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최근 정국을 강타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김영한 민정수석 ‘항명 파동’ 등 청와대 비서진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책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이 나오느냐가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결론은 ‘아무 문제 없음’, 그리고 ‘비서진 교체도 없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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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은 허위, 유출은 중범죄’ 입장 반복…“동생은 말려든 것”

박 대통령은 회견문 첫머리에서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에게 허탈함을 드린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면서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은 어떤 말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허탈함’이라는 표현은 해당 문건이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기존 입장의 새로운 버전이었고,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 공직자’라는 말 역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 검찰이 문건 유출의 주동자로 기소한 이들을 지목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건 유출은 중범죄라는 박 대통령의 입장은,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 문건을 전달받은 인물로 드러난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만은 적용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박 회장에 대해 “개인적 영리와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이간질시켜 어부지리를 노리는 행위에 말려든 것”이라며 오히려 사건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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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까지 나온 정윤회 씨의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도 ‘조작된 내용’으로 치부했다. 정 씨는 이미 수 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나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면서 정 씨의 실세 여부를 묻는 질문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비선 실세 의혹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통령의 대답은 토씨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은 정치공세 피한 것...비서관-3인방 교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너그럽기만 했다. 국회에 불출석한 행위는 유감이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항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김 전 수석이 자신의 부임 전 있었던 일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국회에 출석해 정치 공세에 휩싸여 문제를 더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책임있는 공직자를 불러 설명을 들으려는 것을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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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박 대통령의 인식은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끝까지 안고 가는 것으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에 대해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없는 분”이라며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했지만 (거취에 대해선) 당면한 현안이 많아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한 뒤 결정할 문제”라며 당장 교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내치고 그만두게 하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하겠느냐”면서 “세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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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대통령은 “현 정부처럼 지역별 편중 인사가 심한 경우는 없었다”는 한 호남지역 신문 기자의 질문에 대해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대답했다. 자칫 호남권에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적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년 간 숱하게 반복된 ‘인사 참사’에 대해 인사권자로서의 자성과 책임의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답변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이어지는 청와대의 권력구도를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의 고위직 인사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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