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방위사업체인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6일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사업집중화 전략의 하나로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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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우리나라 군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체다. 1977년부터 자주포, 항공기 엔진 등 주요 방산물자를 생산해 군에 납품해 왔다.

방위사업법 제35조 3항에 따르면, 방산업체는 인수, 합병 등 경영지배권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때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인수 기업이 방산업체로 적절한 곳인지 등을 철저하게 검증한 후 매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 단계를 밟지 않은 과정에서 매각 결정을 공개했다. 그러자 대다수 언론은 ‘30여년 만의 ‘빅딜’’, ‘윈윈’ 등으로 이번 거래를 추켜세웠다.

이와 달리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결정을 단순한 기업 간 거래나 빅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의 하나로 이번 매각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채이배 회계사는 “기업을 매각할 때는 주가가 가장 높을 때 파는 것이 통상적인 일인데, 삼성은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에 테크윈을 매각했다”며 “회사 이익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을 우선시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테크윈 주가는 4년 전 최고가인 12만 원의 20% 수준에 불과한 2만 원 선으로 하락해 있다.

경남과학기술대 송원근 교수(산업경제학과)도 “이번 매각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며 “삼성테크윈은 삼성전자가 지분을 25%이상 갖고 있는 곳인데,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매입,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확보해야 할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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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 직원들도 이번 매각 결정에는 또 다른 속내가 있다며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삼성테크윈 제3사업장 정간호 비대위원장은 “방산을 빅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직원들은 단순히 삼성이라는 이름표를 떼는 것을 떠나 방산이라는 중요한 사업을 근로자들과 한 마디 논의 없이 삼성보다 재무구조도 약하고 화약제조가 주력사업인 (주)한화에서 인수한다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매각 결정은 삼성이라는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는 이재용이라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지만 삼성그룹측은 “사업 경쟁력 제고 차원일 뿐 경영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