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수백 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15명은 국회와 광화문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까지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유가족이 주최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목표로 협상에 돌입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해 왔던 유가족들이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투쟁에 나선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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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화된 국정조사.. 마지막 희망은 ‘국민 청원 특별법’

지난달 6월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유가족들이 여야 정치권과 힘겨운 협상 끝에 성사시킨 자리였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정부 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세월호 관련 자료들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한 여당 의원은 회의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으로 유가족들의 공분을 샀고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참석한 정부 기관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특히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 제기는 온몸을 던져 막으려는 꼴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제대로 된 조사는 불가능했고, 새로운 사실도 거의 드러난 게 없었다. 진상규명을 원하던 유족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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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에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 여야의 원내대표들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느닷없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 협상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국회 총력 투쟁을 결정했다. 국정조사가 무력화된 가운데 참사의 진상을 밝혀낼 마지막 방법은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 뿐이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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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최대 쟁점 ‘수사권과 기소권’

유가족들이 국민 35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한 특별법은 여야의 안과 큰 차이가 있다.

핵심은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조사위원회가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성역 없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필수 장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반대한다. 새누리당은 조사위에 자료제출 요구권 정도만 부여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은 상설특검으로 넘긴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은 보장하되 기소권의 경우 국회나 법무부에 특검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그밖에도 조사위원회 구성 방식과 활동 기간 등에서 유족들의 안과 여야의 안은 차이가 크다.

“검찰이라는 조직의 정치적 비독립성과 비중립성으로 인해 조사위가 수사한 내용들이 결국엔 모두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전례가 없던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인 만큼, 조사위 자체가 하나의 특검과 같은 지위를 갖고 기소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박주민 / 세월호 가족대책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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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보상 꾸러미’ 경쟁.. 유족들 상처에 ‘소금’

유가족들이 여야 정치권의 특별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보상’ 관련 내용들 때문이다.

유가족들이 청원한 특별법은 “국가에 대해 보상과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원칙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은 일체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여야의 법안은 하나 같이 희생자 전원 의사자 지정, 생존 학생들에 대한 대학특례입학, 평생지원 등의 온갖 보상책들을 쏟아내며 경쟁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전해지자 유족들에 대해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정치권이 유가족들을 향한 왜곡된 여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인터넷 댓글들을 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숨진 아이 빌미로 평생 먹고 살 보상금을 노리냐는 말들이 오가는 걸 보니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고요. 우리가 돈을 바라봤다면 이렇게 거리로 나와 굶고 있겠어요. 얼른 대충 합의하고 말겠죠.”

[우종희 / 고 우소영 양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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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야의 협상은 보상 문제만 일부 다루고 있을 뿐 핵심인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여야가 명시한 오는 16일 처리는 고사하고 아예 8월 임시국회로 넘겨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참사 100일을 맞는 오는 24일 이전에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진실 규명의 토대를 만들어 달라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바람이 또 한 번 무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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