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기가 있습니다. 아기의 발 밑에는 100달러 지폐와 5만원 권이 부채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아마도 아기의 부모는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아기가 평생 돈 복을 받으라고 기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사진이 뉴스타파에 전해졌습니다. 제보자는 아기의 아버지였습니다. 아기 발 밑의 돈이 국정원이 준 것이라는 겁니다. 이 사건은 2010년 잉태됐습니다.

아기의 어머니 A 씨는 북한 회령에서 유우성 씨의 아버지와 잠깐 동거를 했습니다. 그런데 딸 유가려 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 결국 집을 나오게 됐고, 원한을 품게 됐다고 합니다. 2011년 A 씨는 탈북해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정원에 ‘유우성 씨가 위장한 탈북자’라고 알렸다고 합니다. A 씨는 자신이 유가려 씨가 곧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도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 유가려 씨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유 씨는 오자마자 독방에 갇혔습니다. 국정원은 그녀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우성 씨도 국정원 직원에게 동생이 온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누구 때문에 국정원이 유가려 씨를 주목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건 유가려 씨는 합동신문센터에서 오빠가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을 했습니다.

유우성 씨를 구속시키던 2013년 1월 10일, 국정원 수사관들은 A 씨를 찾아와 진술서를 쓰게 했습니다.

그 진술서에는 유우성 씨의 아버지와 유가려 씨가 보위부와 친하게 지냈다, 뇌물을 주곤 했다 등 평범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1월 22일 동아일보가 ‘탈북자 1만 명의 정보를 북에 전달한 공무원 간첩'이라며 유우성 씨 사건을 크게 보도한 뒤 한 경찰관이 A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는 합동신문센터에서 A 씨를 담당했던 조사관이었는데 당시는 경찰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경찰관은 A 씨에게 ‘네가 신고자가 돼야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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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는 그 때부터 아내 A 씨가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만들고 자신이 신고자가 되기 위해 골몰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상의해오자 제보자는 ‘유우성 아버지가 아들이 간첩이라고 말한 것으로 해라'고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중국에 있는 아버지가 한국까지 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일이 있겠느냐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국정원, A씨로부터 거짓증언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

2013년 3월 검찰에서 A 씨는’ 유우성 씨가 보위부 일을 한다는 말을 유 씨의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간첩 진술이 처음 나온 것입니다. 변호인단이 간첩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자 국정원은 A 씨를 증인으로 내세우기 위해 골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관의 조언을 듣고 있던 A 씨는 ‘나를 신고자로 해주지 않으면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재판에 불출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국정원은 A 씨 계좌로 8백만 원을 넣어줬습니다. 국정원은 뉴스타파에 돈을 준 사실을 인정하고, 이 돈이 신고포상금 명목이었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국정원, 재판 진술 뒤 천만 원 지급

A 씨는 이 돈을 받은 뒤 재판에 나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같은 내용으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 다시 현금으로 천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국정원에서 받은 1800만원 중 천만 원 정도를 달러로 바꾼 뒤 아들 앞에다 펼쳐 놓고 찍은 것이 바로 이 사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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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 국정원은 A 씨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증거조작 사실이 밝혀져 국정원이 코너에 몰렸을 때 A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 관련 기사 : “유씨 아버지가 ‘아들 北보위부 일 한다’ 말해”(동아일보)

동아일보와 인터뷰 주선하고 또 현금 지급

제보자는 국정원의 모 과장이 이 인터뷰를 주선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보자가 취재진에게 전달한 녹취 파일에는 국정원 과장이 A 씨에게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종용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동아일보 인터뷰가 나간 뒤 오마이뉴스 등 다른 언론이 인터뷰 기사 내용을 비판하자 국정원 과장은 A 씨에게 ‘동아일보 기자에게 연락해 반박기사를 쓰도록 요구하라'고 주문합니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뒤에도 국정원은 다시 2백만 원의 현금을 주었다고 합니다. 국정원은 A 씨에게 준 돈이 신고포상금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현금을 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A 씨를 인터뷰한 뒤 A 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단독 입수했다면서 다시 한 번 크게 보도합니다.

※ 관련 기사 : “유씨 위조 청년동맹증 北보위부 간부가 제공”(동아일보)

제보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끝까지 A 씨를 통해 유우성 씨가 밀입북했다는 가짜 증언을 입수하려 애썼다고 합니다. 유우성 씨의 북한 집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백만 원을 부쳐주고 유 씨의 밀입북 사실을 말하도록 유도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 이웃이 백만 원이라는 거액을 받고도 ‘우성이는 북한에 온 적이 없다'고 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죠.

고등법원에서도 유우성 씨가 간첩 혐의 무죄를 받자 그제서야 국정원은 A 씨에게 돈 주는 일을 중단했습니다. 국정원 과장은 마지막으로 A 씨를 만났을 때 돈을 기대하고 있던 그녀에게 가방을 주었다고 합니다. 가방 안에 봉투라도 들었을까 기대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고, A 씨는 ‘나쁜 놈들이 이용만 하고 이제는 돈도 안 준다'고 푸념했답니다.

A 씨가 유우성 씨와 관련해 거짓 증언을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보자가 보내온 녹음 파일 중에는 부부간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A 씨가 ‘간첩을 만들자는 말을 내가 했느냐?’며 따지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국정원은 A 씨에게 속은 것일까요?

간첩조작의 길 선택한 국정원

녹음내용 중에는 국정원 과장이 A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국정원 과장 : 보위부에서 포섭을 하잖아. 임무를 주잖아요. 신원을 확인하라든가, 정보를 가져오라든가 하잖아. 그러면 가려는 화교 신분이잖아. 그런데 들어오면 회령에서 본 사람들이 많잖아. 그러면 다 알 거 아니야. 그러면 금방 탄로날 거 아니야.

A 씨: 근데 이름 고치니까 모르잖아요.(북한에서 쓰는 이름과 다른 이름을 쓴다는 뜻) 가강이(유우성 씨의 중국식 이름)가 여기와서 이름을 다 바꾼 상태에요. 이름을 다 바꾸고 들어오니까…

국정원 과장: 얼굴은 알잖아. 얼굴을 뜯어 고친 건 아니잖아. 얼굴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금방 탄로 난다고.

이 대화 내용을 들어 보면 국정원 과장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보위부에서 뭐하러 화교에게 간첩 역할을 맏기겠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가려 씨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화교라는 사실을 부인하자 조사관들은 당시 합신센터에 수용돼 있던 회령 출신의 탈북자를 불러서 대면시켰고, 화교라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했습니다. 국정원 과장의 발언 내용은 유우성 씨가 간첩일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국정원은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국정원 과장도 결국은 A 씨에게 재판에서 증언을 해 달라고 매달립니다.

이것은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국가보안법 상 무고날조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물론 검찰이 그 법규를 적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즉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야 합니다. 돈을 주고 허위 증언을 사는 국가정보기관을 가진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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