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측 조대환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이 마련한 예산과 직제안을 사실상 반토막 낸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특히 조 부위원장은 수정안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 분석을 위한 세부 사업 예산 대부분을 ‘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나 여당 측 위원들이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월호 특별조사위 설립준비단은 오는 12일 전체 조사위원 회의에서 예산과 직제안을 확정해 즉각 정부와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정안을 들고 나온 여당 측 위원들은 회의에서 원안과 수정안을 두고 표결이 강행될 경우 ‘중대결단’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최종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 세월호 특위 조사위원 3차 전체 간담회(지난 4일)
▲ 세월호 특위 조사위원 3차 전체 간담회(지난 4일)

조대환 부위원장 주장 ‘수정안’, 예산·직제 ‘반토막’

지난 4일 열린 세월호 특위 조사위원 3차 간담회에서는 설립준비단이 준비해 왔던 기존안과 조대환 부위원장이 단독으로 제시한 수정안 등 2개 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회의 직후 박종운 설립준비단 대변인은 “기존안은 상임위원을 제외한 120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며 전체 예산 24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수정안은 이보다 대폭 축소된 것이었는데 조 부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위원들이 두 가지 안에 대해 토론을 벌여 다수가 기존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측 위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돼 최종안을 확정하지는 못했으며 12일 4차 간담회에서 최종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뉴스타파는 당시 조대환 부위원장이 제출한 수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다각도로 취재했다. 그 결과 조 부위원장의 안은 기존 안을 사실상 반토막 낸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기존 안은 1실 1관 3국 14과를 두고 상임위원 5명을 제외한 120명(공무원 50명, 민간 70명)의 인력과 인건비 등 기본 운영비와 사무실 임대료, 세부 사업을 위해 240여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 조 부위원장의 수정안은 사무차장 1인과 4명의 담당관을 두고 상임위원을 제외한 60명(공무원 30명, 민간 30명)으로 시작해 5개월 뒤 90명(공무원 54명, 민간 36명), 9개월 뒤 115명(공무원 79명, 민간 36명)까지 인원을 늘려가며, 전체 사업 예산은 130억 원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설립준비단(기존안)-조대환 부위원장(수정안) 직제 및 예산규모 비교
▲ [표1] 설립준비단(기존안)-조대환 부위원장(수정안) 직제 및 예산규모 비교(단위 : 십만 원)

두 안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분야는 사업 관련 예산이다. 기존안은 특위 사업을 위해 81억 원을 편성한 반면 수정안은 불과 21억 원으로 4분의 1에 불과했다. 뉴스타파는 사업 예산에 있어 구체적으로 두 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 [표2] 기존안-수정안 항목별 예산 규모 비교
▲ [표2] 기존안-수정안 항목별 예산 규모 비교(단위 : 십만 원)

수정안, ‘진상규명 관련 사업’ 대부분 ‘0원’ 책정

먼저 세월호 참사의 기초 실태 조사를 위한 사업 분야. 기존안은 참사 기초자료 조사 및 연구, 당시 언론보도의 공정성 실태 조사 및 연구, 피해자와 생존자 증언 채록 및 연구 등을 위해 12억7천만 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여당 측 조 부위원장의 수정안은 이 모든 사업의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다. 기초 실태 조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상규명을 위한 실지 조사 부분에서도 기존안은 16억 원을 책정했지만 수정안은 불과 2억 원만 반영했다. 세부 항목 별로는 세월호 항로 추적 재구성 연구비, 3D 모형 제작 전산개발비,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축 연구비, 신규 데이터 복구 및 정밀 분석비 등을 모두 ‘0원’으로 책정해, 역시 이들 사업들을 불필요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조대환 부위원장은 “이미 검찰과 해양안전심판원 등이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은 상태인 만큼 이에 대한 사업을 편성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종운 준비단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진 취지는 정부와 검찰, 국회 등 기존의 조사 결과들이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독립적인 위원회가 사실상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던 만큼 이같은 사업을 편성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 [표3] 기존안-수정안 ‘진상규명 관련 사업’ 예산규모 비교(단위 : 십만 원)
▲ [표3] 기존안-수정안 ‘진상규명 관련 사업’ 예산규모 비교(단위 : 십만 원)

결국 조대환 부위원장이 내놓은 수정 예산안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지난달 16일 제기해 논란이 됐던 ‘세금도둑론’의 연장선상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인력 가운데 공무원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 70%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수정 직제안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나온 정부와 검찰의 세월호 관련 조사 결과들이 신뢰를 얻지 못해서 특별조사위를 만들었는데 또 다시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하기 때문이다.

다수 조사위원 ‘기존안’ 동의… 여당측 위원들 “표결 강행시 중대결단” 엄포

현재 설립준비단은 기존안에서 직제는 그대로 두고 예산을 200억 원 수준으로 다소 삭감한 단일안을 마련해 12일 전체 조사위원 회의에서 합의 또는 표결을 통해 확정한 뒤 곧바로 정부와 협의에 들어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운 대변인은 “김재원 의원의 세금도둑 발언과 조대환 부위원장의 파견 공무원 철수 지시 등에 따라 설립 준비 작업이 차질을 빚어 특위 공식 출범은 사실상 3월 말까지도 힘들어진 상황이며, 이에 따라 기존 준비단의 예산안에서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어 실질적으로는 200억 원 미만의 예산안을 최종 편성해 12일 전체 조사위원 회의에서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준비단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이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여당측 황전원 조사위원은 11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해 “특위 설립준비단이 황당한 예산과 방만한 조직을 요구하고 편법적 운영을 하고 있으며, 이를 표결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준비단이 직제와 예산안을 표결로 강행 처리할 시, 뜻 있는 위원들은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자신을 비롯해 조대환 부위원장, 차기환, 고영주, 석동현 등 5명의 여당 추천 위원들이 모종의 단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 출처 : 뉴스300 TV 유튜브

이 같은 황 위원의 발언에 대해 유가족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디서 중대결단을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느냐”면서 “총대를 메고 앞장서기로 작정한 모양인데 신중히 생각하고 발언하라. 당신의 중대결단이 무엇인지 12일 회의에 직접 확인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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