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첫 신년기자회견이 철저히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는 사실을 뉴스타파가 보도한 뒤 올해 청와대 기자단은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난번에 언론의 그런 지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질문이나 순서에 관해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도 각 언론사의 질문 순서와 내용이 사전에 정해졌고, 기자회견은 정확하게 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트위터에는 기자회견 순서를 사전에 알리는 트윗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전에 정해진 기자단 질문 순서와 개요대로 기자회견 진행

뉴스타파 취재결과 지난 주 금요일, 청와대 기자단이 회견에서 던질 질문을 키워드 형태로 정리했고 이 내용은 정보 보고 형식으로 각 언론사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언론사 데스크는 “정보보고로 들어왔다. 국회에도 다 돌았다. 예전에는 조사까지 써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너는 세월호, 너는 한일관계 이런 식으로 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도 회견 하루 전부터 복수의 경로로 질문 순서와 요약본을 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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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와대는 기자들의 질문 순서나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진행을 맡은 윤두현 홍보수석은 매번 다음 질문할 기자를 물어봤고, 기자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지명된 기자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순서 그대로였다. 마지막 질문자로 예정돼 있던 CBS 기자에서 실제 순서가 정확히 끝났다는 점도 청와대가 사전에 질문 순서를 알았을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한다.

청와대와 청와대 기자들이 사전에 질문지를 공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지난해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받아 놓고 정리한 답변을 프롬프터를 보고 읽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기자들의 질문 내용도 지난해보다는 공격적이었다.

재질문 기회 없어 ‘알권리, 소통’ 미흡

그럼에도 기자회견이 답답하게 느껴진 것은 답변이 미흡하거나 동문서답이어도 재질문 없이 그냥 넘어갔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기자들은 대통령의 답변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경우 후속 질문을 던지는 게 일반적이다. 아래 오바마 기자회견을 보면 질문과 대답이 수차례 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링크 : 오바마 기자회견(2013.1.15)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좀 더 다양한 질문을 하기 위해 기자단 내부에서 추가 질문을 자제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워낙 드물게 열리기 때문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 질문만 하고 순서를 정해서 넘어가게 되면 대통령은 그냥 얼버무리거나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버린다”며 “국민들이 정말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해서 넘어가버리는 불행한 사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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