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동북의 가장 큰 상권으로 손꼽히는 경기도 의정부시 중앙로데오 거리 상권. 이 지역에서 패션의류대리점들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의정부시와 이웃 양주시가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의정부 산곡동)과 롯데 복합쇼핑몰(양주시 양주역세권 개발)을 서로 유치하겠다며 투자협약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3년 전 이곳에 신세계 백화점이 입점을 했는데, 주변 5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곳에 다시 두 개의 초대형 아웃렛이 들어올 경우 이 지역 상권이 초토화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지자체와 중앙정부 등에 3천명이 서명을 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10년 넘게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문병헌 씨는 “10년 전 서울 미아삼거리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다가 신세계와 현대, 롯데백화점이 잇따라 개장을 하면서 폐점을 하고 의정부에 들어왔고 어렵사리 단골손님을 확보했는데 또다시 대형 프리미엄 아웃렛이 2곳이나 인근에 들어서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다”며 한탄했다.

▲ 의정부, 양주 프리미엄 아웃렛 투자 협약식.
▲ 의정부, 양주 프리미엄 아웃렛 투자 협약식.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대기업 아울렛과 복합쇼핑몰 사업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앞장 서 유치에 나서는 형국이다. 이들은 대형쇼핑몰이 들어오면 대규모 고용창출이 일어나고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유입돼 세수가 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그야말로 소설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효과

 의정부시 : 신세계 1,100억 원 투자->직접 고용 1천 명, 간접고용 2,314명, 관광객 연간 4~500만 명 양주시 : 롯데 3,000억 원 투자->직간접 일자리 1만 개, ‘투자 유치’ 관광객 연간 600만 명
 

직접고용

지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여주 신세계사이먼과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 고용한 직접 일자리 창출은 각각 857명과 14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료 첨부)

하지만 이 가운데 본사 정규직은 신세계사이먼이 10명, 롯데가 34명에 불과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임대 매장에서 채용한 판매사원과 주말 임시 직원들로 저임금에 노출된 근로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웃렛 운영회사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임금 수준이 낮다보니 오히려 구인난을 겪을 만큼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간접고용

의정부시는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 의정부시가 보도자료로 낸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의 간접고용 3,124명이라는 수치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별 취업유발계수에 총투자액을 곱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액 (1,100억 원) X 10억 원 당 취업유발계수 (28.7명) = 3,124명
 

하지만 취업유발계수는 전체 산업의 평균 고용유발계수로 일부 지역에 국한된 고용창출 효과로 사용하는 것은 오류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아웃렛을 부동산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일자리는 대부분 입점 업체나 대리점주의 직접고용에서 나온다. 결국 고용의 질적 수준도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방문객) 숫자

의정부와 양주시가 낸 보도자료만 보면 두 곳 아웃렛에 연간 1,000만~1,100만 명이 방문한다고 돼 있다. 이 역시 과거 프리미엄 아웃렛이 전국적으로 1-2개 있을 때 수치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앞으로 수도권에만 10개 정도의 대형 아웃렛이 개점할 예정이어서 이 또한 불가능한 숫자다. 정말 이 정도의 방문객이 유입되려면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야 하는 수준이어서 이는 지역상권을 초토화 시켜야 가능한 숫자라는 것이다.

지방세 수입 증대

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롯데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이 지금까지 이천시에 납부한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지방소득세. 주민세)는 모두 합쳐 12억 3,100만 원으로 이천시 1년 지방세 수입(2,650억 원)의 0.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장 큰 세수인 취득세는 100%(102억 원), 재산세(6억 원)는 50% 감면됐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주민세 등이 예상보다 적게 징수되는 이유도 대부분의 직원을 입주 매장에서 고용하는 데다 상당수 근로자는 면세점 이하의 소득을 올리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시 납세내역
▲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시 납세내역

충남 부여군에는 2012년 롯데 아웃렛이 개장했다. 충남도와 롯데쇼핑이 합작한 백제문화단지 사업의 하나로 들어선 것이다. 이 사업에서 충청도는 국비 등 3천 8백억 원을 들여 왕궁촌과 문화관 등을 만들었고, 롯데는 콘도와 골프장, 아웃렛을 건설했다. 대규모 놀이공원사업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전체 부여군 관광객을 늘었지만 대부분 관광단지안에서만 소비를 하고 돌아가 부여군 시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부여군은 결국 롯데 아웃렛이 부여 상권의 침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올해부터 6년 간 400억여 원을 투자해 원도심 상권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충남자치연대 이상선 상임대표는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 조성된 문화관광사업의 파생효과는 오롯이 롯데라는 대기업으로 유입되고 지역상권 살리겠다고 또다시 혈세를 사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재벌 기업에 특혜주기로 그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기업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연결 도로와 세금 감면 혜택까지 제공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의 결과가 지역의 상권을 파괴하고 중소상인 등 자영업 중산층을 몰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 경제나 유통산업의 환경이 성장기를 이미 지났는데도 아직 대기업 쇼핑몰을 유통의 현대화, 선진화, 경제활성화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보다 면밀하게 대기업 유통업체의 유치가 지역 상권이나 중소상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첨부파일(PDF)

- 이천, 여주 프리미엄아울렛 정규직(사무) 44명(1.9%)에 불과(이미경 의원실)

의정부 아웃렛 답변자료(진선미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