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과 31일 단행된 MBC의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교양제작국 해체와 ‘능력있는’ 기자, PD들의 비제작부서 발령으로 요약되는 이번 조치를 두고 MBC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공영방송' MBC가 뿌리째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달 31일 110여 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중 15명 이상의 교양 PD가 편성국, 신사업개발센터, 경인지사 등 비제작부서와 예능본부로 발령났다. 또 12명의 중견 기자와 PD에게 2주 짜리 교육 발령을 내고 적성 교육과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MBC에서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은 한학수, 조능희, 이근행PD와 교육 발령을 받은 이춘근 PD(왼쪽부터)
▲ MBC에서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은 한학수, 조능희, 이근행PD와 교육 발령을 받은 이춘근 PD(왼쪽부터)

2005년 PD수첩 ‘황우석’ 편을 제작해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 된 한학수 PD는 비제작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났다. 이 과정에서 단협에 정해진 노조와의 사전협의도 없었고, 본인의 의사도 수렴하지 않았다.

MBC는 신사업개발센터에 대해 “올해 처음 도입한 독립채산 방식의 특임사업국에서 수행할 사업들을 발굴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신사업개발센터는 상암동 MBC 신사옥이 아닌 광화문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 4일 뉴스타파 취재진이 찾아가 보니 해당 사무실에는 제대로 된 간판도 없이 사무실에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MBC 간판 시사교양PD, 대거 비제작부서 발령

2008년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 당시 책임프로듀서였던 조능희 PD, 이명박 정부 시절 노조 위원장으로 파업을 이끌다 해직됐다가 복직한 이근행 PD,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민실위 간사이자 <불만제로> 담당인 김재영 PD는 비제작부서인 편성국으로 발령났다.

상당수 PD들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중 발령이 나기도 했다. 한학수 PD는 12월 초에 방송될 예정인 그룹 GOD 관련 다큐를 촬영하고 있고, 조능희 PD는 내년 6월 방송을 목표로 ‘한국 최초 무동력 요트 세계일주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환균 PD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재조명하는 3.1절 특집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다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났다. 김환균 PD는 지난 9월 다큐멘터리 <안중근>으로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했다.

MBC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교육발령 대상자인 12명의 기자와 PD에 대해 “업무능력이 낮게 평가된 직원들은 직무배치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 발령을 받은 이우환 PD는 지난해 12월 방송한 불만제로 ‘잇몸약의 배신’ 편으로 한국PD연합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역시 교육 발령을 받은 이춘근 PD는 역시 불만제로 ‘자동차보험의 두 얼굴’(2014.6.11 방송) 편으로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또 이들 중에는 2011년 방송기자연합회장까지 지낸 임대근 기자 등 20년 차 이상의 고참 기자, PD들까지 포함됐다. MBC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적성 교육과 직무 교육, 심지어 농군학교에 보내 정신 교육과 농장 실습을 시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농군학교 교육은 철회하기도 했다.

이성주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위원장은 “보도국에서 기사와 관련해 입바른 소리를 했거나 2012년 파업 관련 소송에서 노조측 증언을 나선 사람들은 어김없이 이번 인사대상에 들어갔다”며 “이것은 보복인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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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파업 관련 공판, 노조 측 증인 PD 비제작부서로 발령

실제 이번 인사발령을 받은 PD 중 한학수 PD와 김환균 PD는 2012년 파업과 관련해 MBC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 형사사건 재판에서 노조 측 증인으로 참석한 바 있다. 취재진은 이번 인사발령과 조직개편의 배경을 묻기 위해 인사협의회의를 주도한 권재홍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권 부사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임을 밝히자 전화를 끊었다.

MBC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교양제작국을 해체하고, 간판 교양 프로그램인 불만제로를 폐지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마지막 남아 있는 양심 세력들이 어떤 움직임을 할 수 없게 쐐기를 박기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이른바 보복 인사로 규정한 MBC노조는 인사 발령 전 노조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 규정을 사측이 위반했다며 노동청에 진정하고 소송도 낸다는 계획이다. MBC 단체협약(제26조)에 따르면 회사는 조합 간부에 대한 인사를 할 경우 해당 지부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고, 조합원의 직종변경, 파견근무 등 주요 인사이동 시에도 사전에 해당 조합원의 의견을 참작해 해당 지부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