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한수원은 창사이래 처음으로 국가품질명장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고리1발전소 기계과에 근무하는 이00 차장. ‘핵발전소 설비 유지 관리에 투철한 사명감과 품질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선정 배경이었다. 이날 이 차장과 함께 부서 상사인 김00 기계부장, 그리고 2발전소 기계부장도 대통령상 은상을 받았다. 당시 고리 발전소 책임자였던 전00 본부장에게는 뜻 깊은 하루였을 것이다. 많은 언론사에서 이 소식을 보도했고, 기사에는 이 4명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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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핵발전소의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범죄를 분석하기 위해 관련 판결문들을 입수해 살펴봤다. 2011년 이후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등이 연루된 판결문 187건이다. 이 판결문 속에서 위 기사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들의 이후 행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1.명장으로 선정된 이00 차장은 터빈밸브작동기 국산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감옥에 복역 중이다. 이 차장이 주도했던 국산화 작업 자체가 사기라는 혐의로 추가로 재판을 받고 있다.

2.이 차장의 상사 이00 기계부장 역시 이 차장이 연루된 수뢰사건에 관여해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이 차장의 부하직원인 김00 과장도 연루됐지만 실형을 받지는 않았다.

3.고리 2발전소의 기계부장도 이후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서 2년을 살았다.

4.당시 고리발전소 본부장이었던 전00 씨는 본사에 전무로 가기 위해 여권 국회의원에게 인사청탁을 하다 실패하고 관련 사기업에 재취업했다. 인사청탁 건으로 여권 국회의원 보좌관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08년 영광의 순간을 함께 나눴던 4명의 한수원 임직원들이 모두 뇌물이나 청탁 비리에 휘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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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한수원 비리 관련 판결문 187개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의 범죄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포함된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비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 [ 데이터 분석] 원전비리 업체 89곳, 한수원에서 2조 원 수주 - 원전 비리 판결문 분석)

핵발전소 비리는 단순한 비리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취재 중 만난 한수원 납품업체 관계자는 “(한수원 직원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 잘하는 업체와 거래하고 싶다고 상사에게 말해도 결재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같은 비리 구조 때문에 불량 부품이 납품되고 그것이 결국 핵발전소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