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 퇴진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던 YTN 해직기자 6명 가운데 3명은 해고 무효, 3명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이를 두고 사법부가 MB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YTN 해직기자들의 6년 법정투쟁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고 법정 밖으로 나온 YTN 해직기자들
▲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고 법정 밖으로 나온 YTN 해직기자들

“3명 해고무효, 3명 해고정당”...울음바다 된 대법원

2011다 41420. 원고, 상고인 또는 피상고인 노종면 외 8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YTN.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2008년 10월 YTN에서 발생한 기자 6명의 해직 사태. 무려 6년을 기다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우장균, 정유신, 권석재 기자의 해고는 무효,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제 법적으로는 회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세 사람과 이들을 두고 먼저 복직하게 된 세 사람, 그리고 모두의 복직을 간절히 원하던 동료들은 울먹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 ‘해고 정당’ 최종 판결을 받은 노종면 위원장과 YTN 동료
▲ ‘해고 정당’ 최종 판결을 받은 노종면 위원장과 YTN 동료

‘낙하산 사장 반대’ 외치다 해직...구본홍 씨 “1심 판결 결과 수용하려 했다”

YTN 기자들의 무더기 해직 사태는 2008년 5월 이후 MB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의 사장 선임 과정, 그리고 선임 이후 퇴진 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측은 2008년 10월 6일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을 해고하고 6명을 정직하는 등 33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고, 이후 노사간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노조 집행부가 경찰에 체포되는 등 충돌은 더욱 격화된다.

▲ YTN 기자 대량해고 소식을 전하는 MBC 뉴스
▲ YTN 기자 대량해고 소식을 전하는 MBC 뉴스

그러던 중 이듬해인 2009년 4월 1일, 노사 양측은 사태 수습을 위한 합의안을 전격적으로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합의안에는 쌍방간 고소고발 취하와 공정보도를 위한 기구 마련 등이 담겼고, ‘해고자 복직은 법원 결정에 따른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그런데 합의 당사자였던 구본홍 사장이 2009년 8월 돌연 사퇴하고 후임으로 배석규 사장이 부임했다. 그리고 석 달 뒤인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기자 6명에 대한 해고가 모두 무효라고 판결한다. 노조는 노사 합의에 따라 즉각적인 해고자 복직을 기대했지만, 사측은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다.

이어 2011년 4월에 열린 항소심에서는 6명 가운데 3명은 해고 무효, 3명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내용으로 판결이 번복됐고, 이후 다시 3년 7개월이 지나서야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2009년 노사간 합의안에 해고자 문제 해결의 기준으로 명시된 ‘법원 결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심급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YTN 사측은 이번 대법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해직자 문제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른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과거 노조와 합의한 ‘법원 결정’이 1심이 아닌 최종심을 의미했다는 것이다.

▲ 대법 판결에 대한 YTN 사측 보도자료
▲ 대법 판결에 대한 YTN 사측 보도자료

그러나 2009년 당시 노조와의 합의 당사자였던 구본홍 전 사장은 뉴스타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원 결정’이란 1심 판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의 판결이란 법원의 정신을 말하는 것으로 1심에서 무죄가 되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이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경영진들 전체와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었는지를 묻자 구 전 사장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노사간에 합의와 타협을 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원만히 해결하자는 정신이 깔려 있던 것이고 이는 당연히 경영진들과도 공감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1심 판결 전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 사측은 분명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YTN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당시 ‘법원 결정’에 따른다는 것은 1심이냐 2심이냐를 규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가, 구 전 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근거도 다시 묻자 “현재 YTN 경영진은 당시의 ‘법원 결정’이란 ‘대법원 판결’을 의미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극심한 노사간의 대립속에 어렵사리 마련된 당시 노사합의가 지켜졌다면 1심 판결 후 해직자 문제는 바로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후임 배석규 사장은 노사합의의 정신을 지키지 않았고 이후에도 3년여 동안 노조의 사과가 먼저라며 수차례에 걸친 노조의 해직자 문제 해결 제안을 거부했다.

2014112801_05

“MB 언론장악에 면죄부”...대법 판결에 비판 거세

더불어 이번 대법 판결은 사법부가 MB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언론인의 노력에 재갈을 물린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높다.

YTN 해직기자들에 대한 지난 재판 과정을 살펴보면 1심과 항소심, 상고심 모두 이들의 행위가 징계사유에는 해당한다고 봤으나, 징계수위로서 해고가 적정한가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공정보도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 필요 불가결하다”고 밝히고 “이들의 행위가 이런 ‘공적 이익’을 위한 것이란 점 등을 볼 때 사회통념상 해고 사유는 될 수 없다”며 전원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다.

반면 항소심과 대법원은 “공적 이익을 위한 목적을 참작하더라도 사측의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014112801_06

YTN은 언론사이며 언론의 존재 이유는 공익의 가치라는 1심 법원의 당연한 전제가 대법원에서는 등한시됐다. 이럴 만큼 더 중요한 대법원의 ‘사회통념’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감을 잡기 어렵다.

더구나 2심 이후 최종 판결을 내리기까지 3년7개월이나 걸린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 사이 YTN 사태를 전례 삼은 MBC 등에서도 기자와 PD 등에 대한 무더기 해고와 징계가 이어지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엔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아래 보수 일색으로 채워진 대법관 진용의 문제도 있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MB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 12명,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 2명이다. 대법관은 비록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는다곤 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어 정권의 성향과 무관한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최근 철도노조나 쌍용차 노조 관련 판결 등 잇달아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역시 낙하산 사장의 전횡에 맞섰다가 해고된 MBC 기자와 피디 7명에 대한 1, 2심의 해고무효 판결도 결국엔 뒤집힐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량해직 사태 6년...’무너진 YTN 보도’

2008년 YTN 대량해고 사태는 MB 정부의 방송장악 신호탄이나 다름 없었다. YTN 노조는 그에 격렬히 저항했지만 상처가 더 크게 남았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YTN의 보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무뎌졌다. 대표 콘텐츠 역할을 했던 <돌발영상>은 대량해직 사태 이후 폐지와 재개를 반복하다가 지난해 말 완전히 막을 내렸다. 지난해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2만 건’ 단독 리포트는 단 한 차례 방영된 뒤 보도국장의 지시에 따라 단신으로 축소 보도됐다. 최근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족을 외면하는 화면과 기사가 누락된 데 이어, 이른바 ‘매력적인’ 대통령 보도로 입방아에 오르는 등 일방적인 정권찬양성 보도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 YTN 현직 임원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한 홍상표(왼쪽)와 윤두현(오른쪽)
▲ YTN 현직 임원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한 홍상표(왼쪽)와 윤두현(오른쪽)

이런 결과는 이명박 정부에서 홍상표 수석, 박근혜 정부 들어 윤두현 수석 등 YTN 현직 임원들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잇따라 발탁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의 경우 누구보다 YTN의 내부 조직구조를 잘 알고 있는데다 보도국장이나 사장 등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YTN의 현업 간부들로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압력에 의한 또는 스스로가 알아서 잘 보이기 위한 편향성 보도가 잇따를 개연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 6년 법정투쟁을 마친 해직기자들이 조합원들 앞에서 해고통지서를 찢고 있다.
▲ 6년 법정투쟁을 마친 해직기자들이 조합원들 앞에서 해고통지서를 찢고 있다.

해고통지서를 찢다...”무너진 YTN 다시 세울 것”

6년의 법정싸움을 마친 해직기자들이 27일 저녁 상암동 YTN 사옥을 찾았다. 잔혹했던 시간을 버티는데 힘이 되어준 조합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6명이 모두 함께 돌아오지 못하게 된 상황을 조합원들이 더 안타까워했다. 그래서였을까. 처음 반가운 인사를 나눈 다음엔 오히려 비장감이 흘렀다.

비록 6년 전 뜨거웠던 공정방송 사수의 열기는 없었지만, 참혹하게 무너진 YTN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다시 손을 붙잡자는 의지가 눈빛과 눈빛으로 전달되는 듯했다.

권영희 노조위원장은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고, 6년이 넘도록 온몸으로 버텨온 동료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공정방송을 위해 이제부터 할 일이 더 많다. 빠른 시일 안에 모두가 복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직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조합원들 앞에 선 소감을 전달한 뒤, 다같이 앞으로 나와 조합원들 앞에 섰다. 그리고 지난 2008년 10월 6일 각자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던 해고 통지서를 6년 만에 찢었다. 동료들은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박수 갈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