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대학교에서 인체를 대상으로 한 무면허 생체검사가 10년 넘게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생검 대상은 주로 학생들이었고, 한 학생은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다리 신경이 손상되는 등의 후유증으로 국가대표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과 공동으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의료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인간의 근육과 지방을 추출하는 생체검사 연구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21차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생검에 동원된 대상자는 모두 218명이며, 이중 절반 이상이 한체대 학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생체 시험 연구에 참여한 한체대 교수는 김창근, 김효정, 김영선, 김효식, 최강진, 육현철 등 모두 6명이며, 이 학교 대학원생과 외부 연구진을 포함하면 34명이나 된다. 이들은 운동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생검용 주사 바늘로 근육조직을 떼어내는 근생검과 지방을 추출하는 지방생검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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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를 마취한 뒤 조직을 떼어내는 시술은 주로 김창근 교수가 담당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7년 걷기 운동이 중년 여성 복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며 여성의 지방 조직을 떼어내는 지방생검을 직접 시술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동영상에는 김 교수가 의료기구인 ‘바이옵시 니들’ 즉, 생검용 굵은 주사바늘을 통해 시험대상자 2명으로부터 지방을 추출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논문에는 중년 여성 7명을 대상으로 지방생검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한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염모씨가 학위 논문(역도훈련 유형에 따른 골격근 내 세포신호전달 반응의 특이성) 말미에 쓴 감사의 글에는 “박사과정 실험중 김창근 교수가 직접 실험에 참가해 근생검 검사를 해줬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논문은 한체대 역도선수 18명의 근육을 추출해 시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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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료 면허가 없는 김 교수의 시술은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법 제 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학생들에게 성적을 미끼로 실험에 참여할 것을 권유, 학자로서의 연구 윤리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근생검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으로 국가대표의 꿈을 접은 A 씨는 지난해 1월 작성한 경위서에서 “시험에 참여할 경우 A+를 주겠다는 김창근 교수의 권유로 시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교수의 부탁과 학점에 욕심이 생겨 시험에 참여했으나 근육 채취가 이뤄진 다음 날부터 신경이 마비돼 오른발을 딛기 어려울 정도”라며 “후배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씨가 작성한 경위서(PDF)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고강도의 저항성 운동수행에 의한 근세포 변화’에 대한 논문을 같은 학교 김효정 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해 학회지에 개재했다. 김창근 교수는 이 같은 무면허 생체검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01년 이후 모두 15편의 논문을 썼고, 김효정 교수는 두 번째로 많은 12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김효식, 최강진, 육현철 교수는 ‘수영거리에 따른 전력 수영이 삼각근과 외측광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며 한체대 근대 5종 선수 10명을 생체검사에 동원했다.

뉴스타파는 김창근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효정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비의료인의 근생검을 허용하는 주도 많다”며 “근생검이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진후 의원은 “김창근 교수의 근생검 ‧지방생검 생체 시험은 명백한 의료 행위 위반이다. 또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은 생체실험을 학점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시행한 것은 연구자이자 교수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며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교육부와 한체대는 연구 윤리 규정을 위반한 논문에 대한 학위를 취하하고, 관련자들에 응당한 처벌과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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