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간첩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홍 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중앙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조사를 통해 간첩을 적발하는 검찰과 국정원의 현행 수사 방식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작업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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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무죄 선고를 받은 ‘보위사 직파간첩 사건’ 홍 모씨

지난 3월 검찰은 보위사 직파간첩인 홍 씨가 중국 국경에서 탈북브로커 유 모씨를 납치하려 시도했고, 이후 탈북자로 국내에 위장잠입해 간첩 임무를 수행했다는 혐의로 홍 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유우성 사건에 대한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위신이 땅에 떨어졌던 검찰과 국정원은 새로운 간첩 사건이 적발되자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합신센터 조사는 사실상 수사...피의자 권리 고지 없어 위법수집증거

재판부가 사건의 핵심증거인 중앙합동신문센터(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작성된 자필 진술서와 국정원 조서 12건, 그리고 검찰 조서 8건을 모두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 무죄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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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재판부는 검찰, 국정원의 조서를 모두 증거 불채택했다

허위 자백 내용을 담고 있는 합신센터 자필 진술서의 경우, 재판부는 홍 씨가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정조사 과정에서 조사관들이 홍 씨를 위장탈북자로 판단했다면 이때부터 형사소송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 따라서 법이 규정하고 있는 피의자의 권리, 변호인조력권과 진술거부권이 고지됐어야 하지만 국정원 측은 이를 고지하지 않아 해당 조서는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탈북자에 대해 이뤄지는 부당구금과 강압적인 조사까지 행정 조사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국정원 측의 주장과 달리 이 과정을 사실상의 수사로 판단한 법원의 첫 판결이다.

검찰의 피의자 조서 작성 과정도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8건의 신문조서 가운데 7건은 진술 과정이 영상녹화물 등의 방법에 의해 증명되지 못해 지난 결심 공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못했다. 검찰은 판결에 앞서 남은 한 건의 조서로도 충분히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자신했지만 재판부는 이 조서 역시 고지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진술거부권을 알리면서 진술을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야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고, 변호인조력권을 고지하면서 국선변호인 선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지만 오히려 검사가 ‘변호인 선임에 관해 우리가 해줄 수 없다’고 말해 문제가 됐다. 국내법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홍 씨에게 법적 권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합신센터 설립 이후 탈북자 간첩 급증...‘가짜 간첩’ 더 많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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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신센터가 설립된 2008년 이후 적발된 간첩 수가 크게 늘었다

2003년 이후 국정원에 의해 적발된 간첩의 수는 모두 21명.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합신센터가 설립된 2008년 이후 적발 건수는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모두 5건의 간첩 사건이 있었지만 이미 유우성, 홍 모씨 2건에 대해선 각각 2심과 1심 무죄판결이 선고됐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시은(가명) 씨 역시 합신센터에 의해 만들어진 간첩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과거 국정원 조사관에 의해 폭행까지 자행됐었다는 탈북자들의 진술들을 볼 때 실제 ‘가짜 간첩’은 그 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간첩 사건에 무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강압과 회유를 통해 무리하게 자백을 끌어내는 기존 합신센터의 조사방식은 물론 국정원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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