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윤회 문건’이라는 메가톤급 폭풍이 기존의 대형 이슈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고 있다. MB 정부의 이른바 ‘사자방 비리 의혹’도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이슈 중 하나다.

MB 정부 고위 관계자와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포함된 대규모 권력형 비리 가능성까지 점쳐지던 의혹이 급속히 수그러들기 시작한 이 상황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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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진은 일요일이던 지난 11월 30일, 서울 잠원동에 있는 구립 ‘잠원스포츠파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포착했다.

평소 같으면 테니스와 헬스 회원들로 붐볐을 이곳은, 대청소를 이유로 일반 회원들의 입장을 차단하고 서울테니스로타리클럽이 주최하는 ‘명사 초청 테니스대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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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는 MB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과 KBS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팀의 일부인 가수 이재훈, 개그맨 양상국,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 가수 윤종신의 아내이자 전 테니스 국가대표 전미라 씨 등 연예인들도 다수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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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쯤 행사장에 나타나 5시 반까지 테니스 경기를 즐겼다. 최근 제기된 ‘사자방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상당히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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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센터 측은 회원들에게 수 주일 전부터 휴관을 사전 공지해 혼선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테니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적지 않은 회원들이 주말 운동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현장 취재 도중 MB 경호원들이 촬영을 제지하는 바람에 테니스 행사가 마무리되기 전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취재진은 행사 뒤풀이 만찬이 예정된 세빛섬 식당으로 이동해 이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최근 사자방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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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찬 시작 예정 시간인 저녁 7시가 지나도 이 전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세빛섬 방재팀 관계자는 “본래 만찬장에 오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오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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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취재진은 만찬 현장에서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바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었다. 황 장관은 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일까.

취재 결과 황 장관은 이날 행사를 주최했던 서울테니스로타리클럽의 초대 회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시절인 2012년 10월, 클럽 창립 때 회장을 맡았고, 넉달 뒤인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이후로도 이 클럽의 주요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클럽의 임원 중 하나인 ‘사찰’(감사와 규율반장 등의 역할을 맡는 임원)을 역임했던 유 모 씨가 바로 이날 테니스 행사가 열린 잠원스포츠파크의 대표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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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종합해 보면 현재 MB 정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이끌고 있는 검찰조직의 가장 윗선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고, 그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단체의 행사에 방위사업비리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한 것이다. 사안의 무게와 시기를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과 황 장관 모두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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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식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은 주로 MB 정부에서 진행된 통영함과 해군고속단정 사업 관련 비리 등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뉴스타파 카메라에 포착된 MB와 법무부장관의 모습은 과연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할지, 묘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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