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뉴스타파는 ICIJ(국제탐사언론인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로 간 한국인’을 연속보도했다. 이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를 비롯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 전성용 경동대 총장, OCI 이수영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 등 사회 유력층들이 몰래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해외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이들을 비롯해 해외에 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난 전체 182명의 명단을 공개했고 국세청 등 세무당국은 유령회사 설립자를 철저히 조사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바있다. 김덕중 당시 국세청장도 국회에서 ‘정상적․합법적 해외투자와 비정상적․탈법적 역외탈세행위를 명확히 구분해 탈세혐의자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정의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182명 가운데, 역외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48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134명에 대해서는 대면 조사도 하지 않았고, 추후 조사 계획도 별도로 세우지 않았다. 더구나 역외탈세가 확인된 48명 가운데, 검찰에 고발조치된 사람은 전재국씨를 포함해 3명 뿐이었다. 엄정한 세무조사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지난해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유령회사 설립 한국인 182명 가운데, 역외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48명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지난해 명단이 발표될 때만 해도 마치 전수조사할 것처럼 하던 모습과 달리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세웠다는 이유 만으로는 사실상 조사가 힘들다고 말했다. 검찰처럼 영장을 청구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조사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감사원은 실제 역외탈세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는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특히 뉴스타파가 공개한 182명 모두가 아닌 48명 만 선별해 조사한 경위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국세청이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자료만 보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며 추후 조사계획도 뚜렷하게 세워놓지 않아보였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빠르면 다음달 나올 예정이다.

조세당국의 조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뉴스타파의 유령회사 설립 발표 하루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던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은 지난해 11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총장직에 복귀했다. 대학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금감위의 조사결과 해당 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총장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유령회사 설립 발표 하루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났던 전성용 경동대학교 총장은 지난해 11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총장직에 복귀했다

▲ 뉴스타파 보도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11월 복귀한 전성용 경성대학교 총장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울리며 고의부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오정현 전 SSCP 대표도 지난 6월 국세청으로부터 19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받았다. 범죄혐의가 인정돼 범칙조사로 전환됐다. 그는 이미 2012년 9월 SSCP 부도 당시 법원이 실시한 회계감사에 의해 400억 원이 넘는 회사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그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이에 대해 검찰이 기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렇듯 조세피난처에 간 한국인들 대부분이 국세청 등 당국의 조사를 비켜가는 사이 정부는 부족한 나라 곳간을 서민 호주머니로 채울 계획을 발표했다. 담뱃세와 주민세 등 간접세를 대폭 인상할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부족한 정부의 세수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은 결국 허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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