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서민, 중산층이 고급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부유층 보다 더 높은 부동산 과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각종 부동산 세금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매년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고 있는 ‘기준시가’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주요 정, 재계 인사들이 보유한 고급 단독주택의 기준시가를 확인한 결과, 실제 시세의 50% 가량 밖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기준시가가 시세 대비 평균 70% 이상인 것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부유층이 납부해야 할 재산세 역시 경감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

국내 최고가 주택으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의 경우, 지난해 기준시가는 149억 원이었다. 인근 부동산 업체에서 확인한 이태원동 단독주택의 시세는 3.3제곱미터 당 4000만 원 수준이다. 따라서 대지면적이 2000제곱미터가 넘는 이 회장 자택의 실제 가치는 건물 가치를 빼고도 2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다. 149억 원의 기준시가는 실제 시세의 57% 가량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준시가의 시세반영율이 현저하게 낮음에 따라 이 회장이 이태원동 자택에 대해 납부해야 할 재산세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의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이 회장이 납부해야 할 재산세는 연간 1억 8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반 아파트에 적용되는 시세반영율 70%를 이 회장의 자택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이 회장의 재산세는 2억3천만 원에 이르게 된다.

정부의 형평성 잃은 부동산 과표 정책으로 인해 이 회장은 연간 5천만 원 가량의 세금을 덜 납부하게 되는 것이다. 이태원동 자택 외에도 서울 각지에 3채의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장 부부는 같은 방식으로 연간 최소 1억 원 이상의 재산세를 덜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건희 회장은 정부의 불공평 부동산 과표로 연간 1억원 이상의 재산세를 경감받고 있다
▲ 이건희 회장은 정부의 불공평 부동산 과표로 연간 1억원 이상의 재산세를 경감받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 같은 불평등한 과표 책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업자들이 말하는 시세는 호가에 불과하며 객관적인 시세라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논현동 자택을 처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국토부의 이 같은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공개된 이 주택의 실거래가는 82억 원이었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에 따르면 논현동 고급주택가의 시세는 3.3제곱미터당 3000만원 수준이다. 대지면적이 900제곱미터 가량인 이 주택의 실거래가는 부동산업자들의 추산(=3000만 원*(900/3.3제곱미터))과 정확히 일치했다. 매매 당시 이 주택의 기준시가는 41억 원 가량이었다. 역시 50% 가량의 시세반영율에 그치는 액수다.

▲ 주요 정계, 재계 인사들이 보유한 단독주택들의 기준시가 시세반영율은 50% 대에 그쳤다
▲ 주요 정계, 재계 인사들이 보유한 단독주택들의 기준시가 시세반영율은 50% 대에 그쳤다

다른 재벌과 주요 정치인의 단독주택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남동 자택의 경우, 실제 시세는 58억7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난해 기준시가는 25억8천만 원에 그쳤다(시세반영율 43.95%).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한남동 자택 역시 시세가 116억3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는 데 반해 기준시가는 59억 원이었다(시세반영율 50.73%).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유한 논현동 자택도 마찬가지다. 87억1천만 원으로 평가되는 시세에 비해 기준시가는 48억9천만 원에 불과했다(시세반영율 56.14%). 삼성동에 위치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택 역시 시세가 44억 원인데 비해 기준시가는 23억6천만 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시세반영율 53.63%).

이처럼 기준시가의 시세반영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토부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에 서로 다른 평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 시세 산정이 용이한 공동주택은 실거래가를 반영해 기준시가를 책정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은 단독주택은 감정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기준시가 평가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해결하긴 힘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감정 평가에 활용되는 표준단독주택의 수를 늘려 전반적인 시세반영율을 올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감정 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이상, 재벌들의 초고가 주택에 대한 비현실적인 과표는 좀처럼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결국 제도 개선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의 거래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이미 10년 가까이 실거래가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과표 현실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국가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지체없이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