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함께 기소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전 심리전단 단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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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시간이 넘게 발표한 최종 의견에서 이번 사건이 국정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정치 관여 행위이자 18대 대선 선거 운동을 한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기관이라는 원 전 원장의 잘못된 인식이 국정원의 사유화를 낳았고 이는 국가 안보 역량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1960년대 무차별적 사찰과 정치관여를 자행하던 미국 정보기관의 월권 행위를 사법적 통제를 통해 바로잡은 얼 워렌 미국 대법원장(Earl Warren, 1891-1974)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원 전 원장에 대한 준엄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맞서 원 전 원장은 최후 변론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자신은 60세가 넘은 사람으로서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재판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인터넷 상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 내용도 국정원 직원 오피스텔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리전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북한과 종북세력에 대한 정상적인 방어심리전 활동이며 일부 문제가 있었더라도 선거개입 목적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변호인 핵심 쟁점두고 대립...재판부 판단에 주목

공판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아직 검찰과 변호인 측이 핵심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선고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먼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검찰 측은 국정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엄격히 국정원의 직무범위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변호인단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이라며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는 국정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른바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문건의 내용을 업무적 지시로 볼 것인가도 쟁점이다. 변호인 측은 해당 문건이 만들어진 ‘모닝브리핑’과 ‘전부서장회의’ 자리는 직원 격려와 함께 현안에 대한 국정원장 개인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로, 문건 내용은 통상적인 업무 지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해당 문건에 적혀 있는 것처럼 원 전 원장의 발언은 구체적으로 하달돼 심리전단 직원들의 여론 개입 글쓰기 소재로 지속적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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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이메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시큐리티’, ‘425지논’ 두 텍스트 파일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배척 결정을 내린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정보가 담긴 이 파일들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검찰이 당초 제시한 트위터 계정 1100여 개와 정치 개입 트윗 78만여건 중 상당수는 증거능력을 잃게 됐다. 검찰은 최후 의견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통상 결심 후 2주가 걸리는 선고 기일을 늦춰 2달 뒤인 9월 11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