곳입니다.

한 할머니가 미는 유모차에는 아이 대신 빈 플라스틱 통이 가득 담긴 포대와 종이박스가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전동 휠체어에 수레를 연결해 폐지를 한가득 싣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할머니의 가슴 높이까지 실린 폐지와 플라스틱. 이 정도 모으려면 한나절이 걸린다고 합니다. 다른 할머니는 고물을 채 부리기도 전에 주저앉아 숨을 돌립니다.

하지만 고물을 팔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폐지와 플라스틱은 1kg에 100원 정도. 고철은 이보다 몇 배 비싸지만 그만큼 줍기도 어렵습니다.

(얼마 버셨어요?)

“1300원.”

(생활에 보탬이 되세요?)

“생활에요? 내 용돈이나 써야지. 아무 것도 생기는 게 없고 살 수 없으니까 하는거지.”

시민단체인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이 재활용품을 수거해 파는 노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10명중 6명은 생계유지를 위해 고물을 줍는다고 말했습니다. 7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8%나 됩니다.

월수입이 1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32.3%, 10만원에서 20만 원 이하가 36.2%, 20만원-30만 원 이하가 15.7%로 조사됐습니다.

최소한의 생계유지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쓰다버린 남루한 물건과 황혼의 인생이 모이는 고물상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원발굴을 위해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된 고물상에 대해 세금이 대폭 오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소득 지원 정도에서 머무르면 좋은데, 세금계산서가 없다보니까 이게 막 부풀려 지는 거예요. 매수 공제 안 해줘야 되는데 우리가 소득 지원 차원에서 했는데 그게 결국은 합법적인 탈루 수단이 되는 거예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세법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재활용 폐자원에 대한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은 현행 106분의 6에서 103분의 3으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고물상이 내는 세금은 50% 정도 늘어납니다.

[오호석 세무사]

“고양시에 있는 재활용 폐자원 사업자가 대략 연 매출 2억에서 5억 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억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커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다 제외하고 가처분소득으로 볼 수 있는 소득은 2~3000만이 되지 않아요. 영세한 상황에서 그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하는 상황이니까 좀 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고물상에 대한 세금 공제율 축소로 내년에만 8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세 부담이 늘어나는 고물상들은 어려움을 하소연합니다.

[김팔용 고물수집상]

“세금을 내는 것 좋다 이거야. 내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자료를 끊을 때가 있어가지고 자료를 끊어서 (세금을) 내면 되지. 근데 저 할머니들한테 내가 세금계산서 발부를 못하잖아. 이 할아버지한테 못하잖아 . 그럼 그걸 어떡하란 얘기야.”

폐지를 줍는 노인들로부터 일일이 세금계산서를 받지 못하는 구조적인 상황에서 이를 탈세로 몰아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또한 고물상 업주들은 고물 수거료를 낮춰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노인들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재안 자원재활용연대 정책위원장]

“세금이 증세되면서 그 어떤 부분, 충당해야 될 (세부담) 부분은 오히려 파지 줍는 노인분들이라든지 아니면 실제로 영세하게 (고물을) 가져오시는 분들에 대한 금액을 낮출 수밖에 없는 부분이 발생되겠죠. 결과적으로는 도시 빈민들이죠, 말하자면. 그 분들이 더 힘들어지는 상황과 더불어서 재활용업체도 덩달아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증여 재산에 대한 공제를 확대하기로 해 계층 간 공평과세에 대한 형평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증여재산 공제액을 현재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 범위도 매출액 2000억 이하 기업에서 3000억 미만으로 확대됩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이 기업을 가업으로 물려받을 때 최대 3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내년에만 81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입니다. 말 그대로 빈익빈 부익부식 세제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고물상들 세금을 올리지 말고 거기서(고물상) 늙은이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주라고 해야지. 고물상 (세금) 올리면 고물상들도 늙은이들에게 코딱지만큼 줄 텐데. 늙은이들 다 죽이는 거지 뭐.”

다시 고물을 줍기 위해 빈 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할머니. 오늘따라 발걸음이 더 무거워 보입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