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 정윤회를 핵심축으로 하는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논란이 권력암투설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니 윤(본명 윤종승) 한국관광공사 감사의 선임 과정에도 ‘문고리 권력’의 개입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포착됐다.

자니윤, ‘보은인사’ 논란 속 ‘29대1’ 상임감사 선임

자니 윤 씨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선임된 것은 지난 8월 6일이었다. 관광공사가 공모 절차를 통해 후보자를 3배수로 압축한 뒤 기재부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 형식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공개경쟁 절차를 거친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는 ‘청와대 내정설’, ‘보은인사’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았다. 윤 씨가 2007년 박근혜 해외동포 후원회장,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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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씨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지난해 이미 관광공사 사장 물망에 올랐다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전문성과 평판도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1년 뒤 관광공사 임원추천위는 오히려 사장보다도 더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임감사 자리에 응모한 윤 씨에게 최고점을 줬다.

이를 두고 당시 관광공사 노조는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의 끝판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공사측은 “모두 29명이 지원해 공정한 공모 과정을 거쳐 임명됐다”며 내정설을 부인했다.

유진룡, 자니윤에 ‘고문직’ 제안…“김기춘은 받았지만 이재만에 막혀”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같은 윤 씨의 관광공사 감사 선임은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주무부처인 문체부장관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5월 중순, 유진룡 당시 문체부장관은 윤 씨가 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응모한 사실을 확인한 뒤, 김기홍 관광국장을 통해 윤 씨와 따로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사석에서 윤 씨를 만난 유 전 장관은 “감사 대신 고문을 맡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구체적으로 “방송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고문직은 비상임이어서 영화나 TV 활동 등도 병행할 수 있으니 제안을 수용해줬으면 한다”고도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유 장관으로서는 전년도에도 사장 내정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던 인사를 사실상 사장직에 버금가는 상임감사 자리에 앉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나름대로 사전 조율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특히 “부처 장관이 산하기관 사장이나 상임감사 응모자를 사전에 만나는 일은 특혜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만큼 대단히 드문 일”이라며, “유 장관이 정황상 윤 씨의 감사 임명이 청와대 의중에 따라 사실상 내정돼 있었음을 인지하고 윤 씨 본인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의 당시 제안에 대해 윤 씨는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면담 이후 유 장관은 윤 씨의 의사를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달하면서 감사 임명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고, 김 실장도 그렇게 해보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복수의 문체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대통령 보고 과정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 선에서 막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들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일원인 이 비서관은 유 장관이 윤 씨를 미리 만나 생각을 돌리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청와대가 결정한 인사를 장관이 바꾸려 한 사실에 불만을 표시하며 그대로 윤 씨의 감사 선임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유진룡 경질 직접 원인은 ‘문고리 권력 앞 괘씸죄’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니 윤 씨의 관광공사 감사 선임을 두고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 6월, 유 전 장관은 러시아 출장 첫날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장관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외교 전문형식의 문서를 받았다. 그리고 후임으로 지명된 정성근 문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다음날인 7월 17일 공식적으로 해임됐다.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장관이 경질된 최초의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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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유 전 장관 경질 과정을 두고 청와대와의 누적된 갈등설이 무성했다. 현 정부 초기부터 문체부와 산하기관 인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여러 차례 부딪쳤으며, 세월호 참사 직후엔 내각 총사퇴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유 전 장관 경질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은 자니 윤 씨의 관광공사 감사 선임 과정에서 빚어진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의 충돌이었다는 정황이 이번 취재 결과 드러났다. 유 전 장관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직후 조선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종 문체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대통령을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 비서관이 문체부 관련 인사에 개입해 왔던 사실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