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거짓과 사실 은폐, 왜곡, 황당한 자화자찬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당 기간 비밀로 보호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시 비밀 기록은 단 한 건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고 민감한 기록은 대부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한 바 있습니다. 이는 최장 30년 동안 이 전 대통령 본인과 그의 대리인 외에는 그 기록을 볼 수 없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회고록에는 이 지정기록물을 열람해서 필사하거나, 복사해 그것을 토대로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곳곳에 들어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 정상과의 회담과 전화 통화, 북한과의 비밀 접촉,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 등 국익과 관련된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회고록 전체를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최소 28군데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자신만 보겠다고 봉인해 놓고 극히 민감한 내용을 회고록을 쓴다며 그대로 공개해 버린 것입니다.

2015020505_01 2015020505_02 이 28건을 유형 별로 살펴본 결과 정상회담 및 정상 간 대화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북측과의 접촉 관련 발언도 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회고록의 내용이 상세하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뿐 아니라 북측 인사들의 발언도 직접 인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답할 순 없지만 합법적 절차에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지정기록믈을 직접 열람한 사람이 누구였냐고 묻자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 후기에서 2013년 5월 회고록 작성을 위한 회의체가 구성됐으며 1년 반 동안 매주 열 명 이상 모여 집단 기억으로 회고록을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5년을 함께한 참모들과 관련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하거나 수시로 연락을 하며 증언하고 기억을 보태주었으며, 이OO, 김OO 국장이 회의에 배석해 기록을 찾아내고 자료를 보완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은 지정 당사자인 전임 대통령 자신과 그가 지정한 대리인뿐입니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과연 누가, 언제, 어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대통령기록관 측은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5항은 비밀이 아닌 내용을 출판물 또는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공표함으로 인하여 사실상 보호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인정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하여는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호조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에 따라 회고록에 노출된 28건의 회담 및 통화 등과 관련된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 국가기록원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봉인했다가 회고륵에 풀어놓았으니 국가기록원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명분은 없겠지요. 관련 법도 그런 취지로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핑계를 들어 비공개처분을 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