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이 희생된 오룡호 침몰 사고 두 달. 희생자 유족들이 길바닥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작년 12월 1일, 러시아 북단 베링해역에서 오룡호가 침몰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설치와 실종자 수색 대책 등을 오룡호 선주인 사조산업 측에 요구했다. 사조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가족들은 지난달 5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사조산업 본사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0일 후, 사측은 소음과 불편 등을 이유로 유족들을 한 겨울 길거리로 몰아냈다. 그렇게 노숙 농성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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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취재진이 찾아갔던 2월 9일 서울의 새벽 기온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졌다. 거리 농성장, 얼기설기 엮어놓은 비닐 틈으로 눈발이 새어 들어왔다. 침낭 속으로 몸을 숨긴 유족들의 코 끝이 빨갛게 얼었다. 거센 바람에 자꾸만 내려 앉는 비닐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힘들게 했다. 거리에 쫓겨난 지 12일 째였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조사를 통해 자격 미달의 선장을 태우고, 기상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는 등 사조산업 측의 과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두 달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유족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춰 달라.” 사조산업 배를 타고 나가 일하다 갑작스레 죽은 사람들의 넋을 달래줄 분향소를 설치해줄 것, 아직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족들을 위해 수색 대책을 세워줄 것, 책임자를 가려내고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것 등이 핵심 요구 사항이다.

사조산업은 과거 비슷한 사고의 보상금액 자료를 보여주며 오룡호 희생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금액을 보상으로 제시했는지 강조했다. 분향소에 대해서는 다른 국내외 유족들의 의사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색에 대해서는 베링해의 얼음이 녹는 것이 내년 5월 정도이므로 아직 대책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조산업의 말은 그들의 편의에 알맞게 다듬어져 있었다. 사조산업은 당초 유족들과 "평균 3억4천만 원에 합의"하고 "원양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최고 수준의 보상금"을 줬다고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보상금 자료를 분석해보니, 이 금액의 대부분은 사조산업이 선원법상 의무가입한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었다. 사조산업이 보상 합의가 된 유족들에게 직접 주는 위로금과 장례비는 평균 5천3백만 원 정도였다.

▲ 오룡호 침몰과 함께 실종된 마대성(58세) 씨. 10년 전 사조산업 배를 처음 타면서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 사진이 영정사진이 됐다.
▲ 오룡호 침몰과 함께 실종된 마대성(58세) 씨. 10년 전 사조산업 배를 처음 타면서 회사에 제출한 이력서 사진이 영정사진이 됐다.

유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향소도 마찬가지였다. 사조 측은 이미 합의를 한 유족들 가운데 분향소를 원치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알아본 뒤에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유족들이 분향소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를 한 지가 벌써 두 달째다.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을 할 뿐, 실제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유족 마용성 씨는 비닐천막 안에서 어렵게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은 다음에도 이렇게 박대를 받고 인정이 없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해요. 그래도 자기 회사 가족인데 그렇게 인정 없이 매정하게... 마치 사건이 일어나니까 물건 하나 치우는 식으로 쉽게 얘기를 하니까 가슴이 쓰리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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